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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미더머니', 얄팍한 욕망의 집합소
    Feature/Entertainment 2017. 5. 2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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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넷(Mnet)의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이하 '쇼미')가 곧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쇼미'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과는 별개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만 생각해본다면, '쇼미'를 통해 힙합이라는 장르는 대중의 일상에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스며 들었으며, 실력있는 여러 뮤지션들이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는 유지 여부도 불명확한 '슈퍼스타 K'를 밀어내고 '프로듀스 101'과 함께 명실상부한 엠넷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다.

    처음부터 '쇼미'가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슈퍼스타 K와 나가수를 결합했다'는 요상한 홍보 문구는 사실 그대로였다. 아마추어 래퍼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거쳐 결승 참가자들을 선발하고 나면, 그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뮤지션들과 팀을 이뤄 나가수 스타일의 경연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그다지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는 유명인이 된 로꼬(LOCO)와 치타(CHEETAH)가 '쇼미' 시즌 1 출신이지만, 이들이 유명해진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기 때문이다.

    시즌 2에 스윙스(Swings)가 참가자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쇼미'에 지각 변동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래퍼들의 도토리 키재기를 봐야 했던 시즌 1보다는 확실히 무대의 퀄리티가 상승했고 화제성도 높아 졌다. 아는 사람만 아는 뮤지션이었던 스윙스는 전국구 스타가 되었고, 같은 시즌에 출연했던 매드 클라운(Mad Clown)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력은 있으나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던 뮤지션들이 참가자로 뛰어들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쇼미'를 통해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은 셈이다.

    아이콘(iKON)의 멤버 바비(BOBBY)

    시즌 3에서는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YG 소속 연습생이었던 비아이(B.I.)와 바비(BOBBY)가 참가자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매니아 층에서도 인정받던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심지어 바비는 당시 14년차 뮤지션이었던 바스코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으며 결국 우승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했다. 아이돌 그룹의 래퍼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던 시대는 끝이 나고, 랩을 잘 한다면 그건 그대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서사를 만들어 낸 셈이다.

    두 번의 시즌을 거치며 '쇼미'에는 자신을 알리고 싶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음악적인 면모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돌 래퍼들의 대회전이 펼쳐졌다. 시즌 4에서는 성공한 보이그룹의 멤버이자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위너(WINNER)의 송민호와 나머지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결국 우승은 베이식(Basick)이 차지했지만, 실력의 승리라기보다는 스토리의 승리에 가깝다는 인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바스코(VASCO). 현재는 빌 스택스(BILL STAX)로 이름을 바꿔 활동중이다.

    '쇼미'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부작용이나 악영향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오늘은 잠시 그 얘기를 접어두고 본다면 결국 여러 논란 속에서도 '쇼미'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발굴'이나 '아이돌 래퍼의 재발견'같은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시즌이 거듭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쇼미'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성공한 래퍼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이들이 방송의 영향으로 음원 차트나 각종 공연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쇼미'가 일종의 인증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전 시즌에 출연했던 참가자들이 재도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쇼미'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 뮤지션이 그동안 쌓아온 그 어떤 커리어보다 '쇼미'에서 얻은 성적이 훨씬 더 많은 것을 규정짓기 때문이다. 시즌 5에서 결승 무대에 진출한 래퍼 중 절반 이상이 전 시즌에 출연한 적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이 점을 더 명확하게 시사한다.

    이들은 이미 전 시즌 참가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각종 행사에 불러다녔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낸 음원을 '쇼미'에 출연하기 전보다 훨씬 많이 팔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지점이 느껴졌을테고, 그렇다면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재도전을 통해 지난 번보다 더 나은 성적을 얻는 것이다. 혹여라도 지난 번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을거란 판단이 있었다고 추측된다. 이미 활발히 활동하며 나름의 유명세와 성공을 얻었던 뮤지션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쇼미'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작은 긍정적인 지점마저 오염된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재도전자와 기성 뮤지션의 참여가 눈에 띄는 '쇼미' 시즌 6의 참가자 라인업을 보면 이러한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심지어 시즌 1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우승까지했던 더블케이(Double K)도 참가자로 나섰다고 한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이들이 '쇼미'에 나가서 진정으로 얻길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요.'라는 대답이 이번 시즌에서 또 한 번 들려올 때, 더 이상 그 대답을 솔직하고 멋지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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