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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나(Fana) [FANACONDA]
    Review/[Music] Album 2017. 5.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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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 2017년 4월 26일

    화나(Fana)의 가사는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대부분의 가사를 라임을 이용하여 채워나가는 방식은 그 집요함에 한 번 놀라고 기발하게 언어를 활용하여 라임을 만들어 내는 참신함에 두 번 놀라기 마련이다. 또한 음절의 경계를 마구 넘나들고 라이밍을 위해 발음을 상당히 왜곡하는 과정에서도 가사 전달력이 매우 뛰어난 점은 화나가 단순히 동일한 음절 연쇄를 나열하는 수준 이상으로 랩에 대해 고민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거기서 화나의 성취가 여기까지라면 화나의 음악은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한 찬사만을 나열하다 끝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화나는 본인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그 안에서 가사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갖춘 뮤지션이다. 그의 첫 앨범인 [Brainstorming EP]에서 '악당수업'이나 '엄마지갑'같은 곡이 여전히 회자되는 것은 단순히 컨셉의 기발함 뿐 아니라 그 노래 안에서 설정된 화자의 감정을 랩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는 화나의 능력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

    화나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인 [FANACONDA] 역시 그러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 두번째 정규 앨범 [FANAttitude]와 선명하게 비교된다는 점이 이번 앨범을 감상하는 재밌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메세지와 밝은 분위기의 곡들 위에서 노래하듯 조곤조곤 랩을 했던 [FANAttitude]와 달리 이번 앨범 [FANACONDA]에서 화나는 어두운 분위기의 곡 속에서 목소리를 긁으며 강렬한 톤을 유지한다. 무겁게 내리치는 드럼과 거친 목소리로 뱉어내는 화나의 랩이 어우러지며 앨범은 상당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가사가 담고 있는 메세지 또한 분위기에 맞고 묵직하고 날카롭다. 특히 위에 언급했던, 특정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심정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화나 특유의 방식과 달리 대부분의 곡의 화자가 화나라는 뮤지션과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는 곡들이 다수이다. 몸집만 커진 채 진정성있는 음악이 사라진 힙합 씬의 모습과 거기에 어울려 돈과 명성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만은 그 길을 걷지 않겠다는 가사들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서 화나의 고뇌와 다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한, CD에만 수록되는 곡인 '12 Boxes'를 제외한 전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김박첼라는 이 앨범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소스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으면서도 단순히 반복되는 룹(Loop)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서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활용하여 화나의 랩이 가진 감정선을 극대화한 김박첼라의 프로듀싱은 단연 최근 나온 한국 힙합 앨범을 통틀어도 가장 발군이다. 한 번은 화나의 랩과 가사에 집중했다면, 다른 한 번은 랩 뒤로 흐르는 곡에 집중하며 감상해보길 권한다. 세심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들이 앨범 곳곳에 배치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화나의 랩 퍼포먼스가 주는 느낌이 단조롭다는 것이다. 여전히 빽빽하게 채워진 라이밍과 목소리를 긁으며 내는 거친 톤의 조화는 매력적이지만, 라임을 구성하는 음절의 수가 늘어나면서 같은 방식으로 리듬을 타는 구간이 상당히 늘어났다. 때문에 다음에 치고 나올 랩이 충분히 예상되면서 듣는 감흥이 다소 감소하는 점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과 관련한 화나의 인터뷰나 김박첼라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상당히 공들여 만든 앨범이며 뮤지션들 스스로도 자부심을 상당히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나와 김박첼라가 풀어놓은 소회는 굳이 다른 지면을 활용하지 않고 [FANACONDA]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공들여 만든 앨범이며, 만든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겠구나.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으로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앨범이다. 앞으로 몇 년간 들어도 괜찮을 앨범이 또 하나 늘었구나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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