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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지(Itzy) '달라 달라' 리뷰
    Review/[Music] Single 2019. 2. 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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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싱글 'It'z Different' 수록곡

    2019년 2월 12일 발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데뷔한 걸그룹들은 저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활동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원더걸스나 미쓰에이부터, 부정하기 힘든 현재 최정상 걸그룹 트와이스까지 제각기 다른 색깔로 대중 가요 판도를 한 번씩은 뒤흔들었다. 자연히 다음 걸그룹에 대한 기대는 높았고, 수없이 쏟아진 추측성 보도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회자되던 예상 멤버 구성 등은 그 관심을 나타낸 반증이었다. 바야흐로 2019년, 그 많은 예상들을 빗겨가며 의외로 단촐한 멤버 구성으로 공개된 있지(Itzy)가 그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음원 성적만 본다면 JYP의 그 어떤 선배 가수들보다 성공적인 데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트와이스와 JYP의 후광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그게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있지의 첫 노래는 만족감보단 실망감이 더 크다. 데뷔곡 하나로 이 그룹의 모든 것을 통찰할 순 없겠지만, 데뷔곡 하나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있지라는 그룹이 가지고 있는 '동시대성'에 대한 의문 제기이다.

    그렇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이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맨 뒷부분에 있는 것 같은 얘기를 늘어놓자면, 집단의 전형성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으며 여러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이 접하는 문화 컨텐츠는 몇 가지로 정의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각 개개인이 일종의 콘텐츠가 되는 흐름은 유튜브를 위시한 인터넷 실시간 방송과 각종 SNS로 예측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나와는 다른 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사회인의 기본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2019년의 세상이고,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있지의 데뷔곡 '달라달라'의 가사는 이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게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남들과 달라'라고 말하는 것이 매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이다. 왜냐하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개성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다르다'라고 확언할 수 있는 근거가 '당돌함', '철없음'이라면, 지금이 2019년인지 1999년인지 헷갈리게 된다('날라리'라는 단어가 가사에 나오는 순간은 1979년처럼 느껴진다). 그것 외의 차이점은 화자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뭔가'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다 본인의 다름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대상들을 싸잡아 깎아내리는 태도 역시 오만하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눈에 띄는 점은 없다.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것 같은 EDM 사운드를 기반으로 랩 파트에서 트랩(Trap)으로 비트가 바뀌는 구성은 지겹도록 많이 들었고, 랩도 과거 JYP의 수준에서 조금도 발전이 없다. 거기에 멜로디 파트는 발랄함을 강조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요에 가까운 수준이라 알맹이없는 가사와 함께 허공으로 휘발되어 버린다. 음악과 가사 모두 마치 자신이 독특하다고 생각해서 울프컷을 하고 징 박힌 가죽 자켓을 입은 사람이 100명쯤 모여있는 2006년 어느 번화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당혹감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진짜 과거로 돌아가보자. 트렌디함이 강조되는 가요계에서 오히려 '복고'로 신선함을 줬던 원더걸스,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강조하던 미쓰에이, 청순과 섹시로 대상화되는 이분법 사이를 비집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 트와이스까지. JYP가 기획한 걸그룹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것을 과감히 역행하거나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있지의 '달라달라'는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읽어내지 못한 채 여전히 싸이월드에 '음악은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같은 소리의 감성글을 올리는 40대의 감성을 그룹에 투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화제성과 음원 성적과는 별개로 최소한 데뷔곡에서는 이 그룹이 2019년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지 여러 번 다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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