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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2slow 피쳐링 곡 FAVORITE 5Feature/FAVORITE 5 2017. 4. 7. 13:43반응형
Intro
베이퍼웨어(vaporware)라는 말이 있다. 나온다는 소문도 있고 계획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나오지 않은 것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IT 업계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여러 방면에서도 쓰이는 용어이다. 래퍼 셔니슬로우(Sean2slow)의 1집은 한국 힙합 팬들에겐 오래된 베이퍼웨어로 유명하다. 2003년 발매된 양동근의 2집 수록곡 '선문답'에서 셔니슬로우는 노래 말미에 애드립으로 "내 1집이 2008년 8월에 나온다는데 기다릴 수 있겠냐"고 묻는다. 처음 들었을 때는 '2008년 언제 와. 어떻게 기다려'라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2017년이고 셔니슬로우의 앨범은 나오지 않았다.
유수의 힙합 뮤지션이 모였던 '무브먼트' 크루에 몸을 담았고, 현재는 '불한당' 크루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셔니슬로우는 앨범 한 장 없이도 한국 힙합 씬에서 소위 '큰 형님'으로 통한다. 연륜도 연륜이지만 여러 곡에서 선보인 출중한 랩 실력은 여러 후배 래퍼들은 물론 매니아들에게도 리스펙트를 받는 부분이다. 여러 앨범에서 피쳐링 아티스트로 목소리를 보태며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가져가곤 한다. 셔니슬로우가 피쳐링한 곡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골라 보았다. 사실 2008년에 나온다고 했던 앨범이 아직 안 나왔다면 포기하는 게 맞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1. 부가킹즈 - 사자성어(四者聖語) (Feat. Drunken Tiger, Sean2slow)
2002년 발매된 부가킹즈(Buga Kingz)의 첫 앨범 [Bugalicious]에 수록된 이 트랙은 제목처럼 네 명이 랩을 한다. 부가킹즈 멤버 중에는 유일하게 바비킴이 참여했으며, 2인조이던 시절 드렁큰 타이거의 Tiger JK, DJ shine과 함께 셔니슬로우가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끝부분에 살짝 한국어를 집어넣은 Tiger JK를 비롯해 다른 참여진들이 영어로 랩을 뱉는 동안, 셔니슬로우만은 온전하게 한국어로 한 벌스를 끌고 간다. 이 곡에서는 얇고 날카로운 목소리 톤으로 낮게 읊조리듯 랩을 하는 셔니슬로우의 랩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한 벌스 전체를 하나의 라임으로 끌고 가는 것 또한 셔니슬로우의 랩을 감상하는 재미.
2. 리쌍 - 대한늬우스(Feat.Sean2slow)
리쌍의 첫 앨범은 상당히 의외였던 면이 있다. 길과 개리는 사실 허니패밀리 활동에서 리더였던 박명호나 독특한 엇박자 랩을 선보인 디기리에 비해 크게 주목받는 멤버는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앨범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은 상당히 의외였다. 또 무브먼트 크루의 지원 사격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 와중에도 '대한늬우스'는 가장 눈에 띠는 트랙 중 하나이다. 개리와 셔니슬로우의 랩 스타일이 꽤 상이한데, 이 부분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곡을 이끌어 나간다. 개리는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기보다는 리듬을 밀고 당기며 하이톤을 유지하며 소리를 지르듯 랩을 하고, 셔니슬로우는 정박에 딱딱 떨어지는 랩을 읊조리듯이 뱉는다. 두 사람의 랩이 번갈아 나올 때의 낙차가 이 곡을 듣는 주요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3. 쿤타 앤 뉴올리언스 - Holding On(Feat.Sean2slow)
2007년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쿤타 앤 뉴올리언스의 'Holding On'은 최우수 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한다. 쿤타 앤 뉴올리언스가 힙합 씬에 발을 걸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앨범의 성격은 레게였기 때문에 약간 의외라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참여한 셔니슬로우의 랩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웅장한 느낌의 트랙 위로 쿤타의 노래가 끝나고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후 나오는 셔니슬로우의 랩은 쉴새없이 가사를 뱉어내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 곡이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는데, 이 곡을 기점으로 박자를 정확히 맞춰 랩을 하던 셔니슬로우의 스타일이 박자 위에서 더욱 자유롭게 흐르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셔니슬로우의 커리어에는 중요하며 꼭 들어봐야 할 곡이다.
4. 마이노스 인 뉴올 - 요람을 흔드는 손(Feat.Sean2slow)
마이노스와 뉴올의 프로젝트 앨범인 [Humanoid/Hypnotica]는 뉴올의 실험적인 사운드 위에 마이노스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은 매우 완성도 높은 음반이다.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트랙으로는 마이노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팀, 바이러스(Virus)의 멤버 메카(Mecca)가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려 말하듯이 랩을 얹은 'Gentleman's Quality : 건배'와 함께 셔니슬로우가 참여한 '요람을 흔드는 손'이 손에 꼽힌다.
암울한 분위기의 트랙 위에 마이노스가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랩을 풀어나가고 셔니슬로우는 조금 추상적인 방향으로 랩을 던진다. 두 래퍼의 주제가 살짝 다르게 느껴지는데, 마이노스는 대물림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면 셔니슬로우의 랩은 변질된 뮤지션들이 떠난 후 자신만은 힙합을 지키겠다는 어떤 포부의 커다란 은유이다. 셔니슬로우가 곡 마지막에 'It's you Hiphop'을 외칠 때의 카리스마는 곡 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멋진 순간이다.
5. 루드페이퍼 - 믿지 않아(Feat.Sean2slow)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자신의 보컬색을 확실히 보여주었던 쿤타와 URD 활동으로 트렌디한 사운드를 들려줬던 리얼드리머가 의기투합해 만든 팀 루드페이퍼(Rude Paper)는 두 뮤지션의 특색이 합쳐져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레게 음악을 만들어 냈다. 이들의 정규 1집 [Paper Spectrum]을 발매하기 전 앨범 수록곡 중 2곡을 선공개했는데, 그 중 한 곡이 바로 셔니슬로우가 피쳐링한 '믿지 않아'이다.
이 곡은 미디어에 비춰지는 허상에 기대 음악을 팔아 먹는 뮤지션들과 그런 뮤지션들을 이용해 거짓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미디어에 대한 일침이다. 덥스텝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트랙 전체에서 반복되는 보컬 샘플과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브라스 샘플이 쉴새없이 몰아치는 트랙에서도 셔니슬로우는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특히 상승하는 분위기에 맞춰 점점 톤을 강렬하게 바꾸며 랩을 뱉는 모습 역시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노련함이라 할 수 있다.
힙합이란 장르의 특성상 랩 가사는 누가 뱉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이 크게 좌우된다. 'Gaypop'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분명 잘못된 지점이지만, 변질되어 가는 음악 시장과 왜곡된 미디어에 대한 일침은 오랜 시간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해 오며 뛰어난 랩을 많이 선보였던 뮤지션이기에 가사는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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