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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아이언 피스트', 보기 괴로운 성장기Review/ETC 2017. 5. 17. 15:50반응형
마블(Marvel)에서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드라마들은 꽤 인상적인 작품들이다. 법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는 '데어데블(Daredevil)',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차 있던 '제시카 존스(Jessica Jones)', 또 이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루크 케이지(Luke Cage)'까지. 슈퍼 히어로가 등장한다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화두를 다양하게 던져 준다는 점에서 왜 마블이 이 캐릭터들을 영화화하지 않고 긴 호흡이 필요한 드라마라는 방식을 택했는지 알 수 있다. 또 이들을 한 데 모아 '디펜더스'라는 팀을 꾸려 드라마화한다는 아이디어 역시 흥미를 돋우는 지점이다.
스포일러가 마구마구 튀어나올 예정이니 주의하세요
자 그럼, 이들과 함께 '디펜더스'의 멤버로 확정된 마블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인 '아이언 피스트(Iron Fist)'는 어떨까. 거대 기업인 랜드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의 아들에서 비행기 사고로 졸지에 가족을 잃고 자신을 구해준 수도승들이 데려간 수도원인 쿤룬에서 키워지다가 15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대니 랜드(핀 존스 분)가 바로 아이언 피스트의 주인공이다. 대니 랜드는 그 수도원에서의 수련과 고행 끝에 계승되어 오는 아이언 피스트를 얻게 된 것이다.
제목이 '아이언 피스트'인 만큼 대니 랜드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니 랜드는 내적으로 엄청나게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외적으로도 아이언 피스트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에 전혀 매력이 없다. 아니 오히려 비호감 투성이인 인물이라 표현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우선 쿤룬을 지켜야 하는 아이언 피스트의 숙명이 지겨워서 뉴욕으로 뛰쳐 나온다는 점부터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15년 만에 돌아와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회사 이름이 랜드이고 내 이름도 랜드라는 점이다. 15년 간 고생해서 회사를 운영해 온 이들의 심정은 전혀 이해하지 않고 원래 우리 아빠 거니까 내놓으라고 땡깡을 부리는 수준이다. 또 이 드라마 시즌1의 사실상 메인 빌런인 해롤드 미첨(데이비드 웨넘 분)이 하는 말을 전혀 의심없이 철썩같이 믿다가 마지막 회가 되어서야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달을 땐 정말 한숨이 절로 난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수도원에서 자라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수도승들 손에 키워졌다기엔 감정 조절도 전혀 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의 조언을 전혀 듣지 않으며 자신이 내키는 대로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민폐를 끼치는 내용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혹여 주변에서 말이라도 몇마디 하려고 치면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소리를 치는 장면도 여럿이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겐 넌 그러면 안 된다고 훈계질을 멈추지 않는다.
아이언 피스트의 성격 한짤 요약
그렇다면 보는 재미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것도 아니다. 아이언 피스트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두 편에 걸쳐 한 번 정도 나오고, 어쩌다 있는 액션씬도 타격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액션씬을 위한 액션임이 너무 티나게 드러난다는 이야기이다. 아마 쿵푸의 특징을 잘 살리고 싶었던 거겠지만, 급박하게 싸우는 장면에서 천천히 쿵푸 자세를 잡는 모습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특히 대니 랜드 역을 맡은 배우의 몸 동작에서 쿵푸 액션이 익숙치 않다는 티가 마구 느껴지면서 몰입을 상당히 방해한다.
사실상 보조 캐릭터로 등장한 미첨 가의 남매, 워드 미첨(톰 펠프리 분)과 조이 미첨(제시카 스트로프 분)에 이야기에 훨씬 더 눈이 간다. 조이 미첨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오빠와 15년 만에 돌아온 대니 랜드 모두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꾸준히 표시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냉철하게 해 나간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고서도 후반부에 총까지 맞는 상황이 생기면서 자신이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게 되고 차기작에선 흑화할 것이란 암시를 남기게 될 정도로 분노를 느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워드 미첨은 조이 미첨과 반대로 신경 쇠약에 걸려 약을 복용하다 못해 헤로인에까지 손을 대고 끝내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마지막엔 옳은 일을 찾아 결단력있게 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첨 남매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 인해 둘의 입지가 뒤바뀌는 이야기가 대니 랜드, 아이언 피스트의 이야기보다 훨씬 매력있게 느껴진다. '디펜더스' 시리즈나 '아이언 피스트' 시즌 2가 나오게 된다면, 이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갖게 되길 소망해본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거리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데에만 신경 쓴 나머지 크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한 빌런 집단인 '핸드'가 '데어데블' 시리즈에 이어 중요한 집단으로 부상하고, 결국 대니 랜드가 아이언 피스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러 돌아간 수도원이 '핸드'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추측되면서, 곧바로 뒤이어 나올 '디펜더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측되었기에 지루함과 답답함을 참고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나의 고생을 감안해서라도, '디펜더스'만큼은 괜찮은 작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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