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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여겨 볼만한 신인 카드(K.A.R.D)Feature/Entertainment 2017. 4. 9. 22:12반응형
근 10년간 DSP 미디어를 먹여 살린 것은 카라였다. 그리고 그 뒤를 바짝 따라 붙었던 유일한 팀은 레인보우였다. 나머지 팀이나 아티스트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실 성과가 나오는 카라와 레인보우에 집중하느라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레인보우의 공백기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자원이 카라를 위해 집중 투자되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카라가 2016년을 기해 핵심 멤버들과의 재계약에 실패한데다, 얼마 뒤 그나마 나름의 유명세를 얻고 성과를 내던 레인보우마저 해체되었다.
데뷔 이후 줄곧 꽤 열심히 푸시했던 에이프릴도 아직 지지부진하고, 에이젝스(A-JAX)의 한국 활동은 중단된 지 꽤 오래 됐으며, 야심차게 추진한 클릭비의 재결합 역시 그다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DSP의 차세대 걸그룹으로 키워보겠다는 요량으로 밀어주었던 에이프릴은 잇따른 멤버들의 탈퇴로 지독한 풍파를 겪다가 최근에서야 프로듀스 101 출신의 윤채경과 레이첼을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 와중에 DSP 미디어에서 나름 신선한 카드를 꺼내들었으니 혼성그룹 카드(K.A.R.D)이다(언어유희). 알파벳으로 적어놓으면 얼핏 카라(KARA)가 연상되는 이름은 차치하더라도,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고 혼성그룹이 성공한 전례가 까마득한 과거로 올라가야 하는 현 상황에서 여성 2명과 남성 2명으로 구성된 혼성그룹이라는 승부수는 일견 불안해 보인다. 특히 DSP 미디어는 아주 오래 전인 젝스키스 시절부터 트렌드를 선도하기보다는 시류에 적당히 올라타서 그 안에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혼성 그룹 시장을 노렸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아스럽다.
이런 의아스러움은 K.A.R.D의 노래를 듣는 순간 어느 정도 해소된다. 현재까지 'Oh NaNA'와 'Don't Recall', 그리고 'Don't Recall'의 영어 버전까지 총 3곡을 발매했는데, 이 곡들은 모두 댄스홀을 기반으로 말끔하게 잘 다듬어 놓은 팝 음악이다. 워낙 적은 수의 트랙이기 때문에 뚜렷한 방향을 파악하고 평가를 하기엔 어렵지만, 여타의 아이돌 그룹들과는 다른 색깔을 가진 음악임은 쉽게 귀에 들린다.
남성 멤버 2명의 랩 퍼포먼스가 허스키한 톤을 바탕으로 매우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점 역시 팀의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메인 보컬인 소민의 활약이 돋보인다. DSP 미디어가 일본에서 데뷔시킨 후 국내에서 활동하려다 활동이 무산된 퓨리티라는 팀의 멤버로 시작해 카라의 새 멤버를 뽑는 MBC뮤직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카라 프로젝트'를 지나 에이프릴의 초창기 멤버로 데뷔했었다가 첫 앨범 이후 탈퇴한 전력은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함께 단단한 내공을 짐작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다소 과장된 컨셉을 잡는 에이프릴에서 다른 멤버들과 부조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가 K.A.R.D로 오면서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보이는 점은 안도감까지 들게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성과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된 인터넷 매체만 접하며 사는 내가 파악하기엔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브라질을 비롯해 해외에서 상당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 온 'Oh NaNa'와 'Don't Recall'의 뮤직비디오는 2017년 4월 현재 모두 조회수가 1000만을 넘겼다. 분명히 신인 그룹이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만으로는 내기 어려운 수치이다.
현재까지 발매한 곡들은 정식 데뷔의 전초전인 격으로 아직 한국 방송에서 무대에 선 적은 없다. 다만 뮤직비디오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바로는 혼성그룹이라는 신선함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해외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노래가 좋다고 입소문을 타며 슬슬 반응이 오려고 하는 모양새이다. 아이돌 그룹들의 전쟁이 사실상 팬덤의 세력 싸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좋은 노래와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혼성 아이돌 그룹이 어떤 팬덤을 구축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과거 혼성 그룹들의 성공 사례처럼 여타 팬덤들의 세력을 압도할 만한 다수의 대중에게 선택을 받는 길도 있겠지만 그건 당연하게도 의지대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본격적인 데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K.A.R.D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와 사실상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혼성 아이돌 그룹 시장을 만들어 내며 살아남을 것인가는 매우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좋은 노래들로 계속 나와준다면 역시나 더욱 즐겁게 K.A.R.D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기도 하다. '따라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있는 DSP 미디어의 입장에서도 K.A.R.D가 성공한다면 나름의 악명을 떨쳐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여러모로 눈 여겨 볼만한 신인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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