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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2016)
    Review/[Movie] 2017. 3. 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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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슈퍼히어로 코믹스 업계의 양대 산맥인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라이벌전은 영화에서는 라이벌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마블이 DC를 압도하고 있다. 물론 10편이 넘어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세계관과 이제 겨우 시작단계인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의 세계관 중 누가 더 낫다고 단순비교하기엔 아직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개별 영화의 완성도를 언급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앤트맨>처럼 다소 마이너한 히어로들이 주축이 된 영화들마저 평단의 비평과 흥행 양 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MCU와 달리, 슈퍼맨과 배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계의 두 거물을 한 스크린에 담아내고도 비평에서는 혹평을, 흥행에서는 본전치기를 면치 못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EU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짐은 고스란히 DCEU의 다음 타자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짊어졌다. DCEU는 슈퍼맨과 배트맨으로 잃은 명성을 빌런집단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반전시킬 수 있었을까?

    영화는 일단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캐릭터 소개부터 시작한다. 각 캐릭터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을 저질러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아만다 월러의 설명과 회상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데, 이 부분은 나름 힘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옷을 입은 듯한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캐릭터 별로 삽입한 시끌벅적한 팝송들을 듣고 있자면 "어때? 우리 쿨하지?"라며 애써 묻고 있는 것 같아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거기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유명하기만 한 노래들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그리고 그나마 힘주어 만든 캐릭터 소개가 끝나자마자 영화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임무는 "굳이 범죄자들의 집단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수행해야 하는 것인가? 그냥 정의의 용사들이 했어도 되지 않나?"하는 의문이 든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조직을 결성한 이유 자체에 대한 의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해소되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의 메인 빌런이 노리는 것은 무려 '인류의 멸망'이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적과 몇몇을 제외하면 일반인에 가까운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대등하게 맞서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방금 전까지 지구를 멸망시키려 거대한 에너지를 모으던 메인 악당은 칼을 들고 근접전을 펼친다. 거기에 그 악당을 쓰러뜨리는 최후의 한 방은 '폭탄'. 왠지 그 동안의 고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악당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힘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와 '결국 아슬아슬하게 주인공이 이긴다', 이 두 가지의 간극을 메꿔가는 것이 바로 이야기의 할 일인데, 깊은 고민 없이 빠르고 간단한 결말을 추구한 결과 조소를 자아내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마고 로비의 할리퀸과 원톱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윌 스미스가 맡은 데드샷에게 할애된다.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 역시 개연성 있는 스토리 속에 빛이 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나있는 서사 속에서 데드샷의 인간미와 할리퀸의 똘끼만 간헐적으로 튀어 나오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 두 캐릭터의 특성만 때려 붓는 게 효과적일 리 없다. 그나마 마고 로비의 할리퀸은 비주얼에서 뿜어나오는 매력으로 상쇄가 되지만, 데드샷은 그냥 수많은 영화에서 소비된 윌 스미스 분의 캐릭터들 중 하나일 뿐이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이야기할 게 없을 정도로 별다른 비중이 없다. 굳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카타나 역을 맡은 배우의 일본어 연기가 매우 처참하다는 것 정도. 여러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에서 비중 분배가 이렇게나 한 쪽으로 쏠려 있다면, 차라리 할리 퀸과 데드 샷의 버디 무비로 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결국 DCEU에 반전을 가져다 줬어야 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진중하지도, 재밌지도, 쿨하지도 않다. 망가진 개연성 속에서 그나마 분위기만은 일관되게 유지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그나마 더 낫지 않았나 싶다. 한 가지 해낸 것이 있다면, DCEU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영화 자체를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게 있다는 인상이 너무 강하다. 어쩌면 나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가능한 빨리 MCU의 라이벌로 자리잡는 것만을 갈망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불안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너무 뻔한 안전빵들을 애써 쿨해보이게 포장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평범한 식빵을 요란한 포장지로 감싸놓고 할리퀸이 춤을 추며 꼭 한 번 맛보고 가라고 홍보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름길보다는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곧 개봉할 <원더우먼>만큼은 급하게 쌓은 모래성이 아니라 기둥을 잘 세워놓은 튼튼한 빌딩이길 빌어본다. 지름길만 골라 가려다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일은 이미 충분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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