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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3%의 득표율, 새누리당의 앞날은?
    Feature/Politics 2017. 5. 1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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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힘을 합쳐 새 정부 구성에 정신이 없는 동안, 이제는 야당이 된 다른 정당들은 패배의 후유증을 앓거나 당을 재정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홍준표 후보에 밀려 3위를 차지한 국민의당은 박지원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했으며, 바른정당은 일단 독자노선을 천명하긴 했지만 꾸준히 존립 여부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패배했지만 수치상으로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의 경우는 차분히 향후의 행보를 준비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원내 정당이 존재함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6번을 부여받았던 새누리당이다. 이 새누리당이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몸담고 있던 그 새누리당이 아니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박근혜 석방과 탄핵 무효 등을 주장하던 탄기국과 박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인 조원진 의원을 영입함으로써 당당히 원내 정당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조원진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프리미엄 덕분인지는 몰라도 경선없이 곧바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추대된다. 19대 총선에서 대구 지역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국회의원이 소수정당의 대선후보의 길을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테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믿으며 역사상 가장 청렴한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위대한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치적으로만 봤을 때 목적은 복잡하지 않다. 조원진 후보가 실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어렵더라도 친박 집회에 나온 무수히 많은 사람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20% 안팎의 국민들, 이마저도 아니면 최순실 게이트가 한창일 때도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5%의 국민들만이라도 흡수할 수 있다면 나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여론의 눈치를 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나 석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지 않던 홍준표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도 호재였다. 나름의 선명한 노선 차이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홍준표 후보가 의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렴결백함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원내 90석을 가진 정당과 1석을 가진 정당이 내는 목소리의 파급력은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생각이 아예 없다는 듯 강경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결국 보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가 아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되었다. 조원진 후보의 존재는 상승세를 타는 홍준표 후보의 표를 분산시키는 일종의 걸림돌이 되어버렸고, 새누리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굳이 따로 주장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다. 더구나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김진태 의원이 홍준표 후보 지원에 나서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가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등 상황은 점점 불리해져 갔다.

    그리고 분열은 시작되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몰아주자.'는 여론이 친박 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하고, 조원진 후보와 태극기 집회에 함께 섰던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들도 서서히 홍준표 후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구제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는 지금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기도 했다. 마치 과거 일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한나라-새누리 계열 정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계열 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했던 것처럼 말이다.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의 영상 캡쳐 화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누리당의 변희재 전략기획본부장이 과거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사실 변희재 씨를 꾸준히 보아온 입장에서 그가 시사평론가나 젊은 정치인들에게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이유는 없지만, 친박 단체 회원들 입장에서는 보수 내부 분열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그의 전력이 논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부 친박 단체 회원들에게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유일한 정당'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보수 내에 분열을 일으키는 존재'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논란은 그대로 표심으로 이어졌다. 단일화 요구에도 굽히지 않고 완주를 해낸 조원진 후보는 42,929표를 얻으며 0.13%의 득표율에 그치고 말았다. 4만표라는 것은 어떤 관점에선 유의미한 득표일 수도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지했던 국민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만은 반대했던 국민, 혹은 전국 각지에서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왔던 국민들의 수를 생각해본다면 사실 초라하기 그지 없는 숫자로 보인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주말인 5월 13일 토요일, 서울시청에서는 친박 단체들의 집회가 다시 열렸다. 하지만 홍준표 전 지사를 지지하는 세력과 조원진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 즉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새누리당 지지자들로 분열되어 고성이 오가다가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조기에 해산하고 말았다고 한다. (관련기사 : 고성·비난…분열로 막 내린 '태극기 집회') 역대 최고의 득표수 차이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새누리당의 4만표가 홍준표 후보에게 넘어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어하는 이들의 마음이 끝내 다툼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는 그동안 보수 성향 논객으로 목소리를 꾸준히 내어온 변희재 씨나 정미홍 씨,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 등이 몸을 담고 있다. 이 중 변희재 씨는 과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며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들의 현실 정치에 대한 욕구가 새누리당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지금, 이들을 꾸준히 외면해 온 자유한국당에 순순히 합당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 0.13%의 지지를 받은 정당에 굳이 자유한국당이 손을 뻗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이들은 대선 결과를 통해 계속 이 정당을 끌고 나가기엔 동력이 되기 힘들어 보이는 지지를 받았으며, 이들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었던 친박 집회의 유권자 일부까지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과연 원내 1석의 소수 정당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새누리당의 존재는 대선 이후의 정치판을 관찰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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