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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너> 시즌 2 리뷰Review/ETC 2019. 11. 28. 12:05반응형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의 시즌 1에 대한 이야기부터 짤막하게 해보자. <범인은 바로 너> 시즌 1은 새로운 시도의 프로그램임에는 분명했지만 생각보다 단점이 더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추리 예능을 표방했지만 고정 출연진들은 스스로 추리하기보다는 게스트나 제작진이 미리 설치해 둔 힌트를 쫓아가기 바빴다. SBS의 <런닝맨>을 맡았던 PD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내가 예측했던 추리물보다는 <런닝맨>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유재석과 이광수가 <런닝맨>에서 보여 준 관계성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드라마인지 예능인지 불분명한 정체성 사이에서 출연진들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화면을 뚫고 나오며 시청자들에게 당황스러움을 선사했다.
그런 면에서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는 많은 부분들이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체화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출연진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은 맡은 역할의 인물이 되지만, 주어진 미션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스스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 덕분에 시시때때로 몰입이 깨졌던 시즌 1에 비해서는 훨씬 몰입이 쉬운 편이며, 이는 10편의 에피소드를 시청자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시즌 2에 새로 합류한 고정 멤버 이승기가 다른 출연진이 시즌 1에서 보여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답습한다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프로그램의 구성 면에서도 나은 모습을 보인다. 어줍잖게 추리 요소를 집어넣기보다는, 추리물이라는 컨셉을 잡은 버라이어티 예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듯 보인다. 시즌 2 전체는 '꽃의 살인마'를 검거하는 추리물로 진행되지만 매 에피소드의 각 미션들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형식을 취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출연진들의 역량에 맞는 방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태항호나 김민재, 윤종훈, 스테파니 리같은 일종의 NPC 캐릭터들을 투입하여 출연진들의 미션 성공 여부에 따라 힌트가 주어지는 방식은 열린 구조의 추리 미션을 던져주고 출연진들이 막힐 때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힌트를 던져주는 인물들이 나타나던 시즌 1에 비해서 훨씬 깔끔해졌다.
다만 시즌 2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설정한 '꽃의 살인마'와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추리물로서의 <범인은 바로 너>가 시즌 1부터 지니고 있던 취약점이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꽃의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은 다소 애잔하기까지 하다. 제작진도 결말이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했는지 시즌 내내 제시해 둔 단서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각하는데, 기획의 부족함을 편집으로 극복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더 초라해 보인다. 마치 말장난을 하고 이게 왜 말장난이지 설명하는 데 시간을 쏟는 사람을 보는 듯한 뻘쭘함을 선사한다.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이 남은 프로그램이지만 그럼에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범인은 바로 너>를 본다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실상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 보면 그 의의는 더욱 부각된다. 트렌드에 따라 성공한 예능을 베끼기를 서슴치 않으며 식상한 포맷에 얼굴만 갈아끼운 듯한 공중파 예능이 더 이상 시청자들의 관심을 크게 얻지 못하는 현실을 떠올리면, <범인은 바로 너>의 위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일종의 추리물이라는 컨셉과 드라마타이즈의 형식에 다채로운 미션을 선보이는 <범인은 바로 너>는 작금의 공중파 예능에선 넘보지 못 할 웰메이드 예능임에는 틀림이 없다. 너무 많은 떡밥을 남겨두고 시즌 3에 대한 열린 결말을 남겨 놓은 지금, <범인은 바로 너>가 새 시즌에서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한국 예능의 새로운 흐름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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