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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릭 [COLOSSUS]
    Review/[Music] Album 2017. 3. 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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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 2016년 6월 2일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여성 힙합 MC의 존재감은 상당히 빈약하다. 최고의 여성 래퍼로 꼽히는 윤미래는 커리어에 힙합 앨범이라곤 한 장뿐이고, 그마저도 한국어 가사는 주변 뮤지션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외워서 읊은 것에 불과하다. 아티스트로서의 윤미래가 얼마나 뛰어난 MC인가는 논의 선상에 올리기도 민망할 정도이고, 랩 기술자로서의 가치만 인정해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에 나온 여성 MC의 결과물은 스테디 비(Steady B)나 리미(Rimi)의 정규 앨범 정도를 제외하면 조명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거나 조명을 받을 만큼의 완성도를 가지지 못했다. 그마저도 스테디 비는 발성과 전달력에서 감점 요인이 크고, 리미의 앨범은 곡의 빈약함과 응집력의 부재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또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여성 힙합 뮤지션들을 위한 TV 프로그램이 존재하긴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출연자들 역시 아직 인상적인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한 채 몸값만 올라있는 이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발매된 래퍼 슬릭(SLEEQ)의 정규 1집 [COLOSSUS]는 주목할 만한 결과물로 자리매김하게 될 수밖에 없다. [COLOSSUS]에서 슬릭은 랩 기술자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몇몇 여성 래퍼들이 톤에 과도하게 힘을 주어서 목소리를 꾸며내는 것과 달리 슬릭은 자신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여 안정적인 톤을 유지한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듯 엇박을 타는 리듬감 역시 최근의 여느 래퍼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가사에서는 과한 허풍을 덜어내고 자신의 내면을 담백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나간다. 특히 '9174', 'Liquor'같은 트랙에서의 가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One and olny'나 'Stay with me'의 가사 속에 은근히 깔려있는 자신감이나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슬릭이라는 래퍼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물론 칭찬할 구석만 있는 앨범은 아니다. 아직 씬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듀서들이 주로 참여한 프로듀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정제된 구성은 가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곡을 듣는 재미는 다소 떨어지게 한다. 또 여러 곡이 전체적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겠으나, 곡들 간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 오로지 앨범의 퀄리티와 래퍼로서의 능력치로 자신을 증명해낸 슬릭이 앞으로 더 주목되는 아티스트가 될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이라며 "슬릭에게는 이름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빼도 된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슬릭이 여성이라는 점이 더욱 강조되었으면 한다. 이 정도 퀄리티의 앨범을 내놓는 여성 MC가 더 많아질 때, 비로소 여성 MC들은 편견없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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