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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걸그룹 노래 FAVORITE 5
    Feature/FAVORITE 5 2019. 12. 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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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어느덧 한 해는 다 가고 나는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는 대신 또 올해 들었던 걸그룹 노래 중 가장 마음이 들었던 5곡을 뽑아 보기로 했다. 언제나 노력은 하지만 모든 걸그룹 노래를 들을 수는 없고, 그 중에서 5곡을 뽑은 기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혹시 안 들어 본 노래가 있다면 들어보시길 권하는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1.이달의 소녀 - Butterfly

     이달의 소녀의 첫 완전체 활동곡 'Hi High'는 아쉬운 부분이 컸지만 곧바로 이어진 다음 완전체 활동곡 'Butterfly'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이달의 소녀' 서사의 마침표로서 썩 괜찮은 감흥을 선사한다. 리버브가 잔뜩 들어간 사운드들과 끝까지 오르는 듯한 가성으로 만든 몽환적 분위기가 나비 효과를 의미하는 파편화된 가사와 맞물리며 인상 깊은 노래를 만들어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오가는 안무 역시 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으며, 다양한 특색을 지닌 '소녀'들이 등장하며 오히려 노래를 부른 아이돌의 비중이 더 적은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음악과 안무와 영상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케이팝의 특질을 제대로 잘 살린 기획 역시 눈에 띈다.

    2.러블리즈 - Close to you

     

     난 가끔 러블리즈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쌓여온 한국형 걸그룹의 적통을 잇는 후계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한국의 가요를 들으며 자란 이들이 만들어낸 지극히 가요적인 멜로디와 가사, 거기에 트렌디한 편곡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양새가 러블리즈의 음악이라고 볼 때 'Close to you'는 너무나 한국적이며 너무나 러블리즈적인 음악이다. 2000년대 초중반 어디쯤에서 흘러나왔던 듯한 익숙한 멜로디 위로 첫사랑에 빠진 심정을 수줍게 고백하는 가사는 한국 걸그룹들의 모든 정체성을 한 곡에 압축해놓은 모양새이다. 거기에 박력있게 내려치는 드럼과 세련된 편곡은 러블리즈라는 팀의 색깔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만 후속곡 활동에서 보여준 다소 밋밋한 안무는 조금 아쉬웠다.

     

    3.(여자)아이들 - Lion

     Mnet의 서바이벌 <퀸덤>은 출연했던 모두가 승자라고 해도 될 만큼 출연진들 각자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승자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을 선택할 것이다. 그룹 전체의 색깔뿐 아니라 멤버들의 특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프로듀서 전소연의 능력이 한껏 빛을 발한 노래. 인기에 발맞춰 재빠르게 제작한 뮤직 비디오에서의 이미지 역시 곡의 느낌을 확실하게 살려주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 2NE1 이후로 끊겼다고 생각했던 거칠고 야성적인 매력을 지닌 걸그룹의 계보를 (여자)아이들이 확실하게 잇고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소소하지만 'I'm a queen like a lion'이라는 가사를 모든 멤버가 빠짐없이 부르게 한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앞으로 전소연이 이끌고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 갈 (여자)아이들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4.우주소녀 - 이루리

    사실상 10인 체제로 전환된 이후의 우주소녀의 행보는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Boogie Up'처럼 대중성을 한껏 겨냥한 노래들도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장기적으로 그룹의 색깔을 지키면서 점점 확장해나가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점차 나은 상업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1월에 발표된 '이루리'는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우주소녀만의 색깔이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듯한 노래이다. 걸그룹이 사랑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충분히 다채로운 색깔을 선보일 수 있으며, 그 안에서도 여전히 여성이 내세울 수 있는 매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주소녀는 '이루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중국인 멤버들의 공백이 오히려 다른 멤버들이 부각될 기회를 마련해주는 전화위복이 되고 있고, 우주소녀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차츰 자신들의 지변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은서, 루다, 여름의 보컬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이 곡의 아쉬움이다.

     

    5.레드벨벳 - Psycho

    2019년 한 해를 상당히 부지런히 보낸 레드벨벳이지만, 올해에 나온 노래들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컸다. 개인적으로 난해함과 발랄함과 몽환적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것이 레드벨벳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짐살라빔'은 난해하기만 했고, '음파음파'는 발랄하기만 했다. 그 와중에 2019년의 마무리를 일주일 앞두고 나온 'Psycho'는 간만에 가장 레드벨벳다운 노래이다. 잘게 쪼개지는 하이햇 위로 종잡을 수 없는 멜로디 라인을 선사하는 노래 위에 귀에 익숙하게 꽂히는 후렴구를 선보이는 노래는 흡사 레드벨벳의 전작인 'Bad Boy'를 떠오르게 하지만, 또 'Bad Boy'와는 전혀 다른 밝은 느낌을 주는 것에도 성공한다. R&B와 힙합이 대중음악계에 다양한 형태로 침습하고 있는 와중에, 가장 높은 완성도를 쟁취하는 음악은 언제나 레드벨벳의 것이었다. 무엇보다 'Psycho'를 통해 이러한 음악적 성취는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내는 멤버들의 보컬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웬디의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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