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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TWICE) [The Story Begins]Review/[Music] Album 2017. 4. 26. 23:02반응형
발매일 : 2015년 10월 20일
언젠가부터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소속사 내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아직 연예인이 되지 못한 연습생들이 데뷔하기 전부터 대중들에게 심사를 받게 하고 그 결과로 인해 꿈이 좌절되는 과정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트와이스(TWICE)라는 그룹의 탄생 과정을 대중의 심판대 위에 올려 놓고 저울질한 엠넷(Mnet)의 '식스틴(SIXTEEN)'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런 비인간적인 면모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몰고 오는 화제성이 이 모든 것을 덮을 만큼 큰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은 언제나 끝맛을 씁쓸하게 한다.
때문에 트와이스에 대한 첫인상 역시 부정적으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트와이스라는 그룹 자체나 멤버들 개개인에 대한 인상이라기보다는, 잔인한 서바이벌까지 벌여가며 자신의 연습생들을 정신적 고통 안으로 몰아 붙인 소속사에 대한 감정이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했어야 할 아이돌 그룹의 성공을 위한 기획이라는 업무를 연습생들의 감정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시행했다는 점과, 결국 최종 멤버 선발에 회사의 의중이 어느 정도 개입했다는 점은 꽤 불쾌함을 남긴다. 그리고 이것은 트와이스라는 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해소할 만큼 트와이스의 데뷔 앨범 [The Story Begins]는 상당히 매력적인 앨범이다. 꽤 많은 수의 걸그룹들이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외부의 시선에 의해 해석된 여성의 모습을 선보였던 데 비해 [The Story Begins]의 음악들은 여성이라는 화자 그 자체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때문에 '순진하거나 요염하거나'라는 기준에 의해 단순하게 구분된 여성보다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멤버들과 비슷한 또래들이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느낄 법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놓는 방식을 택한다.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는 않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질러버리는, 풋풋하면서도 당찬 연애의 초보가 느끼는 감정들이 앨범의 주된 내용이다. '오빠'를 부르면서 다분히 청자를 겨냥하는 듯한 가사보다는 대상을 'CANDY BOY'라고 지칭하거나, 고백을 받은 이후의 짜릿함 같은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화자의 감정 표출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이다. 이 지점이 트와이스를 남성들의 요구에 맞춤으로써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트와이스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트와이스의 이런 매력은 멜로디 자체보다는 리듬감을 더 중시하는 편곡과 맞물리며 밝고 활기차며 긍정적인 느낌으로 구현된다. 성별을 떠나 누구라도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스무살 언저리의 여성이 가질 법한 에너지를 건강한 느낌으로 표출하면서 트와이스는 이전의 걸그룹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영역을 독보적으로 장악하는 데에 성공한다. 다만 9명이라는 멤버 수가 무색하게 대부분의 보컬을 지효와 나연이 맡아야 하는 실력의 불균형이 유독 첫 앨범에서 많이 드러났다는 단점은 짚지 않을 수 없긴 하다.
결국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출발했던 트와이스는 [The Story Begins]를 통해 이것을 꽤 멋진 방식으로 뒤집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첫 앨범에서 다져진 트와이스의 기조는 'CHEER UP', 'TT', 'KNOCK KNOCK'까지 그대로 유지되며 걸그룹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큰 영향력과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 되었다. 사실 JYP에서 활동했던 걸그룹인 원더걸스나 미스에이의 후반기 활동을 본다면, 트와이스의 미래가 어떨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아직 만 2년도 채 되지 않은 그룹이기에 당분간은 트와이스가 이뤄내는 성취들에 더욱 호기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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