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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 캠프에 보내는 유감Feature/Politics 2017. 5. 7. 22:16반응형
바른정당의 대선 주자인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 씨가 유승민 후보의 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용의자는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검거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불구속 입건되었다. 바른정당은 빠르게 이 사건에 대처했고, 5월 6일 해당 사건에 피해자인 유담 씨 역시 "피해자가 숨으면 안 된다."며 다시 유세장에 나타났다.
언론에서는 해당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의 반응 역시 용의자를 지탄하며 유담 씨를 응원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대선 후보의 자녀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그러한 일을 겪게 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며, 용의자는 사회적 지탄과 함께 자신의 잘못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라는 바이다.
다만 이 일을 계기로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의 대선 캠프가 유담 씨를 선거 유세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왔는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 씨는 2016년 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유승민 당시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유담 씨의 외모를 칭찬하며 유승민 후보를 '장인 어른'이라고 부르는 게 일종의 밈(Meme)이 되기도 했다.
유담 씨가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이다. 100석이 훌쩍 넘는 의석을 지닌 거대 정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의 경선을 거쳐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지만 생각보다 지지율이 나오지 않자 언론은 유담 씨가 선거 유세에 나설 것인가를 두고 왈가왈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담 씨는 유승민 후보의 지원 유세는 물론 바른정당의 SNS 채널에도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내며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도왔다.
출처 : 유승민 후보 대선 캠프 공식 유튜브 캡쳐
유담 씨의 입장이나 유승민 후보 캠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이슈를 만들어서 한 표라도 더 끌어모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모인 여론을 바탕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선거 전략의 기본 중 하나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게 된 유승민 후보의 향후 정치 인생은 이번 대선에서 당락과 무관하게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대중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는 유담 씨가 선거에 나서는 것은 캠프에서도 원했을 것이며, 유담 씨도 나서지 않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유담 씨가 나서면서 유승민 후보 캠프는 유담 씨를 적극적으로 대상화하는 데에 앞장선다. 유승민 후보를 '국민 장인', 유승민 후보의 아내를 '국민 장모', 심지어 유승민 후보의 아들 유훈동 씨를 '국민 형님'이라고 부르며 유담 씨를 '연애 상대, 혹은 결혼 상대인 여성'으로만 대상화한다. 유세에서도 유담 씨에게 적극적인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유승민 후보가 유세를 할 때 단순히 뒤에 서있는 것 이상으로 유담 씨가 나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유담 씨 본인이 원치 않았을 수 있겠지만, 캠프 차원에서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트위터 캡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바른정당 캠프는 이런 방식으로 유담 씨를 선거에 활용해온 방식 자체에는 크게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 직후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인 하태경 의원의 SNS는 이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여전히 유담 씨를 '국민딸'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한다. 유담 씨가 아버지의 선거에 지원을 나온 당당한 한 명의 개인으로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유승민 후보 캠프에서 이런 식으로 유담 씨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이 성추행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단언하지는 않겠다. 캠프가 아무리 옳지 못한 방식으로 후보의 자녀를 내세웠다고 해서 그것이 성추행이라는 범죄를 합리화할 수 있는 기제는 결코 되지 않는다. 다만 '후보의 딸', '젊고 예쁜 여성' 이상의 해석과 역할을 주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유담 씨를 계속 활용하는 것이 용의자가 성추행의 대상으로 유담 씨를 노린 것의 단초가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은 대선 기간과 대선이 끝난 후의 유승민 후보의 정치 행보나 바른정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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