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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말릭(Don Malik) '모글리(Mowgli)'
    Review/[Music] Single 2017. 4. 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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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싱글 [모글리(Mowgli)]

    2017년 2월 21일 발매

    제리케이(Jerry.k)가 이끄는 레이블인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daze alive music)에 몸을 담고 있는 던말릭(Don Malik)은 스스로의 음악적 지향점을 90년대 미국의 힙합으로 잡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보다 시장의 규모는 적었어도 몇몇 슈퍼스타들이 등장하며 힙합이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았던 데 비해 상업주의의 논리와 무관한 예술적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시기의 음악이라고 특정한다면, 아마 던말릭이 추구하는 음악의 성격을 절반쯤은 이해했다고 봐도 무방할 지 모르겠다.

    마일드 비츠(Mild Beats), 키마(Kima) 등의 프로듀서와 발표한 합작 앨범들을 들어보면 그 음악의 성격이 보다 선명하게 잡힐 것이다. 특히 던말릭의 장기는 가사이다. 던말릭의 가사는 대부분 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에 대해 일갈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직설과 은유를 오가며 다소 산만한 듯하지만 종래에는 일관된 주제를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가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뮤지션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만한 면모를 선보인다. 물론 수없이 이야기가 나왔던 이센스(E SENS)가 연상되는 목소리 톤과 플로우는 여전히 던말릭의 취약점이긴 하다.

    2월에 발매한 신곡 '모글리(Mowgli)' 역시 그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저스디스(Justhis)가 프로듀싱과 후렴구의 피쳐링으로 참여한 이 곡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정글에 비유한다(가사에서는 비유가 아닌 현실이라고 했지만). 이 도시 속에서 일종의 생존 법칙이라고 일컫는 것들과의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는 포부는 그의 가사 속에 맛깔나게 담겨 있다. 특히 어느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부분은 이 곡의 가사가 단순히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겪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일종의 자기 고백이자 선언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가사적인 내용을 넘어 '모글리(Mowgli)'는 랩 퍼포먼스에서도 다른 던말릭의 랩들과 달리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이전에 그의 이름으로 발표한 트랙들이 단어들을 곱씹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 곡에서는 확실히 더 유려하게 플로우를 뱉는 모습을 보여준다. 꾹꾹 눌러담은 듯한 드럼과 펑키한 건반 소리, 그리고 후렴구에 울리는 베이스까지 심플하면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저스디스의 곡과 느물느물하게 뱉는 후렴구의 랩 역시 이 곡을 듣는 묘미 중 하나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 어린 래퍼의 앞날에 탄탄대로만 놓여 있을 것 같았지만, 최근 SXSW(South X South West : 미국 텍사스 주에서 열리는 음악 컨퍼런스) 무대에 서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공항에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고 입국을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부디 안 좋은 기억은 털어내고, 더욱 활발하며 발랄하게 무대에서 랩을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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