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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렁큰 타이거 노래 FAVORITE 5
    Feature/FAVORITE 5 2019. 9.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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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는 한국 힙합의 상징적인 이름이다.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는 나뉠지언정 이 앞문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힙합이 댄스 음악의 하위 장르로 오해받고 곡해되던 1990년대 후반부터 흔히 대세라고 불리며 완전히 한국 대중음악계에 정착한 지금까지, 드렁큰 타이거의 이름은 가장 치열하고 뜨겁고 묵직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타이거JK와 DJ샤인으로 출발한 2인조 그룹에서, 5집을 기점으로 타이거JK의 솔로 체제로 바뀌었지만, 드렁큰 타이거의 에너지는 오히려 줄지 않고 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래서 지난 2018년 11월, 정규 10집을 마지막으로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앨범을 내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쉬움이 컸다. 물론 타이거JK는 여전히 능력 있는 뮤지션이고 그의 음악 활동은 멈추지 않을테지만, 드렁큰 타이거의 이름으로 된 앨범이 마지막이라는 건 드렁큰 타이거에 열광했던 내 어린 시절과의 작별을 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 혼자 드렁큰 타이거의 역사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 5곡을 꼽아보았다. 좋은 음악은 시대와 무관하게 가치 있다고 하지만, 막상 고른 5곡은 모두 그 시절 드렁큰 타이거와 함께 했기에 열광할 수 있던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뻔하더라도 함께 들으며 드렁큰 타이거와의 추억을 되짚어보기엔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순서는 발매일순.


    1.뿌리

    4집 [뿌리] 수록곡


    사실 드렁큰 타이거의 1~3집의 수록곡들은 꽤나 강렬하고 인상적인 곡들이 많지만, 한국어 가사의 경우 주변의 동료 뮤지션들이 써준 경우가 많아서 높게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때문에 타이거JK가 전면적으로 한국어 가사를 쓰기 시작한 4집에 이르러서야 드렁큰 타이거의 앨범은 제대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4집에서 타이거JK는 다양한 소재로 꽤나 완숙한 수준에 한국어 가사를 써내면서도 기존에  영어 가사에서 선보이던 카리스마 가득한 자신의 랩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4집에서 가장 빛나는 트랙은 4집의 포문을 여는 '뿌리'이다. "총알보다 무서운 건 MC의 철학"이라는 가사로 포문을 여는 이 트랙은 건조하면서도 몽환적인 비트 위에 타이거JK와 DJ샤인이 담담한 톤으로 내뱉는 랩이 인상적인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날 최고라 하면 겸손하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라는 가사는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시크하면서도 멋진 가사라고 생각한다.
    타이거JK가 프로듀서로 출연했던 '쇼미더머니6'에서 다시 등장하며 또 한 번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


    2.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6집 [1945해방] 수록곡

    5집에서도 DJ샤인이 딱 한 곡에만 참여했지만, 방송 활동도 함께 하는 등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엄격하게 따지면 6집이 드렁큰 타이거가 타이거JK의 1인 체제로 완전하게 자리잡은 후 나온 첫 앨범이다. 6집은 타이거JK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눈에 띄는 앨범이다.

    그중에서도 타이거JK의 음악적 색깔을 가장 완연하게 보여주는 트랙은 타이틀곡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이다. 세상에 시선이 아무리 당신을 괴롭게 해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는 그 나름의 의미를 분명히 지닌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후렴에서 강렬한 랩을 뿜는 윤미래와 브릿지 파트에만 등장함에도 곡을 다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드는 다이나믹 듀오의 목소리도 이 곡이 지닌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MC라는 단어를 'Move the Crowd'의 줄임말이라고 주장할 때 근거로 들기 가장 적합한 곡 중 하나이다.


    3. 8:45 Heaven

    7집 [Sky is the limit] 수록곡

    타이거JK가 한국어 가사를 쓰며 나타난 그의 장점은 바로 그가 스토리텔링에 상당히 능력이 있는 래퍼라는 점이다. 타이거JK는 그 어떤 이야기든 화자에게 이입해서 세밀한 감정 묘사를 잘 해내는 리리시스트(Lyricist)이다. 그러한 그의 강점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낼 때 가장 빛이 난다. 스스로의 내면을 섬세하게 관찰할 줄 아는 사람이 세밀하면서도 독특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질 때의 시너지는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7집의 타이틀곡 '8:45 heaven'은 그 에너지가 가장 폭발적이면서도 절절하게 전달되는 곡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족의 죽음'을 소재로 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고 활동할 만큼 뚝심있는 사람은 타이거JK 뿐일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느낀 소회를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그의 랩과 가사는, 그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청자에게 몇 배 증폭되어 받아들여진다. '실수일거야. 신도 완벽하진 않아.'라며 할머니의 죽음에 신을 원망하고 'the most beautifulist thing in the world/the most precious thing in the universe'이라고 할머니의 사랑을 지칭하는 가사는 처음 들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가슴을 가장 찡하게 하는 라인들이다.

    이제는 모두가 아는 랩스타가 됐고 당시에도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이미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입증했던 더 콰이엇(The Quiett)과의 협업 역시 인상적인 지점. 특히 7집에는 더 콰이엇이 메인 프로듀서라고 할 만큼 여러 곡에 참여했는데, 이는 드렁큰 타이거가 꾸준히 한국 힙합에 다양한 측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바이기도 하다.


    4.Monster(Eglish ver.)(feat.Rakaa, Roscoe Umali, T, Rakim)

    8집 [Feel ghood muzik: the 8th wonder] 수록곡

    드렁큰 타이거의 8집 앨범이 발매를 앞두고 트랙리스트를 공개했을 때, 2장의 CD와 27트랙이라는 방대한 양에 한 번 놀랐지만, 피쳐링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린 Rakim의 존재에 두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힙합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이름 중 하나인 Rakim과 한국 힙합의 상징 같은 위치를 차지하는 드렁큰 타이거의 조합은 기대를 높여 놓기에 충분했다. 물론 같은 곡에 참여한 Dilated People의 멤버 Rakaa의 참여도 놀라웠지만, Rakaa의 경우 이 시기에 한국 뮤지션들과 협업을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에 약간 예상을 알 수 있었다면, Rakim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었다.

    'Monster'는 앨범의 2번째 CD인 <Feel hood side>의 타이틀곡으로 수록된 드렁큰 타이거의 솔로곡을 리믹스한 트랙이다. 솔로곡은 '발라버려'라는 라인을 활용한 언어유희를 통해 키치한 매력을 뽐내는 곡이다. 리믹스 트랙은 참여진들의 무게감 있는 랩을 통해 박력 있는 트랙으로 재해석된다. Rakaa가 재치있게 포문을 열어 젖힌 이 트랙은 드렁큰 타이거의 오랜 음악적 동료인 Roscoe Umali와 T의 단단한 랩을 지나 우탱클랜의 Ol' Dirty Bastard를 오마주한 플로우를 선보이는 타이거JK의 랩 모두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Rakim의 특유의 라이밍과 플로우가 빛나는 벌스로 곡을 마친다. 웅장함과 박력을 동시에 지닌 비트 위에 정상급 래퍼들의 퍼포먼스가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드렁큰 타이거가 한국 힙합에 남긴 소중한 흔적이라 할 만하다.

    5.Yet

    10집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 수록곡

    드렁큰 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인 10집(사실 윤미래와 비지가 함께 한 [살자] 앨범이 드렁큰 타이거의 정규 9집 앨범이라는 것은 10집이 발매가 되고서야 알았다.)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는 긴 시간에 걸려 발매된 만큼 다양한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트랙을 꼽으라면 선공개곡으로 공개되었던 'Yet'이다. 드렁큰 타이거가 겪었던 고난, 현재의 자신의 위치,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짐 등이 거칠면서도 솔직한 언어로 잘 담겨 있다. 

    특히 8집부터 함께 해 온 프로듀서 랍티미스트(Loptimist)와의 협업이 의심의 여지 없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트랙이기도 하다. 짧게 끊어치는 사운드 위로 후렴구에 귀를 찌르는 듯 울리는 태평소 소리, 랍티미스트 특유의 묵직한 드럼 사운드가 합쳐지고 그 위에 신들린 듯 랩을 뱉는 타이거JK의 퍼포먼스 역시 일품이다. 이 앨범 역시 2CD로 발매되어 많은 수록곡들이 실려 있지만, 드렁큰 타이거의 지난 시간을 되짚고, 앞으로 타이거JK가 펼쳐 갈 음악 세계를 기대하는 데에는 이 한 곡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Outro

    드렁큰 타이거의 이름은 한국 힙합에서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랜 시간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을 쫓아 듣고 따라 부르며 즐거워 했던 나의 지난 시간에 대한 회고이자, 한국 힙합에 큰 발자국을 남긴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에 대해 바치는 나 개인의 짧은 헌사로 이 글을 남기고자 한다. 20년의 활동 기간, 10장의 정규 앨범을 넘어 또다른 단계로 도약할 타이거JK의 도전에도 여전한 기대와 존중을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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