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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의 미래Feature/Politics 2017. 6. 29. 22:40반응형
국민의당이 지난 19대 대선 기간,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며 증거 자료로 제시했던 녹취록이 조작된 것임이 드러났다. 직접 조작을 가한 이유미 씨는 2017년 6월 29일 밤시간 현재 구속되었고, 이 건과 관련해 이유미 씨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역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의당에서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현역 국회의원인 이용주 의원 역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니 용납되기 이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국민의당 측에선 충성심에 눈이 먼 당원 한 명이 저지른 짓이라고 선긋기를 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그 어떤 정치 세력에게 어떤 비판을 가하더라도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은퇴부터 국민의당 해산까지 매우 극단적인 요구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창당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정당이 맞은 최대의 위기 사태이다.
다만 이러한 요구들과는 별개로 실제 국민의당이 지금 당장 해산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 우선 국민의당이 확보하고 있는 40명의 국회의원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대로 40명이 똘똘 뭉쳐 있다보면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충분히 해볼 만한 의석수이다. 더구나 1년 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현 상황에서 버티다가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려 볼 가능성이 크다.
부정할 수 없고 본인들도 인정하듯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한 뿌리이다. 이 점이 국민의당이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인 이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 등에 서로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천을 줄 수 있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거기서 탈락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국민의당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국민의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을 비하하는 것 같은 인상이 들 수 있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지난 20대 총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모든 후보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거대 양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국민의당에 다수 모여든 것만은 사실이다.
사진 출처 : 머니투데이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민의당은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과거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 체제에 신물난 국민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국민의당에 지지를 보냈다. 20대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얻은 비례대표 득표 수에서 그 점을 알 수 있다. 거기에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호남을 텃밭으로 보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보수 정당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됐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도 여러 가지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더구나 이념 면에서 경제는 개혁적으로, 안보는 보수적으로 확실하게 태도를 정한 바른정당에 비해 국민의당은 선명성이 떨어진다. 보수 성향 유권자를 잡기 위해 안보를 강조하지만 햇볕정책을 계승할 수 밖에 없는 어정쩡한 태도에 경제 면에서 개혁적인 성격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역시 개혁 성향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기에 차별화가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도 부담이 되는 요소이다.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호남 민심은 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을 선택했다. 거기에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불러 들여 국무총리에 임명했다. 거기에 다소간의 반사이익도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처럼 정도를 걸으며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굳이 국민의당을 손을 들어 줄 이유가 없다. 특히 녹취록을 조작해가며 흑색선전을 한 정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벌어진 녹취록 조작 사태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가열차게 비판하는 것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확고하게 정착하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어떻게든 버틸테지만, 그 이후는 지금보다 더 캄캄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시점까지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에게서 큰 실책이 나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데,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녹취록 조작을 한 국민의당이 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현시점에서 꼭 정당 해산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민의당이 그냥저냥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더욱 큰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를 받되, 그 이후 행보에서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지금 해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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