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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2017)Review/[Movie] 2017. 5. 31. 22:06반응형
스포일러는 가급적 피하려 노력했으나 보시는 분에 따라 스포일러처럼 보이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점 양해바랍니다.
DC 코믹스 기반의 영화가 슈퍼맨이 주인공인 <맨 오브 스틸>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대슈'), <수어사이드 스쿼드>(이하 '수스쿼')까지 두 편의 영화를 더 공개했지만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전반적으로 개연성에 문제를 크게 품고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곧이어 개봉할 <원더우먼>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번 영화까지 완성도에서 큰 흠결을 지닌다면, 캐릭터의 기존 팬들에게 큰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앞으로 제작될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이 영화는 70여 년만에 원더우먼이 단독 영화화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책임감이 무겁다.
다행히 <원더우먼>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줄 만한 작품이다. 이제는 질리도록 보아 온 슈퍼 히어로의 오리진 스토리(기원담)을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신선함은 많이 떨어지지만, 앞선 <배대슈>와 <수스쿼>와 달리 개연성에서 큰 문제 없이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배대슈>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을 배경으로 한 오프닝 시퀀스에서 원더우먼(갤 가돗 분)이 나레이션을 통해 던진 질문을 응집력 있게 극의 마지막까지 잘 끌어간다. 그 메시지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이냐 하는 문제는 조금 뒤에 두어도 괜찮을 정도이다.
전체적인 구성이 특별히 허술한 지점없이 잘 짜여져 있는 데에 비해, 간간히 보이는 CG 처리가 너무 티나는 장면들이나 유치한 느낌이 드는 대사들은 살짝살짝 몰입을 방해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크게 흠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데미스키라'라는 다른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자란 원더우먼이 1차 세계대전이 펼쳐지는 유럽에 발을 딛으면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도 나름의 즐거움을 주지만, 그런 원더우먼을 잘 보조해주는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분)의 역할도 눈에 띈다. 극이 점점 흘러 가며 원더우먼과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내긴 하지만, 단순히 원더우먼의 남자친구로서가 아니라,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며 점점 변화하는 원더우먼이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끄는 스승의 역할도 맡는다.
다만 악당으로 등장하는 루덴도르프 장군(대니 휴스턴 분)이나 닥터 포이즌(엘레나 아나야 분)이 분량도 적고 임팩트도 약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스티브 트레버 대위가 원더우먼과의 원정을 떠나며 구성한 돌격대 멤버들의 존재감도 다소 약하다. 각 캐릭터의 특성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아마도 원더우먼의 이야기에 가능한 많은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자연히 원더우먼을 연기한 갤 가돗의 능력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키가 되었지만, 외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에 비해 갤 가돗의 연기는 어딘가 엉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줄 이상 넘어가는 대사는 소화하기 벅차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잦으며, 몇몇 액션씬에서 특정 동작들이 몸에 익지 않은 느낌을 준다. 물론 중반부에 독일군의 진지와 독일군이 점령한 마을에서 펼치는 액션씬은 그 동안 공개된 그 어떤 DCEU의 액션씬보다 박력 넘치고 강렬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지는 최후의 결전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중반부에 펼쳐지는 이 액션씬이다. 때문에 갤 가돗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몇몇 어설픈 동작들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원더우먼이라는 역사적인 캐릭터의 70여 년만의 실사화라는 부담과 혹평을 면치 못한 DCEU의 전작들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고 있던 <원더우먼>은 다행히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라고 평할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이 간만에 나온 여성 슈퍼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이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DCEU의 전작들이 워낙 별로였다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건너 뛰고 한 편의 영화로만 봤을 때도 아주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움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들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남기는 말이다. 이제 다행히, <저스티스 리그>를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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