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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NY [Masquerade]Review/[Music] Album 2017. 3. 31. 14:18반응형
발매일 : 2006년 4월 11일
톱밥과 얀키로 구성된 2인조 힙합 그룹 TBNY는 지금 돌이켜 봐도 참 아쉬운 팀이다. 두 멤버 모두 하이톤으로 날카롭고 강렬한 느낌의 랩을 했기에 팀의 이미지가 뚜렷했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뱉는 톱밥의 랩과 빠르고 유려하게 문장을 이어나가는 얀키의 랩은 비중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매우 잘 맞는 팀이었다. 다만 음악적으로 매우 가까운 동료인 다이나믹 듀오나 에픽 하이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데 반해 TBNY는 대중적 성공과 거리가 멀었고 팀과 관련된 법적 분쟁으로 인해 현재 두 멤버는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팀은 해체된 거나 다름 없는 상태에서 각자 솔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TBNY는 EP 앨범와 정규 1집, 그리고 정규 2집의 Part.A만을 발표한 채로 다시 꺼내들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잘 살아있던 EP 앨범과 대중적 성공을 노리고 조금 가볍게 만든 경향이 있는 정규 2집 Part.A 사이에 이 두 가지 특징을 잘 버무린 1집 [Masquerade]가 있다.
2002년 EP 앨범 [Prosac] 발매 이후 긴 시간 연기되다 2006년 발매된 정규 1집 [Masquerade]는 히든 트랙까지 무려 18곡이 수록된 무시 못할 볼륨을 자랑한다. 참고로 현재 음원 사이트에는 후속곡으로 활동했던 'Take my soul'의 리믹스 버전까지 총 19곡이 올라와 있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대체로 일관적인 무드를 유지하는데, 곡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보다는 도드라져 나왔을 때 매력이 더해지는 톱밥과 얀키의 랩 스타일 덕분이다. 물론 '기도'나 '왜 서있어', '3일전'처럼 곡에 어울리게 톤을 낮춰 랩을 하는 트랙들도 있지만, 워낙 두 래퍼의 톤이 귀를 파고 드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른 곡들과 크게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톱밥과 얀키가 직접 담당한 프로듀싱 역시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잘 찾아 입은 느낌이다. 귀를 확 잡아 끌만한 킬링 트랙까지는 아니지만,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톱밥과 얀키의 랩이기 때문에 랩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차원에서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어 있다. 무브먼트 크루의 동료들이 지원사격은 18곡이라는 많은 트랙을 거치는 동안에도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양념같은 존재이다.
다만 앨범의 타이틀곡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가장 이질적인 느낌의 '왜 서있어'였던 점은 아쉽다. 특히 앨범 전체를 두고 봐도 '왜 서있어'는 수록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곡이 앨범의 타이틀로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결국 상업적인 목적 때문이었겠지만 그마저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후에 발매된 정규 2집의 Part.A 역시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조금 동떨어진, 오히려 에픽 하이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Hey DJ'가 선택된 점을 봤을 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여 셀링 포인트를 잡기보다는 자신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대세에 편승하려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TBNY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랩을 잘하는 듀오였고 언더그라운드 내에서는 인정도 받고 있었다.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 음악계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까지 두 멤버가 팀으로서 남아서 좋은 음악을 보여줬다면 충분히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해체 이후 각자 선보이는 음악들이 TBNY 시절에 비해 아쉬운 점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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