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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걸그룹 노래 FAVORITE 10 - 1부Feature/FAVORITE 5 2020. 9. 4. 15:16반응형
Intro
시간은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인간은 편의에 따라 그러한 시간을 분절하여 사용한다. 날짜, 연도, 나이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지만 사실은 쉽지 않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렇다. 연도의 10의 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뭔가 지난 세월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지난 10년 간 내가 가장 애정을 쏟은 것이 무엇인지 돌이켜 보았을 때, 역시 아이돌, 그중에서도 걸그룹이었다.
2020년이 밝았고, '2020 원더키디'의 만화 속 세상은 오지 않았다. 데몬 마왕도 마라 대마왕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들보다 우리 삶을 더 실제적으로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있다. 함부로 밖으로 돌아다니기 힘든 이 시기에 방 안에 앉아서 지난 10년 동안 내가 즐겨 듣던 걸그룹의 노래들을 차분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런 글은 원래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에 쓰는 게 정석이고, 그럴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생에 치여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쓰다 말고 저장해 둔 글을 끄집어내게 되었다. 10년이라는 기간에 맞게 10곡을 뽑아서 1부, 2부로 나눠서 정리해 볼 생각이다. 선정 기준은 완전 내 맘대로이다. 순서는 먼저 발매된 순이다.
1.에프엑스(f(x)) - NU ABO (2010)
이래저래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 최근에 유행하고 있지만, '뉴 노멀'이라는 단어가 진작부터 대중화되었다면 이 단어에 가장 적합한 그룹은 에프엑스(f(x))이다. 특히나 'NU ABO'는 스스로 '뉴 노멀'임을 선포하는 노래로 가장 적합하다. 랩인지 노래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파트, 뚜렷한 주제 의식 없이 파편화된 가사들, '꿍디순디'같은 의미 불명의 단어들, 귀를 찌르는 듯한 전자음들의 향연. 거기에 브릿지 파트에서 루나가 지르는 고음에는 SM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 있는 것까지. 과거의 SM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후대에 이어질 레드벨벳이나 NCT의 원초적 형태까지 찾아볼 수 있는 이 노래는 각 멤버들의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비주얼과 융합되면서 정말 기존의 인류와는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우리는 영원히 2010년대에 f(x)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2.미쓰에이(Miss A) - Bad girl good girl (2010)
미쓰에이(Miss A)의 등장은 훗날 2010년대라는 시대를 돌이켜 보았을 때 손에 꼽히는 아이콘으로 기억될 수지의 등장이라는 포인트도 중요지만, 그들이 무대와 뮤직 비디오에서 보여준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 절도 있고 박력 있는 안무를 선보이는 미쓰에이의 모습은 "Shut up boy"로 대표되는 강렬한 가사와 맞물리며 큰 시너지를 낸다. 신입답지 않게 자신감 있는 표정과 무대 매너, 한 편의 리듬 체조를 보는 듯 무대를 크게 활용하며 춤을 추는 네 멤버의 첫 모습은 여전히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결국 혼자서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파트너를 갈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가사는 지금 보면 다소 아쉬운 면은 있지만,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을 스스로 내세우며 세상의 시선을 조롱하는 가사 역시 당시 나름의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기억에 남는 강렬한 훅과 입에 쉽게 달라붙는 멜로디'라는 박진영의 주 무기가 한껏 발휘된 노래이다.3.카라(KARA) - PANDORA (2012)
'Pretty girl'이나 'Rock U'같은 노래로 기억되는 카라의 귀여운 이미지와 달리 '미스터'의 성공 이후 카라의 타이틀곡은 대체로 강렬하고 매혹적인 컨셉을 유지했다. 그중에서도 카라가 2012년에 발표한 'Pandora'는 카라의 커리어에서 잘 짚어지지는 않았지만, 기억해야 할 노래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이 노래는 카라의 노래라기보다는 한재호, 김승수 콤비의 역작이라고 설명하는 게 더 어울린다. 대체 3분을 겨우 넘기는 시간 안에 몇 개의 소스를 사용했는지도 감이 안 잡히는 사운드의 축제가 펼쳐진다. 당시 상승세를 타던 한재호, 김승수 콤비가 자신들과 함께 성장해 온 카라를 앞세워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모두 해 본 듯하다. 이때는 한재호, 김승수 콤비의 기량이 만개하던 시점이었고, 카라 역시 노련하게 소화해낼 수 있었기에 이 곡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은 압도적인 느낌까지 준다. 물론 이후의 카라나 작곡가들의 행보를 보면 'PANDORA에 모든 힘을 쏟아낸 카라와 한재호, 김승수는 다음 라운드에서 거짓말 같은 패배를 당했다.'같은 느낌을 주지만, 이 곡만큼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과 그들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작곡가들의 자신감과 능력이 정점을 찍은 순간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4.오렌지 캬라멜(Orange Caramel) - 립스틱(Lipstick)
아직도 '본진보다 성공한 유닛'을 꼽으라면 언제나 첫손가락에 꼽히는 오렌지 캬라멜(왜 '카라멜'이 아니고 '캬라멜'인지는 모르겠지만)의 첫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Lipstick'이 4번째로 선정한 노래이다. 오렌지 캬라멜의 존재는 여러 가지 의미로 설명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컨셉을 그룹에게 부여한다'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음을 알린 사례이기도 하다. 그 전의 걸그룹들은 대체로 청순 컨셉으로 데뷔했다가 멤버들의 나이가 일정 정도 지나면 '파격 변신'이라는 이름 하에 섹시 컨셉을 시도하는 방식을 많이 선택했다. 그룹의 이미지가 하나로 고정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여 팀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오렌지 캬라멜은 (본체인 '애프터스쿨'의 컨셉이 따로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첫 데뷔곡인 '마법 소녀'부터 '아잉', '상하이 로맨스' 등을 쭉 거쳐오며 '코믹한 가사와 의상에 뽕삘 가득한 멜로디'라는 컨셉을 그룹의 상징으로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고, 그 안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보여주며 그룹의 생명력을 이어 왔다. 처음엔 이러한 컨셉에 다소 어색해 보이던 멤버들도 반복되는 활동 끝에 이를 체화하는 데에 성공했고, 그 최종 결과물로서 '립스틱'은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존재가 한국 가요계에서 상징하는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5.마마무(MAMAMOO) - 음오아예(Um, Oh, Ah, Yeh) (2015)
마마무(MAMAMOO)는 데뷔 초부터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그룹이지만, 사실 데뷔곡인 'Mr.애매모호'나 그 이후에 발매된 'Piano Man'같은 곡들은 마마무가 지닌 여러 매력들을 잘 살려내지는 못한 곡이었다. 다행히 2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인 '음오아예'는 마마무라는 그룹이 지닌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되어주었다. 익살스러운 문장들과 반전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앞세운 가사, 귀에 쏙 꽂히는 감탄사로 조합된 후렴과 곡 제목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마마무의 네 멤버의 능력과 어우러져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특히 이 곡은 음악 방송에서 그 매력을 빛을 발하는데, 후반부의 대사 부분을 매 무대마다 다르게 소화해내며 무대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물론 '음오아예'가 마마무가 앞서 발매한 곡들이 컨셉에 지나치게 충실하느라 틀에 갇혀 있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매력 있는 곡이라는 점도 있지만, 결국 이제와 돌이켜 보면 2010년대 후반의 대중 매체를 자신들의 매력과 능력으로 휘어잡아낸 마마무라는 팀의 매력이 가장 잘 살아난 곡을 꼽으라면 역시 '음오아예' 이상은 꼽기 어렵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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