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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힙합 인스트루멘탈 앨범 FAVORITE 5
    Feature/FAVORITE 5 2017. 5. 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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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는 직접 목소리를 내는 사람만큼 곡을 쓰는 사람, 즉 프로듀서에게 관심이 많이 가는 장르이다. 샘플링(Sampling ; 기존의 음원을 재가공하여 곡을 만드는 방식)을 기반으로 탄생한 음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타의 대중 음악 장르보다 리듬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그렇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곡을 만드느냐는 어떤 랩을 하느냐만큼 좋은 힙합 곡을 완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들에게 조명이 많이 비춰진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힙합 장르에서 프로듀서들이 음반을 내는 경우는 그다지 낯선 광경은 아니다. 프로듀서들은 게스트 래퍼나 보컬을 초청해 곡을 채우기도 하지만, 자신이 만든 곡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의 목소리가 아예 배제된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음반을 발매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프로듀서들이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음반을 딱 5장 꼽아 보았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글과 말의 홍수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힐 때 이 음반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아방가르드 박(Avantgarde Vak)  [Brown Boat #01]

    발매일 : 2005년 4월 25일

    아방가르드 박(Avantegarde Vak)은 힙합을 즐겨듣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은 아니다. 본인의 작업물을 제외하더라도 리쌍이나 더블케이(Double K), 각나그네 등의 음반에 간간이 참여한 것을 빼면 그다지 결과물이 많은 뮤지션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홀로서기를 선언한 넋업샨의 싱글 '넋두리'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아방가르드 박의 2005년 앨범 [Brown Boat #01]은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울 만큼 괜찮은 앨범이다. 힙합이라기보다는 재즈로 분류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굳이 힙합의 색채를 강하게 담지 않고 있다. 재즈 음악들을 힙합의 방식으로 가다듬어 정갈하게 정돈해 놓은 모양새이다. 자극적인 사운드나 강렬한 드럼 대신 잔잔하고 규칙적인 흐름이 앨범 전체를 지배한다. 개인적으로는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차분한 앨범이다.

    2. DJ Soulscape [창작과 비트]

    발매일 : 2007년 4월 12일

    DJ 소울스케이프(Soulscape)의 첫 앨범인 [180g beats]는 여러 매체에서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고, 한국 힙합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완성도 높은 음반이었다. 2007년에 발매한 [창작과 비트] 역시 DJ 소울스케이프가 곡을 만드는 능력을 한껏 뽐낸 음반이다. 이전의 음반들이 힘을 주고 달려가는 느낌이었다면 [창작과 비트]는 가벼운 몸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럼에도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모든 곡이 저마다의 색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특별히 튀는 트랙 하나 없이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누가 듣더라도 소울스케이프의 이름을 떠올릴 만큼 프로듀서의 색깔이 잘 반영된 샘플과 드럼의 운용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더 소개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창작과 비트]가 내 머릿속에 있는 DJ 소울스케이프의 음악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완벽하게 구체화해낸 앨범이기 때문일 것이다.

    3.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 [Eternal Morning]

    발매일 : 2007년 12월 4일

    에픽 하이(Epik High)의 음악을 통해 협업해오던 타블로(Tablo)와 페니(Pe2ny)가 결성한 이터널 모닝의 동명의 앨범 [Eternal Morning]은 단순히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흐름에 맞춰 나열해 놓기보다는, '소실된 영화의 사운드 트랙'이라는 부제에 맞게 각 곡에 따라 특정한 컨셉을 부여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는 언어가 배제된 음악을 들을 때 오는 무료함을 이미지를 통해 극복해낸 기획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도 에픽하이의 앨범을 만들 때부터 실제 세션의 연주를 적극 반영해 앨범을 만들어 온 타블로의 노하우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은 다른 인스트루멘탈 앨범들과 음악적으로 의미 있는 차별점을 가지며, 힙합적인 색채가 다소 줄어들었더라도 음악 자체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엄지를 치켜들 만하다. 실제 연주를 적극 차용해왔던 타블로의 성향과 몽환적 느낌의 트랙 위에 박력있는 드럼을 얹는 페니의 성향이 골고루 묻어나면서도 좋은 조화를 이루는 아주 괜찮은 앨범이다.

    4. 노도(NODO) - The Ultimate Instrumentals 'Sick Verses Fitted'

    발매일 : 2008년 12월 13일

    여기서 소개하는 다른 앨범과 이 앨범의 차이점은 다른 앨범들은 처음부터 인스트루멘탈 앨범으로 기획되고 발표되었다면, 노도(NODO)의 [The Ultimate Instrumentals 'Sick Verses Fitted']는 기존에 노도가 발표했던 음악들에서 랩을 빼고 인스트루멘탈만을 추려서 담은 앨범이라는 점이다. 노도의 랩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반응들이 많고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선호하는 스타일의 랩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는 매우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랩이 빠지니 훨씬 듣기 좋다."류의 고약한 감상은 아니고, 랩 없이 인스트루멘탈로만 모아놓아도 충분히 좋은 앨범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이미 랩을 얹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트랙들인 만큼 랩이 들어간 힙합 트랙을 들을 때 느껴지는 박력과 그루브가 묻어난다는 점이 이 앨범의 가장 눈에 띄는 매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이 기존의 발표되었던 곡들의 인스트루멘탈 트랙보다 이 앨범 말미에 새로 수록된 트랙들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은 소소한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5. 마일드 비츠(Mild Beats) [Touch of memories]

    발매일 : 2013년 11월 18일

    마일드 비츠(Mild Beats)는 상당히 부지런한 뮤지션이다. 꾸준하게 자신의 음악들을 발표하며 음악적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데, 대부분의 바이오그래피가 래퍼와 함께 협업한 앨범으로 채워진다는 점은 사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스이다. 그 와중에서도 틈틈이 솔로 작업물 역시 상당히 눈에 띄는데, [Touch of memories]는 여러 래퍼가 다수 참여한 정규 2집 [Beautiful Struggle]을 발매한 이후 반년 정도 지나서 발표한 4곡짜리 짧은 미니 앨범이다. 이 앨범이 나오기 반년 전에 발매했던 [Beautiful Stuggle]이 소울풀하고 펑키한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면, 이 앨범은 그와 달리 상당히 정갈하면서도 잔잔한 분위기를 풍기는 앨범이다. 다양한 샘플들을 섬세하게 만지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마일드 비츠 특유의 작법이 앨범 전체에 잘 묻어난다. 4곡이라는 트랙 수가 짧게 느껴지면서도, 매우 응집력 있게 뭉쳐 있는 느낌 역시 이 앨범을 여러 번 돌려 듣게 만드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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