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드스피치 [Elements Combined LP]Review/[Music] Album 2017. 3. 17. 16:53반응형
발매일 : 2005년 5월 10일
빅딜 레코즈는 2000년대 중후반에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하던 레이블이다. 하드코어 힙합이라는 말의 개념이 생소하다면 흔히 한국에서 통용되던 '정통 힙합'이라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더 어려워졌다면 죄송합니다.) 둔탁한 드럼 위로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 깔리고 다소 거친 가사를 뱉는 류의 힙합들을 이렇게 부르는데, 근래 들어서는 '붐뱁(Boombap)'이라는 말로 분류되곤 한다. 당시 빅딜 레코즈는 크게 호평을 받은 데드피(DEADP)의 1집 [Undisputed LP]로 이러한 하드코어 힙합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었고 뒤이어 2005년에 발매된 어드스피치(Addsp2ch)의 1집 [Elements Combined LP] 역시 그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드스피치의 랩은 톤의 높낮이를 왔다갔다하며 부드럽게 음절들을 연결 짓지만, 특유의 목소리가 상당히 허스키하기 때문에 거친 느낌의 프로듀싱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가사에서 인상적인 지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지만, 목소리를 통해 기복을 만들어내며 청각적으로는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랩보다 조금 더 집중되는 부분은 프로듀싱이다. 특히나 타이틀 곡인 'Addsp2ch'를 비롯해 'The Moon'과 '한 편의 시(Loptimistic Remix)', 'A legend' 등 총 4곡에 참여한 랍티미스트(Loptimist)의 프로듀싱이 단연 눈에 띈다. 이미 데드피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랍티미스트는 이 앨범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뽐낸다. 랍티미스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하드코어 힙합부터 재지한 스타일의 곡까지 선보이며 앨범의 킬링 트랙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빅딜 레코즈의 또 다른 멤버였던 마일드 비츠(Mild Beats) 역시 첫 곡인 'Elements Combined'부터 'Rival'과 'The Real'까지 총 3곡을 프로듀싱했는데,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랍티미스트와는 대비되는 스타일의 곡들로 두 프로듀서의 작품을 비교하며 듣는 즐거움이 있다. 마일드 비츠는 선명한 색채를 가진 랍티미스트의 곡들에 비해 몽환적인 감각을 주는 곡들을 선보이며 랍티미스트의 곡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앨범 곳곳에 배치된 게스트 래퍼들의 랩 역시 앨범을 듣는 즐거움을 두 배로 만들어준다. 모든 참여 래퍼들이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적절하게 기여했으나, 가장 인상적인 사람 두 명을 꼽아보자면 'The Moon'에 참여한 팔로알토와 'A Legend'에 참여한 사이먼 도미닉이다. 두 래퍼 모두 현재와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랩을 선보이는데 여기서 풋풋함을 느껴볼 수 있고, 특히 'A Legend'는 사이먼 도미닉이 정식 음반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념할 만한 곡이다.
빅딜 레코즈와 멤버들은 여러 문제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고, 이 앨범의 주인공인 어드스피치 역시 음악 활동이 뜸해진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빅딜 레코즈가 추구하던 음악적 가치와 이들이 만들어 낸 흐름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되짚어 볼 때 분명한 발자취를 남겼음을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빅딜 레코즈를 기억할 때, 가장 빅딜 레코즈의 음악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앨범을 한 장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어드스피치의 [Elements Combined LP]를 선택할 것이다. 어드스피치와 피쳐링으로 참여한 래퍼들, 그리고 빅딜레코즈의 상징과도 같던 두 프로듀서의 곡이 만나 그들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앨범을 완성했고, 이 앨범이 두고두고 회자되며 빅딜 레코즈의 행보가 더 오래 기억되길 바라본다.
반응형'Review > [Music] Alb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quence [Crucial Moment] (0) 2017.03.30 CB MASS [Massappeal] (0) 2017.03.27 결정 [Sun & Shine] (0) 2017.03.22 슬릭 [COLOSSUS] (0) 2017.03.15 카라 [PANDORA] (0) 2017.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