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누구를 위하여 스트리밍을 돌리나
    Feature/Entertainment 2017. 3. 20. 21:15
    반응형

    국내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한다. 따라서 각 음원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음원 차트는 대중들에게 해당 노래가 얼마나 소비되었는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데, 보통 한 시간 단위로 발표되는 차트는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기에 매우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팬덤은 '내 가수'의 노래가 발표되면 음원 순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차트 순위는 한 시간마다, 심지어는 5분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꾸준히 순위를 올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행위를 "스트리밍 돌린다."라고 말한다. 순위를 하나라도 올리기 위해, 또 높은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팬들은 '차트 순위에 반영되도록 스밍(스트리밍)하는 법'을 공유하며 서로를 독려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독려를 넘어선 분노가 표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 공유

    이러한 분노는 음원 차트의 순위가 낮을 때보다는 음악 방송 순위 발표 후 더욱 활발히 표출된다. 음원 점수라는 이름으로 스트리밍이 얼마나 되었는지, 또 다른 가수와의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산출되어 눈 앞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약 음원 점수가 조금만 높았다면 종합 점수에서 1위를 할 수 있었을 경우 공격은 더욱 격렬해진다. '입스밍(말로만 스트리밍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하지 않는 행위)', '안스밍'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같은 팬덤 내부의 구성원들을 공격하는 행위는 음악 방송 1위 발표 이후 SNS를 뒤덮는다.

    가수들에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중요하며 명예로운 일이다. 그리고 1위를 만들어주고 싶은 팬덤의 바람 역시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사실상 음악 방송 1위는 대중에게서 공신력을 잃어가고 있다. 해당 가수의 팬덤 외의 사람들은 거의 구입하지 않는 음반의 판매량이나 팬덤의 조직력과 활동력이 크게 좌우하는 문자 투표 점수, SNS 점수가 순위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대중에게 익숙치 않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며 결국 음악 방송의 순위는 기준도 들쭉날쭉하고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1위를 수상한 가수와 그 팬덤에게 명예를 주는 것 이외의 파급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다.

    물론 1위 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팬덤의 입장에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1위에 오르는 명예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호의를 가지고, 자신과 같은 입장에서 가수를 좋아하는 다른 팬들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한 개인이 팬심을 가지고 팬덤의 일원이 되었을 때, 그 팬심이 같은 팬덤 내부의 타인에게 억압당하고 질타받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과연 한 개인의 팬심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결국 팬덤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전체의 규율보다는 개개인의 팬심이 중요하다. 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좋아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그 어떤 누구에 의해서도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스트리밍을 돌리고 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팬들을 욕해도 되는 자격같은 것은 생기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우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도 팬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

    내 덕질 하기도 하루는 짧다

    따라서 '내 가수를 위해 가장 많은 것을 하는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그것만이 절대적 가치인 듯 상정한 채 타인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 처해 있는 여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같은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팬덤은 확장성을 갖게 될 것이며 이탈하는 팬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팬덤은 누군가를 함께 좋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진정 "내 가수"를 위협하는 사람은 스트리밍을 돌리지 않는 사람일지, 아니면 스스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여 팬덤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일지 한 번 쯤은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