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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인보우, 뜨는 것 빼고는 다 잘했던 아이돌
    Feature/Entertainment 2017. 3. 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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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데뷔해 7년 간 활동해온 걸그룹 '레인보우'가 2016년을 기해 해체되었다. "뜨는 것 빼고 다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함을 선보였지만 결국 음악 방송에서는 한 번도 1위를 거머쥐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오랜 시간 레인보우를 지켜봐왔던 팬의 마음에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글을 적어본다.


    데뷔 자체는 순탄치 않았다. 같은 기획사를 통해 먼저 데뷔한 '카라'가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그 덕분에 약간의 관심을 받으며 출발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들의 데뷔곡이 'Gossip Girl'이라는 걸 기억하는 이는 흔치 않다. 1년 뒤 발매한 디지털 싱글 'A'가 나름의 성공을 거두면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걸그룹 반열에는 올랐으나 이 때도 정상급 걸그룹이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줄지어 발표된 'Mach', 'To me...', 'Sweet Dream' 등의 곡들도 크게 실패했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끝내 성공한 아이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방송 1위를 거머쥐는 데에는 실패했다. 팬들과 가수, 기획사에겐 터질 듯 말 듯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레인보우의 커리어 중 그룹으로서 가장 빛났던 기간은 이때였다.

    'Black Swan' 활동 2주차에 방송됐던 주간아이돌.

    그러나 이 방송이 나가는 주에 'Black Swan' 활동을 접어야 했다.


    이후에 발표된 곡들은 상업적 실패는 물론 레인보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회자되지 않는다. 특히 3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Black Swan'은 최악의 퀄리티를 선보이며 회생의 불씨마저 꺼뜨린다. 3번째 미니 앨범이 발매되기 전의 긴 공백기 동안 SNS와 블로그, 방송을 통한 활발한 개별 활동으로 대중에게 회자되며 '이번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끓어오르던 시점이었기에 'Black Swan'의 완성도와 상업성 양측 모두에서의 대실패는 뼈아팠다. 발표 2주만에 음반 활동을 접어야 했고, 1년 후 다시 재기를 노려봤지만 마지막 활동곡이 되어버린 'Whoo'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리고 레인보우는 해체했다.


    그렇다면, '뜨는 것 빼고는 다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룹의 이름인 무지개처럼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던 

    레인보우는 왜 결국 뜨는 것에는 실패했을까?


    우선 레인보우를 각인시킬 만한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레인보우만의 확실한 음악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고, '레인보우'하면 떠올릴 만한 키워드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결국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흐름에 따라 이런 저런 컨셉을 시도하다 존재감이 약해졌다. 오히려 뚜렷한 이미지가 없음을 활용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방법도 택할 수 있었으나, 레인보우는 7년간의 활동 중 1년 8개월이라는 공백기를 2번이나 가지면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조차 충분히 얻지 못했다. 레인보우가 서는 행사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해체하는 그 시점까지 데뷔 2년차에 발표한 'A'였다는 점이 레인보우의 이런 현실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개인적으로 '뜨는 것 빼고 다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역설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이 별명은 레인보우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뜨지 못했음을 유머 코드로 삼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 레인보우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넘어서 더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예계에서 '뜨지 못했다'는 수식어는 결코 성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수의 대중은 '유행'이라거나 '대세'라는 말에 한 번 쯤은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 그런데 '뜨지 못했다'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는 멀어지는 존재가 된다. 다수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미지는 '굳이 나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안 그래도 시대의 흐름을 타기 위해 접해야 할 '유행'과 '대세'는 차고 넘치는데 뜨지 못한 아이돌까지 관심을 가져줄 여유가 없다. 그리고 '뜨는 것 빼고 다 잘 하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로 레인보우를 인식한 이들에게도 합리화의 여지를 제공한다. "역시 뜨는 건 못하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열성적인 팬덤으로 변모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뜨는 것 빼고 다 잘 하는 아이돌'로서 얻은 유명세가 오히려 걸림돌이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1년에 기백팀이 데뷔한다는 아이돌 시장에서 레인보우 정도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방송 무대에 오를 수 있었으며, 음원 차트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해보기도, 음악 방송에서 1위 후보에 들어보기도 했다. 나름의 히트곡과 팬덤도 있었다. 그러나 레인보우는 많은 사람들과 팬들에게 뜨지 못한 비운의 걸그룹으로 기억된다. 꼭 음악 방송 1위를 해보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레인보우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그룹과 멤버들의 끼와 재능에 비해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개별활동에 들어간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색깔로 빛나길 바라본다. 그리고 언젠가 그 반짝이는 빛들이 다시 모여 무대 위에서 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함께 빛나는 날이 오는 것도 함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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