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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quence [Crucial Moment]Review/[Music] Album 2017. 3. 30. 23:21반응형
발매일 : 2007년 5월 18일
소울컴퍼니는 감성적인 힙합을 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잔잔하거나 밝은 느낌의 트랙 위에 일상적인 언어로 가사를 써서 젊은 청취자들의 공감을 얻는 방식의 곡들이 이들의 음악을 대표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소울컴퍼니가 창단되고 대부분의 멤버가 군 입대를 하며 생긴 공백기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키비(Kebee)나 더 콰이엇(The Quiett)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소울컴퍼니라는 집단의 부흥을 가져오기도 했고, 거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힙합이라는 장르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진입 창구로서의 역할도 해냈다.
다만 소울컴퍼니가 그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앨범이 있었으니 바로 2007년 발매된 로퀜스(Loquence)의 [Crucial Moment]이다. 로퀜스는 제리케이(Jerry.k)와 메익센스(Makesense)로 구성된 팀으로 이들은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트랙 위에 강렬한 랩을 쏟아 내는 로퀜스의 존재는 소울컴퍼니의 음악이 다양성을 갖게 하는 데에 큰 일조를 했다.
그리고 [Crucial Moment]는 기존의 하드코어 힙합이라 분류되던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들과 분명히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제리케이와 더 콰이엇이 주축이 되어 완성한 트랙들은 어둡고 박력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하드코어 힙합이라는 하위 장르의 특징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로퀜스 이외의 게스트 래퍼나 보컬들 역시 앨범의 분위기에 적합한 뮤지션들을 섭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단순히 거친 가사를 직설적으로 뱉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주제를 디테일한 방식으로 하드코어 힙합이라는 틀 속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늙은 창녀의 노래', '증거인멸'이나 '죽음의 문턱'같은 트랙에서는 스토리 텔링 기법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실루엣'같은 다소 섬뜩한 소재의 사랑이야기부터 '그것은 집착 혹은 환상'같은 전형적인 사랑 노래까지 앨범에 담겨 있다. 특히 소울컴퍼니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 디테일한 내용을 구성해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하던 로퀜스에게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소울컴퍼니가 선보이던 음악과 색다른 음악을 선보이면서도 소울컴퍼니 특유의 강점까지 품고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 이후 로퀜스는 몇 장의 싱글과 한 장의 믹스테입을 발매하고 소울컴퍼니의 해체와 동시에 팀 역시 해체되었다. 로퀜스의 해체 이후 음악적 활동이 전무한 메익센스와 달리, 제리케이는 꾸준히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며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이라는 레이블을 설립해 슬릭, 던말릭, 리코 등을 씬에서 나름의 입지를 가진 뮤지션으로 성장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하는 모습은 아마 보기 힘들겠지만, [Crucial Moment]를 들으면 로퀜스라는 팀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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