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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Sun & Shine]Review/[Music] Album 2017. 3. 22. 17:07반응형
발매일 : 2006년 5월 25일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어 여러 피쳐링 아티스트들을 섭외해 만드는 힙합 앨범은 양날의 검과 같다. 여러 뮤지션이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들의 다양한 랩과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프로듀서가 일일이 뮤지션의 가사나 랩, 보컬 등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생기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구난방으로 흐를 수 있다는 단점 역시 가지고 있다. 또한 프로듀서는 목소리가 아닌 곡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앨범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도 2006년에 나온 결정의 [Sun & Shine]은 이런 위험성을 비켜 가는 앨범이다. 결정이 만들어낸 비트는 독창적이라거나 참신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잘 다듬어져 있고 안정적이다. 앨범은 강력한 한 방을 남기기 보다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10명의 래퍼와 3명의 보컬이 참여한 앨범이 이 정도로 응집성을 갖게 하는 것 역시 프로듀서의 역량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주요 위치에 자리잡은 트랙들이 대부분 사랑 노래여서 얼핏 감성적인 면이 강조된 앨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힙합 특유의 무게감을 지닌 트랙들 역시 다수 포진되어 있다. 특히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은 그 어떤 목소리 없이도 앨범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일리네어 레코즈의 수장으로 잘 알려진 더 콰이엇이 거의 전곡의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다는 점은 소소한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 역시 역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첫 트랙 '개선'에 자리한 라임어택(RHYME-A-)은 앨범의 포문을 열고 청자들의 귀를 집중시켜야 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래퍼로만 알려져 있던 키비(Kebee)가 DJ의 역할로 이 곡에 참여했다는 것 역시 앨범을 듣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이다. 이제는 랩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센스(E SENS)의 'Purple or Blue'는 각 벌스마다 반전이 있는 가사 구성으로 작사가의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랩으로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앨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Memory Time'에서의 마이노스(Minos)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진솔하게 담아낸 트랙을 듣는 순간이다. 중성적인 음색을 가진 R&B 보컬 Trish가 참여한 'Can't Be'는 다른 트랙들과는 다른 느낌을 품고 있으면서도 앨범에 잘 녹아든다. 여러 뮤지션들의 재능을 감상하고 있다보면 한 장의 앨범이 매우 짧게 느껴진다.
이 앨범은 발매 당시인 2006년 당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어떤 꼴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샘플링 작법을 위주로 한 트랙 위에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진솔하면서도 감성적인 가사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고, 그 흐름을 주도하던 이들의 이름 역시 이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느덧 발매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어떤 유행의 흐름과는 별개로 분명히 가치있는 음악을 품고 있는 앨범임에 틀림없다. 곧 다가올 따스한 봄에도 잘 어울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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