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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씽나인', 부족했던 '이야기'
    Review/ETC 2017. 3. 1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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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의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은 무인도에 조난된다는 참신한 소재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시청률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구나 미씽나인을 끝까지 지켜보는 애청자들 사이에서도 드라마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개가 답답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냥 시트콤이라고 생각하면 볼 만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용두사미의 전형이 되어버린 '미씽나인'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미씽나인'은 단순히 무인도에서의 생존기와 탈출기를 다루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스릴러의 면모까지 담으려 했다. 때문에 중반부에 조난된 등장인물 전원이 무인도에서 탈출을 한 이후에는 오롯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람들과 그것을 덮으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에 이야기가 집중되었다. 드라마 초반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조난이라는 소재와 동떨어진 내용이 드라마 후반부를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반부의 내용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로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현재 주인공 무리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는 각종 고생보다 더 명료한 해결 방법이 보이는데, 드라마의 내용은 그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더 설득력 있는 내용이 전개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결국 마지막회에서 주인공인 서준오(정경호 분)가 신상을 드러내고 법정에서 상대의 허점을 간파한다는 매우 단순한 방법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애초에 법정으로 갔으면 모든 것이 금방 끝나지 않았겠냐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인공 무리를 막으려는 악역 최태호(최태준 분)의 방해 공작이 있었지만, 이 시도 역시 따뜻한 인간미로 무마시킨다.

    초반부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 살해당하거나 무인도에 오기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 무언가 감춰져 있는 비밀이 있다는 암시를 주는 등의 파격적이면서도 속도감있는 전개를 후반부에 전혀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서준오가 밀입국에 성공했고, 정기준(오정세 분)을 만났다."라는 한 줄 요약이 가능한 내용을 길게 늘어뜨린 11회에서 이러한 단점이 가장 크게 드러난다. 서준오의 생존 여부가 드라마 전개의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고 서준오가 살아있음이 확인된 해당 회에서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는 모습으로 속도감 있게 내용을 전개했어야 했지만, '미씽나인'은 그 지점을 한 시간짜리 시츄에이션 코미디에 할애해버렸다.

      

    물론 '미씽나인'은 내용 전개 중간중간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며 내용 전개를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애드립인지 대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무의미한 코믹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내용 전개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결국 '미씽나인'은 '무인도에 조난되었다'는 소재와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엮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설득력있는 전개로 시청자를 납득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우리는 관심을 끌만 한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매우 뻔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결말로 끝난 작품을 많이 알고 있으며, '미씽나인' 역시 그 중의 하나로 남게 되어 버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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