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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넛맨의 아이러니
    Feature/Entertainment 2017. 1. 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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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발단은 복잡하지 않았다.메킷레인 레코즈의 래퍼 오왼 오바도즈는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이하 DM)을 보낸 팬에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했고 이를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팬에 대한 오왼 오바도즈의 성폭력은 전적으로 가 잘못한 문제이며 이 문제에 대해 오왼 오바도즈는 사과문을 올린다.런데 여기서 과민 반응이 하나 불쑥 튀어나온다.

    오왼 오바도즈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일에 관련한 멘션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넛맨의 트윗은 더 큰 파장을 낳는다. 오왼 오바도즈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오히려 도넛맨은 그것이 큰 잘못은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트윗을 한다. 문제는 여기서 아이돌 그룹을 걸고 넘어진다는 점이다. 이 발언으로 인해 두 가지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첫 번째 아이러니는 그동안 힙합 음악이 받아 왔던 핍박을 그대로 다른 대중 예술에 투사한다는 점에 있다. 에픽 하이의 멤버인 타블로의 학력 위조설을 강력하게 주장했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의 한 회원이 했던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라는 발언은 수많은 힙합 뮤지션과 힙합 팬들을 화나게 했다.

    그리고 어느 대중 음악 평론가는 한 음악 잡지에 "‘힙합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직 어리거나 젊은이다. 욕을 멋으로 아는 아이들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다."라는 발언으로 힙합을 폄훼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은 이 평론가 한 명의 생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기성 세대가 힙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주는 전형성을 가득 품고 있다.

    이런 식으로 힙합은 꾸준히 질 낮은 음악, 수준 떨어지는 음악으로 폄하되어 왔다. 그러나 힙합 음악은 여러 뮤지션들의 뛰어난 작품으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세계적인 유행을 타게 되면서 당당한 대중 예술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힙합 뮤지션이 다른 장르의 음악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두 번째 아이러니는 도넛맨이 자신들이 만드는 것은 '음악'이고, 아이돌 그룹이 내놓는 것은 '상품'이라는 표현하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힙합은 하나의 예술이고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상업주의에 부합해 만든 상품이라는 도넛맨의 시선이 드러나는 것인데, 힙합이야말로 돈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갖는 음악 장르 중 하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힙합은 끊임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증명해내는 음악이며, 그 과정에서 물질적인 것을 통해 자신의 성공을 드러내는 표현들이 많이 쓰인다. 힙합 뮤지션들의 성공은 가사나 SNS를 통해 자신이 가진 비싼 물건들을 과시하는 것으로 증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과시는 뮤지션의 유명세를 늘려주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며, 그것을 다시 과시함으로써 더 유명해지는 순환을 만들어 낸다. 힙합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이나 공연 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가 하나의 비즈니스가 됨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상업적 이득을 얻어내는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하는 장르가 바로 힙합이다. 이러한 힙합 음악을 하면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상품'이라는 단어로 깎아내릴 수 있을까?

    더군다나 도넛맨은 일부 힙합 뮤지션들과 힙합 팬들에게서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만 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온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던 전력이 있기에 그의 말은 곧이 곧대로 들릴 수 없다. '쇼미더머니'라는 제목의 쇼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으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음악은 상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아이러니 아닐까.

    힙합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하는 음악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러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방향이 다른 음악을 깎아내림으로써 성립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힙합에 대한 자부심이 성폭력으로 비난받는 동료를 감싸기 위해서 동원되어서도 안 된다. 도넛맨이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고는 하나 내게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없는 고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사과까지 한 만큼 부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빌어본다. 래퍼들이 흔히 사용하는 "One Love"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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