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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블 디펜더스(Marvel Defenders)', 딱 기대했던 만큼만
    Review/ETC 2017. 8. 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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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펜더스의 이전 시리즈는 물론 본작에 대한 스포일러 역시 포함된 글입니다.※

    드디어 기대하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마블 디펜더스(Marvel Defenders)'(이하 '디펜더스')가 지난 8월 18일 공개되었다. 기존의 시리즈들이 시즌 당 13회로 구성되어 있던 것에 비해 8회의 단촐한 구성으로 공개되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디펜더스에 대한 반응들이 올라왔고, 하루만에 다 몰아서 볼 여력이 없었던 나는 스포를 낭낭하게 당하며 겨우겨우 감상을 마쳤다.

    다 본 감상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시리즈의 바로 전작인 '아이언 피스트' 덕분에 나쁘지 않게 보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내가 넷플릭스 드라마들 간의 팀업 무비, 일종의 넷플릭스판 어벤져스인 '디펜더스'를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데어데블' 시즌 1이 끝나고 '제시카 존스'가 시작하기 직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제시카 존스'에 이어 '데어데블' 시즌 2, '루크 케이지'에 이르기까지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들 덕에 '디펜더스'에 대한 기대는 한껏 높아졌었다.

    하지만 '아이언 피스트'는 달랐다. 이해하기 힘든 주인공 캐릭터와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 전개, 밍숭맹숭한 액션씬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던 '아이언 피스트'를 보고 난 후 "어쩌면 디펜더스도 망할 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높아진 불안감에 비하면, '디펜더스'는 썩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우선 각자의 사명감으로 시작해 네 명의 히어로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물론 이 과정을 강조하느라 초반부가 꽤 긴 시간동안 네 명이 큰 접점없이 흘러 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긴 하지만, 다급하게 진행되기보다는 하나하나 쌓아온 드라마 시리즈처럼 천천히 개연성을 가지고 만나게 만드는 스토리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이들이 제대로 만나자마자 시작되는 화끈한 액션들도 좋았다. 네 명의 히어로가 각자 주연인 드라마들 중 특히 '제시카 존스'와 '루크 케이지'에서는 메시지에 치중하느라 노출 빈도가 많지 않던 액션씬이, 이 네 명이 거의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화끈하게 이어졌다는 점 역시 보는 재미를 주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것만 같던 네 멤버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를 꾸준히 따라온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아쉬운 점은 우선 빌런 집단인 '핸드'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데어데블'과 '아이언 피스트'를 통해 존재감을 키워오긴 했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최종회가 되어서야 밝혀진다. 이전까지는 핸드가 '블랙 스카이'를 통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거의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벌이는 음모의 무게감이나 위협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오히려 부각되지 않는 면이 있다. 거기다 '데어데블'과 '아이언 피스트'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던 마담 가오나 바쿠토같은 인물이 그저 핸드의 간부 1, 간부 2 정도의 느낌으로 표현되는 것도 다소 맥이 빠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전작에 이어 여전히 납득 안 되는 성격을 지닌 아이언 피스트, 대니 랜드의 존재 역시 드라마의 즐거움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아마도 제작진은 대니 랜드를 '세상물정 모르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사람'으로 그리고 싶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심지어 그렇게 그리는 것에 실패했다는 걸 본인들도 파악했는지 대니 랜드의 여자친구인 콜린의 입을 빌어 이 대사를 직접 던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대니 랜드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언피스트를 소환할 때 안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한 탓에 핸드의 염원까지 이루어주고 만다. 

    결국 산전수전 다 겪은 다른 3명의 히어로가 대니 랜드가 벌이는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대니 랜드는 정신적 성숙을 이룬 것처럼 연출되지만, 우리는 대니 랜드가 이미 쿤룬에서 15년간 수행을 하고도 그 모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4명의 히어로가 만나는 팀업 무비에서 후반부 내용이 왜 대니 랜드 한 명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 다른 캐릭터들이 희생되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요약하자면 이 드라마는 설득력있는 동기로 뭉쳐서 알 수 없는 핸드의 계획을 계속 쫓아가다가 아이언 피스트가 정신적 성숙을 얻으며 끝나는 스토리이다. 물론 이벤트성이 강한 작품인 만큼 당연히 뭔가 묵직한 메시지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같은 것을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다. 물론 마무리에 예상치 못한, 그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스토리는 꽤 마음에 들었지만, 다 보고 나서 속이 시원해지진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아이언 피스트'가 워낙 별로였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고 이 정도로 마무리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관련글 - [Review/ETC] - 마블 '아이언 피스트', 보기 괴로운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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