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기쨈토끼 [Cycle]Review/[Music] Album 2017. 5. 8. 14:54반응형
발매일 : 2010년 1월 4일
20년 남짓한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뮤지션들의 세대를 구분하는 행위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고민되긴 하지만, 과일사냥꾼은 어떤 식으로 나누든 1세대에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 유남생과 딸기쨈토끼, 친형제인 두 멤버로 구성된 이 그룹은 한국 힙합이 태동하던 초창기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으며 대부분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이 공연 활동에 집중하던 시기에 2장의 EP 앨범을 발매하며 자신들의 발자취를 선명하게 남기기도 한다.
과일사냥꾼의 두 멤버 모두 랩을 하기는 하지만 은근하게 역할이 구분되긴 한다. 프로듀싱은 딸기쨈토끼가 전담하고 있으며 랩에 있어서는 딸기쨈토끼보다는 유남생이 훨씬 유려한 랩을 선보여 메인 래퍼로서의 역할을 한다. 초창기 활동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갖다가 2006년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 불어온 싱글 열풍을 타고 [그림들]이라는 싱글을 발매하기도 한다. 딸기쨈토끼가 만든 재지한 느낌의 비트 위에 유남생의 유려한 랩이 조화를 이루며 오랜만의 컴백이었지만 시류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괜찮은 완성도를 선보인 싱글이었다.
때문에 딸기쨈토끼가 솔로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다소 의외였다. 유남생에 비해 곡에 어울리지 못하고 튀는 톤과 더불어 경직된 느낌을 주는 딸기쨈토끼의 랩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크게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솔로 앨범이 나온다면 딸기쨈토끼가 전곡을 프로듀싱하고 유남생이 랩을 얹은 유남생의 솔로 앨범이 더 경쟁력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2008년에 발매한 첫 솔로 앨범은 6곡짜리 짧은 앨범으로 2곡의 리믹스 트랙과 인스트루멘탈을 제외하면 그다지 자신의 랩을 앞세우지 않았고, 이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2010년에 발매한 솔로 앨범 [Cycle] 역시 이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2트랙이나 담겨있는 이 앨범은 짤막한 인스트루멘탈 트랙과 딸기쨈토끼의 랩이 얹어진 트랙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랩이 수록된 트랙만 하더라도 10트랙 남짓하기 때문에 이 곡들만 모아서 발매할 수도 있었겠지만, 짤막한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이 수록된 것은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자 부족한 랩 퍼포먼스를 상쇄시키는 전략일 것이다.
랩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지만 프로듀싱에 있어서는 특별히 흠 잡을 곳을 잡기 어려운 정도로 괜찮은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샘플링 작법을 기반으로 재즈 음악을 활용해 만들어 낸 딸기쨈토끼의 트랙들은 잘 다듬어진 드럼 위에서 때로는 전형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독특한 느낌을 내기도 하면서 탄탄한 완성도를 선보인다. 냉정하고 잔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랩이 포함되지 않은 인스트루멘탈 트랙들만 골라서 쭉 들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물론 모든 트랙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다 하더라도 앨범 전체가 지닌 흐름과 전체적으로 안정된 완성도를 선보이는 매우 매력있는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발매 당시에도 크게 회자되지 않았고, 현재 과일사냥꾼의 두 멤버 모두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 들어보거나 기억에서 사라진 앨범일 수 있지만, 이대로 묻히기에는 매우 괜찮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가장 먼저 선택해서 듣는 앨범이기에 이 글을 통해 기억해두려고 한다. 시간이 될 때 꺼내듣기 괜찮은 분위기 있는 힙합 앨범이다.
반응형'Review > [Music] Albu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지팩트(Jazzyfact) [Waves Like] (0) 2017.06.03 히피는 집시였다 [섬] (0) 2017.05.25 화나(Fana) [FANACONDA] (0) 2017.05.05 P&Q [Supremacy] (0) 2017.05.01 트와이스(TWICE) [The Story Begins] (0) 201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