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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의 소녀(Loona) 'Butterfly' 리뷰
    Review/[Music] Single 2019. 2. 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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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미니 앨범 리패키지 [X X] 수록곡

    2019년 2월 19일 발매

    100억의 예산이 투입된 프로젝트, 1년 6개월에 걸친 멤버 공개, 모든 멤버의 솔로 싱글 및 뮤직 비디오 제작, 그룹 내에 존재하는 3개의 유닛 등등. 이달의 소녀를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내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이달의 소녀'라는 팀명에 속한 '소녀'라는 지칭이다. '소녀'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지만, 단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이달의 소녀가 멤버들의 솔로곡과 뮤직 비디오를 통해 보여준 '소녀'는 그동안 한국 대중 음악이 소비했던 '소녀'와는 결이 다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대상화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신으로서 혼란을 느끼고 성장하는 존재. 나만의 확대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이달의 소녀가 보여준 '소녀'에게서 나는 '소녀'라는 단어의 제대로 된 정의를 보았었다.

    그래서 작년 8월 발매된 첫 완전체 앨범의 타이틀곡 'Hi High'에 여러모로 불만이었다. 지난 'Hi High' 리뷰에도 썼지만(링크: 2018/08/27 - [Review/[Music] Single] - 이달의 소녀 'Hi High' 리뷰)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Hi High'는 그동안 대중 매체가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소비해 온 '소녀'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곡이었고, 그동안 쌓아온 이달의 소녀가 지닌 서사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노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꼬박 6개월 후에 발표된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 곡 'Butterfly'는 어떨까.

    일단 음악적으론 상당히 만족스럽다. 대중성의 개념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해 팬에게는 실망을, 팬이 아닌 대중에게는 밋밋함을 선사했던 'Hi High'와는 다르게 'Butterfly'는 기존의 이달의 소녀가 보여줬던 음악의 연장선에 있다. 올리비아 혜의 'Egoist'나 김립의 'Eclipse'를 떠올리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팝이다. 자칫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 구성에 가성의 끝까지 올린 듯 반복되는 가사 'Fly like a Butterfly'가 나름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기에 선명하게 내용이 잡히지 않고 파편화된 문장들이 떠도는 듯한 가사도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한몫 한다. 노래 가사도 문학의 일종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지나치게 뒤죽박죽되어 있는 'Butterfly'의 가사 자체는 탐탁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제목의 'Butterfly'가 의미하는 나비 효과를 개별적 이미지의 나열로 묘사하며 음악과 합일점을 이루어 몽환적 분위기를 형성한 부분은 나름 성공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X X] 관련 이미지가 너무 적어서 츄의 캡쳐를 사용한다. 츄 만세.

    하지만 무엇보다 이 노래를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뮤직비디오이다. 'Butterfly'의 뮤직비디오는 특이하게도 이달의 소녀 멤버들의 비중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나머지 분량은 다양한 색깔의 피부와 눈동자,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는 다른 소녀들을 비추는 데에 할애한다. 이 소녀들은 그동안 이달의 소녀가 솔로곡이나 유닛곡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했던 소품이나 공간과 함께 등장하며, 이달의 소녀가 보여줬던 액션들을 따라 취하기도 한다. 

    이는 그동안 이달의 소녀가 만들고자 한 나비 효과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이달의 소녀가 쌓아온 '소녀'라는 존재의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면, 그동안 발표된 이달의 소녀의 그 어떤 뮤직비디오보다 'Butterfly'의 뮤직비디오가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소녀들아, 방황과 도전을 두려워 하지 말고 너 자신을 사랑하라". 'Butterfly'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는 '소녀'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에서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 그리고 이제 이 뮤직비디오를 보게 될 소녀들에게로 확장된다. 

    이는 멤버들을 비추는 카메라 구도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신체나 얼굴을 부각해서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기존의 케이팝 뮤직비디오와 달리 'Butterfly'에서는 멤버들 개개인보다는 전체의 안무와 동선을 중요시 여긴다. 이를 통해 이달의 소녀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하나의 집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전세계 10대들의 주 소비 문화 중 하나로 잡은 케이팝의 아티스트가 손에 잡히지 않는 먼 곳에 있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이 문화를 소비하는 수많은 소녀들 중 하나로 비춰질 때, 이들이 평범한 소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부각되는 구도이다.

    역시나 아쉬움이라면 완전체의 첫 타이틀곡이 'Hi High'가 아니라 'Butterfly'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그만큼 'Butterfly'는 이달의 소녀가 쌓아 온 이야기와 음악성이 하나로 모였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결과물이다. 1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그 많은 시간과 예산을 쏟아가며 이달의 소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이 'Butterfly'라고 할 수 있겠다. 이달의 소녀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종착점이 완전체 데뷔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이 다음에 보여줄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Butterfly'는 한국 대중 음악계에서 이달의 소녀가 여러모로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는 컨텐츠임은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한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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