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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2017)Review/[Movie] 2017. 3. 27. 14:26반응형
주*스포일러*의
슈퍼 히어로 영화가 1년에 몇 편씩 쏟아지는 작금의 상황이 오기 전부터 휴 잭맨은 울버린이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코믹스를 접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곧 울버린이 휴 잭맨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휴 잭맨이 <로건>을 통해 마지막으로 울버린을 연기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아쉬움과 불안함은 공존했다. 더 이상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을 볼 수 없기에 아쉬웠고, 지난 두 편의 울버린 솔로 영화가 오락 영화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을 겨우 충족시킨 수준이었기에 불안했다. 휴 잭맨이 연기하는 마지막 울버린을 멋지게 보내줄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엑스맨 시리즈의 세계관을 헝클어 놓은 주된 범인 역시 울버린의 솔로 영화들이었기에 불안함은 더해졌다.
다행히 <로건>은 휴 잭맨이 연기하는 마지막 울버린을 멋지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영화이다. 세계관과 설정 놀이에 지친 덕후들에게 그런 거 신경쓰지 말라는 듯 시원하게 다른 엑스맨들을 없애버린 설정 역시 휴 잭맨의 울버린을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다른 등장 인물들은 어디 있는지, 기존의 엑스맨 영화와의 어떤 연계가 있는지 따위의 문제들은 깨끗이 잊고 오롯이 울버린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그 내용 울버린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휴 잭맨의 이야기였다. '힐링 팩터 때문에 늙지 않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던 울버린에 비해 배우인 휴 잭맨은 늙어갈 수 밖에 없었고, 2014년 작인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부터 휴 잭맨의 나이 듦이 너무 눈에 띄게 드러난다는 반응들이 종종 있었다. 이 때부터 엑스맨 시리즈를 좋아하던 팬들은 직감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휴 잭맨이 영원히 울버린을 할 수는 없겠구나'
<로건>에서 늙고 지쳐 더 이상 능력을 이전처럼 사용하지 못하는 울버린의 모습에서 더 이상 울버린을 연기하는 일이 쉽지 않아진 휴 잭맨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소녀 로라를 바라보는 로건의 시선에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다프네 킨을 바라보는 휴 잭맨의 눈빛이 읽힌 건, 어디까지나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과의 작별이 아쉬운 나의 주관적 해석이 다분히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 영화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로라와 로건이 찾아가는 '에덴'의 존재이다. 로라를 데리고 탈출한 간호사는 로라가 가야할 '에덴'의 좌표를 로건에게 알려주고 로건 역시 쫓기듯 로라를 데리고 '에덴'을 향해 출발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로건은 '에덴'이 단순히 엑스맨 만화책에 나온 장소라는 것을 알고 로라에게 에덴에 가지 않을 것임을 이야기한다. 결국 로라의 닥달에 에덴을 향해 나아갔고 그 곳엔 탈출한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에덴이 실제로 존재했다.
'에덴'은 실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의지로 탈출한 아이들이 그곳에 모여 들고 그곳은 자연스럽게 에덴이 되었다. 이루고 싶은 것이나 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는 믿음이 그것을 실재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는 뻔하지만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전달된다. 만화책의 내용을 보고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낸 '에덴'은, 마치 원작 코믹스를 보고 실사 영화를 만들어 낸 슈퍼 히어로 영화에 대한 은유같이 느껴진다. 그 과정을 20년 가까이 되는 긴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해낸 무려 9편의 영화에 출연한 울버린, 휴 잭맨에게 바치는 헌사일지도 모른다.
한 편의 슈퍼 히어로 영화인 <로건>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로건을 위해 짜여져 있다. 다프네 킨으로의 울버린 세대 교체가 후속작에 반영될지 안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로건과의 끈끈한 인연을 강조함으로써 일단 연착륙에는 성공했고 가능성까지 열어 놓았다. 혹시 로라가 울버린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나온다 할 지라도 결국은 휴 잭맨의 로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겠지만, 로라의 성장 과정에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의 이야기가 묻어 있기에 아쉬움보다는 반가움이 더 할 것 같다. <로건>은 멋지게 헤어지는 매우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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