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미운 우리 새끼', 미혼과 미성숙의 동일시
    Review/ETC 2017. 4. 13. 23:34
    반응형

    SBS의 예능 '미운 우리 새끼'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싱글 남성 연예인들의 삶을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일견 MBC의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해 보이지만, '나 혼자 산다'가 출연진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그램이라면 '미운 우리 새끼'는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출연진의 어머니들의 시선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요소 하나로 '나 혼자 산다'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모든 것이 해석된다. 다소 불완전한 감이 있지만 '나 혼자 산다'는 어디까지나 출연진 본인의 입장이 부각된다.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며 출연진 본인의 인터뷰로 자신의 일상을 설명한다. 따라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하는 행동은 대부분 자신의 삶을 양질로 영위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되어 전달된다. 늘상 하는 취미 활동도, 이전에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는 것도,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운 우리 새끼'는 어머니들의 시선이 개입되고 제작진이 이에 적극 호응하며 출연진들의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된다. 출연자들의 모든 행동은 '미혼'이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미혼'은 곧 '미성숙'과 동일시된다. 클럽에 가서 춤을 추는 것도, 동료 연예인들을 집에 불러 술을 마시는 것도, 키우는 반려견의 생일 파티를 하는 것도 모두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되며 "저러니 장가를 못 가지"라는 식의 코멘트가 따라 붙는다.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교정의 대상이며, 교정의 방법은 '결혼'이다. "저러니 장가를 못 가지."는 "그래서 장가를 가야 한다."로 이어진다. 관찰을 당하는 남성 연예인들의 인터뷰가 삽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출연진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벌이는-당연히 방송을 위해 과장된-행동들을 보며 화를 내고, 그런 어머니들의 모습을 웃음의 코드로 삼는다. 그리고 결론은 늘 "결혼을 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그리고 남성 연예인들의 일상에 개입하는 여성은 빠른 속도로 결혼이 불가능한 대상과 가능한 대상으로 구분된다. 애인이든 아내든 파트너가 없는 이성애자 남성 연예인이 여성을 만났을 때 생기는 텐션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그 순간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저 여성이 며느리감으로 어떠한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위에 언급했듯 제작진의 편집이나 자막같은 연출 역시 이런 여성의 동의를 받은 적 없는 평가들에 적극 호응한다.

    이 순간 방점은 제작진에게 찍혀야 한다. 아들이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는 출연자의 어머니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오랜 시간 구시대적인 성역할과 결혼관을 체득하고 그에 따라 살아온 어머니 세대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아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지를 결코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제작진이 이 입장을 그대로 재생산한다면 분명히 문제이다. 출연진들이 최대한 철없게 비춰지도록 하고 여성이 화면에 개입하는 순간 자막과 배경음악, 재생 속도를 활용해 러브 라인처럼 보이게 하는 뻔한 연출을 지속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혼과 미성숙을 동일시하고 모든 여성을 결혼 대상으로만 국한짓는 것은, 싱글이 늘어나고 초혼 연령도 올라가며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고 있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묻게 된다. 미혼과 미성숙을 동일시하며 '저 나이 먹도록 결혼도 못한 남자들'을 전시하며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지극히 구시대적이다. 그렇다고 고전적 성역할과 결혼관을 가지고 있는 출연자의 어머니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것이 무례하지 않을 리 없다. '미운 우리 새끼'가 싱글 남성 연예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의 현재를 '미완성'으로 규정하고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말 족하는걸까.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지점이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