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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BLACKPINK)를 보며 느끼는 오묘함
    Feature/Entertainment 2017. 6. 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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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블랙핑크(BLACKPINK)의 새 싱글 '마지막처럼'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음악을 들으며 이것저것 떠올리다가 생각이 사방팔방으로 뻗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블랙핑크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마지막처럼'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기존에 발매됐던 곡들을 들어보고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 글은 위화감을 느낀 나 스스로의 감정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없으시다면 죄송합니다.

    일단 블랙핑크라는 팀의 이름부터 이해해보자. 원래 어떤 의미가 있건 내가 받아 들인 정보들을 해석한 바에 의하면 상당히 직관적인 이름인 것 같다. '블랙'은 투애니원(2NE1)으로 기억되는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걸그룹이 가지는 이미지를 계승해보겠다는 뜻이고, '핑크'는 투애니원과는 달리 훨씬 더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해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휘파람'에서 멤버들보다 더 나이가 많을 것 같은 유행어인 "빠라바라바라밤"이나 '붐바야'에서 뜬금없이 호명하는 "오빠"라는 가사의 정체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투애니원은 언제 어디서나 턱을 치켜 들고 자신의 멋짐을 뽐내며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의 느낌이었다면, 어찌됐든 블랙핑크는 투애니원보다는 더 살가운 존재로 인식시켜 보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핑크가 그동안 발표한 음악이나 메인 보컬의 음색, 의상, 멤버 수 등 여러 면에서 필연적으로 투애니원을 연상한 내가, 마침 투애니원의 해체와 맞물려 블랙핑크가 투애니원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는 착각 하에 블랙핑크를 맞이한다면, 일종의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길 일은 아니다. 그런 전략이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블랙핑크가 선보이는 컨텐츠 안에 묻어 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블랙핑크는 멤버들이 어리고, 가사에는 뜬금없지만 귀여운 포인트들을 담고 있고, 무대에서 이미 여러 걸그룹들이 닳고 닳게 입었던 스쿨룩을 입는 등 대중에게 보다 살갑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틀은 투애니원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YG가 다수 대중의 지지를 받는 걸그룹을 탄생시키고 싶었던 의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틀부터 새롭게 짠 것이 아니라 YG가 기존에 하던 것에 몇 가지 조미료만 더 넣은 것 같은 모양새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애니원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지도 못한 채,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서 깨어날 때처럼 급작스럽게 "오빠!"를 외치는 블랙핑크의 모습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결국 블랙핑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YG라는 회사의 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YG는 종종 대형기획사답지 않게 어딘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블랙핑크로만 한정지어 본다면 데뷔 당시에 8곡을 만들고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를 차례차례 공개하며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발매된 곡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텀도 너무 길고 통일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방식은 현재 아이돌 시장의 마케팅 트렌드와도 상당히 거리가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은 어떻게든 곡 수를 채워 미니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 기간 중 여러 차례 팬사인회를 개최해 팬덤과 가수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이는 음반 판매를 통한 수익 증대라는 단기적 이익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도 코어 팬덤을 견고하게 만들어 다음 활동에서의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 또한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직찍'이나 '직캠', '썰' 등은 팬덤 외부의 사람들은 팬덤 내부로 포섭하는 미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8곡을 다 활동하겠다는 욕심때문에 아직까지 디지털 싱글만 발매하고 피지컬 앨범은 없기에 팬사인회를 개최하기 어렵다. 그리고 음악 방송을 제외하면 예능에서도 딱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다. 물론 음원 차트의 순위 상으로는 매우 좋은 결과를 연이어 얻고 있지만, 다른 아이돌들에 비해 팬덤과의 접촉면이 상당히 낮고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에 모습을 잘 비추지 않는다는 건 "오빠!"를 외치고 스쿨룩을 입고 춤을 추는 블랙핑크의 모습과 상당히 엇박자를 낸다.

    하지만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보자. 디지털 싱글을 연이어 발표하고 그걸 모아 음반으로 내는 방식은 이미 YG에서 빅뱅이나 위너를 통해 시도했던 방식이다. 그리고 멤버 전원이 출연하여 그룹이 통째로 초점을 받는 예능만 골라서 출연하는 듯한 모습도 꾸준히 YG의 그룹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결국 이름의 절반인 '핑크'에서 느낄 수 있는 포부는 이해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데에서 그친 것은 아닐까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그래도 YG인데"하는 생각도 마음 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결국 음악이건 팬들과 접촉하는 방식이건 YG는 YG의 방식이 있을 테고, 그것을 지켜나가며 블랙핑크가 다른 그룹들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룰 수도 있다. 음원 차트의 순위만 본다면 이미 이룬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 스스로 세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틀 속에 블랙핑크를 밀어넣고 혼자 궁시렁대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나마 YG니까"라는 생각 역시 지울 수는 없다. 큰 고민없이 YG가 하던 방식에 요즘 트렌드 같아 보이는 "오빠"를 외치는 소녀 느낌 좀 넣고, 그 다음엔 교복 비슷한 것 입혀서 내보낸 것 같은 모양새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나마 YG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이 정도로 인기 있는 건 아닐까. 내 머리 속에서 "그래도 YG인데"와 "그나마 YG니까"의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블랙핑크가 끝없이 왔다갔다하며 오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정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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