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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들의 슬램덩크 2, 도전의 가치가 퇴색될 때
    Feature/Entertainment 2017. 3. 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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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언슬')가 걸그룹 도전기로 시즌 2를 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이들이 많다. 시즌 1에서 선보인 여러 아이템 중 화제성이 가장 높았던 걸그룹 도전을 시즌 2의 유일한 최종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걸그룹 도전 그 자체가 나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시즌 1에서의 도전과 시즌 2에서의 도전은 그 가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즌 1은 멤버들이 가지고 있던 꿈을 다른 멤버들의 도움으로 함께 이뤄나간다는 컨셉이 있었다. '언슬' 멤버들의 걸그룹 도전 역시 제작진이 던져준 미션이 아니라 시즌 1의 멤버였던 민효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이미 여러 차례의 도전을 함께 거치며 단단해진 멤버들은 민효린의 꿈이었던 걸그룹 데뷔를 마치 자신의 꿈인 양 최선을 다해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멤버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빛을 발하며 결국 '언니쓰'는 큰 화제를 몰고 왔고, 음원 발매 즉시 차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2는 사정이 다르다. 시즌 2는 프로그램의 목표 자체가 걸그룹 프로젝트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멤버들마다 걸그룹에 도전하고픈 사정은 있다. 이것이 진심이든 방송용이든, 꽤나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 2의 걸그룹 데뷔가 본질적으로 제작진이 던져준 미션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즌 1의 도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인 경우라면, 시즌 2는 제작진이 던져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는 수동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는 경우이다.

    더구나 가요계에서 걸그룹, 혹은 아이돌이라는 존재의 위치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거의 모든 생활이 소속사의 통제 하에 있으며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할 기회는 극히 제한된다. 몇 번의 큰 성공을 이루거나 데뷔한 지 오래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력을 갖지 않고서야 주체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권한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1의 '언니쓰'는 괜찮은 전복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걸그룹이 되기를 자처했고, 자신들의 프로듀서로 박진영을 선택했다(물론 미리 방송국 차원에서의 합의는 이루어졌겠지만).

    하지만 시즌 2의 걸그룹은 프로듀서부터 안무가까지 모든 것을 제작진이 선택했고 멤버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몇몇 의견 반영은 이루어지겠지만 결국 제작진이 짜놓은 틀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무수히 많은 걸그룹 중 또 하나의 걸그룹이 곡을 만드는 과정을 매주 1시간씩 중계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과거의 성과에만 집착한 안일한 판단으로 시즌 1의 '언니쓰'가 지녔던 가치가 실종되어버렸다.

    새로운 멤버들로 꾸린 '언슬' 시즌 2의 걸그룹도 나름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설령 이들이 시즌 1만큼의 성공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아쉬움은 남을 것이다. 시즌 1이 '꿈을 위한 도전'이라면 시즌 2는 '미션 수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언슬' 시즌 1이 각광받았던 것은 그 멤버로 걸그룹이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꿈을 찾아가고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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