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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도전'에 반드시 노홍철이 필요할까?
    Feature/Entertainment 2017. 4. 1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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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또 다시 공백이 생겼다. 광희가 새 멤버로 영입될 때부터 발목을 잡던 군대 문제가 결국 현실로 다가왔고, 멤버 수는 다시 5명이 되었다. 사실 이전에 다른 멤버들의 공백 때보다 광희의 공백은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니다. 모두가 인정하듯 광희는 주도적인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고, 자신의 롤에만 충실히 임하는 수준에서 제 역할을 하다가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누가 자리를 비웠냐보다 멤버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이 꼭 6인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로 5인 체제로 진행됐던 경우도 많다. 그러나 멤버 수가 줄어들면 출연진의 피로도가 올라가고, 제작진 입장에선 아이템을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생긴다. 특히나 팀 대결을 하게 될 경우, 5라는 숫자는 이렇게 나누기도 저렇게 나누기도 지독히 애매한 숫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노홍철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부상한다.

    노홍철이 무한도전의 멤버로 활약할 당시 그의 역할은 단순히 n분의 1 이상이었다. 유재석이 중심을 잡고 가는 캐릭터라면 실질적인 분위기는 대부분 노홍철에 의해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다른 멤버들과 달리 기복도 적었다. 늘 일정 수준 이상의 역할은 해냈던 인물이다. 특히나 수싸움에 있어서 그의 활약은 늘 기대 이상이었다. 심하게 반칙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 예상하기 힘든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노홍철이 뛰어난 멤버였다는 사실 하나가 대중들이 지금 새로운 멤버로 꼭 '노홍철'을 짚어서 원하고 있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노홍철이 없던 무한도전도 별탈없이 진행되었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재미를 만들어 냈다. 물론 과거만큼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장수 프로그램이 겪는 필연적인 과정이지 꼭 노홍철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다. 노홍철이 있던 시기에도 '무한도전 위기론'은 늘 있어 왔다.

    지금 노홍철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무한도전이 휴방기에 4주간 방영한 '레전드'편의 효과이다.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길과 노홍철이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으로 불리며 볼드모트화되었던 시절을 지나 자연스럽게 방송 내용 중에 언급이 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한도전은 과거 방송분 중 '레전드'라고 불리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짤막하게 내보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언제나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노홍철의 활약이 부각된 것이다. 캐릭터쇼, 추격전, 몸개그, 리얼 버라이어티 어느 분야를 비추든 노홍철의 활약은 재조명받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 났다. 멤버들도 제작진도 굳이 피하지 않고 노홍철의 활약을 있는 그대로 내보냈고 자연스럽게 다루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무한도전의 멤버로 활약했던 인물들 중 가장 최근까지 멤버들과 호흡을 맞췄으며 범죄가 아닌 개인 사정으로 하차한 정형돈이나 노홍철보다 더 과거에 음주운전을 했고 더 긴 자숙기간을 가졌던 길, 혹은 최근 각종 예능에서 좋은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는 전진이 아니라 왜 하필 노홍철일까. 이는 무한도전 레전드 편이 어떤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가와 연관이 있다. 레전드 편을 보면서 의외였던 점은, 그동안 무한도전 멤버 중 가장 활약이 적었다고 평가받는 전진이 멤버였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무한도전 레전드 편에는 무한도전이 전성기였던 2006년 중후반부터 2010년 사이에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많이 소개되었다. 레전드 편에 소개된 25편 중 이 시기에 걸쳐있는 에피소드가 16편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를 멤버로 보냈던 전진은 활약상이 적었고, 길은 이 시기의 끝자락에 영입되었고, 아직 정형돈이 주도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을 때이다. 결국 하차한 기존 멤버들 중 노홍철이 가장 빛나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노홍철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보이는 시기의 에피소드들이 연이어 방송을 탔고 이 흐름과 함께 그동안 무한도전 내에서의 노홍철의 비중과 역량이 재조명되면서 다른 멤버가 아닌 노홍철의 재영입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과거의 노홍철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보다는 현재의 노홍철이 영입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무한도전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가이다. 멤버 수가 6명이 맞춰지면 일단 팀 구성은 쉬워질 것이고, 멤버들의 어깨는 다소 가벼워질 수도 있다. 더구나 기존 멤버로 활약했던 경험 덕에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도 빠르게 재설정될 것이고,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영입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울 것이다. 다만 이것은 꼭 노홍철이어야만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정형돈과 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지점이다.

    지금의 노홍철로만 따지고 본다면 노홍철은 그다지 좋은 카드로 보이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가 복귀한 이후 노홍철의 입지는 매우 협소하다. 그가 진행을 맡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폐지되었고, 그렇다고 그 과정에서 노홍철이 뛰어난 진행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복귀작이었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란으로 정규 편성에 실패했고, '런드리 데이'에서 손예진과 관련해서 했던 발언은 안 좋은 이미지만 얻게 되었다.

    거기에 음주운전으로 급작스럽게 하차해서 프로그램에 타격을 줬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길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것을 보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사유로 하차하게 된 것에 대한 괘씸죄는 분명히 일부 시청자들과 더불어 자신 스스로도 자신에게 얹었을 것이다. 무한도전 재영입과 관련해서 극도로 말을 아끼는 노홍철의 태도를 보면 아직도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르게 생각한다면, 무한도전의 전성기에는 노홍철이 함께 했고, 노홍철이 있었기에 무한도전의 전성기가 있었으며, 노홍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아직 그가 날개를 달지 못한 현상황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노홍철이 무한도전에 재영입된 후 예능인으로서 크게 재도약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한도전 레전드 편이 방영되며 생긴 착시를 조금 걷어내고 한 번쯤 다시 질문해 볼 필요는 있다. 지금 무한도전에 반드시 노홍철이 필요할까? 과연 그의 영입은 새 멤버를 들이거나 하차한 다른 멤버를 불러오는 것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답은 없겠지만 생각은 해볼 만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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