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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프콘(Defconn) [The Rage Theater]
    Review/[Music] Album 2017. 4. 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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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 2011년 8월 4일

    개인적으로 데프콘(Defconn)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래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게감있는 특유의 목소리 톤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그의 랩은 라임(Rhyme;각운)을 맞추는 데에 너무 치중해 다른 부분의 리듬감이 무너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 그 라임마저 입으로 뱉을 때 발생하는 언어적 특성이 거의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운율이 느껴지지 않는다. 데프콘은 PC통신 나우누리의 흑인 음악 동호회인 SNP 출신으로 그 모임을 통해서 랩의 방법론에 있어서 진일보를 이뤄냈음을 나름의 자부심으로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같은 모임 출신인 버벌 진트(Verbal Jint)나 피타입(P-type)같은 동료들에 비해 SNP의 방법론이 이룬 성취를 기술적으로 얼마나 구현했는가에는 의문이 붙는다.

    하지만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정규 앨범들은 곳곳에 대중친화적인 접근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완성도에 있어서는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다. 본인이 대부분의 곡을 프로듀싱함은 물론, 앨범 사이사이 들어가는 스킷(Skit : 앨범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짤막한 트랙들)마저 상당히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최근에 발표하는 미니 앨범들도 그러한 경향을 나타내는데, 데프콘의 음악은 몇 곡을 골라 듣는 것보다는 앨범 전체를 쭉 들을 때 그 매력이 더 빛을 발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그 매력이 가장 멋지게 드러나는 앨범은 정규 5집 [The Rage Theater]이다. 이 앨범에서 데프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뮤지션이자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거침없이 토해낸다. "방송용 음악은 타이틀 곡 한 곡이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타이틀 곡인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Part.2'나 '리듬을 춰줘요'같은 몇몇 라이트한 트랙들을 제외하면 그의 가사는 직설적이면서도 거칠다. 그러나 그러한 점들이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받아 들여지기보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Eva-N-gelion'에서는 관찰자가 되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세상을 보며 느끼는 소회를 털어넣기도 하고, 'Seoul City Deep Cover'나 'A Song For Sad Kids'에서는 직접 화자가 되어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Dr.Dre'이다.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마치 닥터 드레(Dr.Dre)가 썼을 법한 스타일의 곡 위로 '닥터 드레처럼 성공한 뮤지션이 되고 싶었는데 다 X발 꿈'이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각종 방송에서 맹활약하던 그이지만, 음악을 통해서 더욱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앨범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흥미로운 시도들이 담겨 있다. '똥텅랩'과 '게임의 법칙', '2011희망사항'과 '2011복카치오'는 같은 비트 위에서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앨범 전체를 감상하지 않는다면 느끼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1세대 힙합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래퍼들을 모은 단체곡 'First Classic'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음악을 해낸 스스로에 대한 헌사인 셈인데 각 래퍼들이 과거 자신들의 랩에서 유행하던 구절들을 직접 다시 부르는 점이 재미있다. 데프콘의 음악적 뿌리인 SNP 출신 뮤지션들과 각을 세워 왔던 UMC가 참여한 '중2병(화가 난 빵셔틀)' 역시 의외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곡이다. 특히 UMC의 가사가 데프콘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였던 버벌 진트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점도 이 곡을 더 눈여겨 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 앨범을 발매했던 2011년, 데프콘은 데프콘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실제로 이후 작업물들은 '형돈이와 대준이'로서 개그 코드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거나, 랩이 아닌 노래를 부르는 '대준'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발매하는 등 기존의 힙합 뮤지션으로서 그가 선보였던 음악과는 다소 다른 길을 가는 듯도 했다. 완성도로는 인정받지만, 그것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환경에서 음악을 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예능인으로서, 또 '형돈이와 대준이'로 어느 정도 성공한 이후 다시 데프콘으로 돌아와 꾸준히 앨범을 내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그의 음악에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무쪼록 그가 음악인으로서 더욱 빛나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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