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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벨벳(Red Velvet)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Review/[Music] Single 2017. 4. 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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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 미니 앨범 [Russian Roulette] 수록곡

    2016년 9월 7일 발매

    레드 벨벳(Red Velvet)은 강렬한 느낌의 '레드'와 부드러운 분위기의 '벨벳'이라는 두 가지 컨셉을 추구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사실상 '벨벳' 컨셉으로 큰 성과를 올린 적은 드물다. 대부분의 히트곡이 '레드' 컨셉 안에서만 나왔기 때문에 활동은 주로 '레드' 컨셉에 집중하는 모양새이고, 실제로 이 '레드' 컨셉의 이미지가 레드 벨벳이라는 그룹의 이미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두 컨셉의 차이점이라면, '레드' 컨셉의 곡이 '벨벳' 컨셉의 곡보다 랩의 비중이 더 크고 편곡에 있어 타악기의 지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웬디와 슬기라는 괜찮은 보컬들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 역시 부족하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보컬 파트는 잘 부각되지 않는다. 대신 귀를 때리는 듯 치는 타악기 위로 다른 멤버들이 강박적일 정도로 특정 구절을 반복하는 식의 랩이나 별 의미없는 여흥구를 다같이 부르는 부분들로 흔히 레드 벨벳의 노래는 기억된다. 레드 벨벳이 다른 걸그룹들과 다른 색깔을 보유한다고 인식되는 데에는, 보컬 파트가 곡의 가장 핵심부이거나 아예 래퍼가 없는 구성을 지닌 여타의 걸그룹들과 다르게 이런 부분들이 강조되고 기억에 쏙 박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다. 느린 템포의 R&B 스타일을 추구해왔던 '벨벳' 컨셉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분명한 '레드' 컨셉의 곡이지만 랩이 아예 배제되어 있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졌던 이전 곡들과 달리 기억되기 쉬운 멜로디를 품고 있으며, "La La La"가 반복되는 훅(Hook)은 레드 벨벳 특유의 색깔 또한 드러내고 있다. 멤버들의 가창력을 강조하지 않는 평이한 멜로디는 아쉬운 점이라 할 수도 있지만, 곡의 구성상 멜로디 자체보다는 리듬감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읽힐 수도 있다.

    이전의 '레드' 컨셉의 곡들이 편곡을 통해 리듬을 강조하고 그 위에 현란한 멜로디를 얹는 방식이었다면, '러시안 룰렛'은 멜로디를 통해 리듬감을 강조하고 편곡으로 멜로디컬함을 살리는 방식이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신디사이저 연주는 끌고 왔던 에너지를 일순간 폭발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노래들이 클라이맥스에 목소리를 강조한다면, '러시안 룰렛'은 편곡을 통해 곡의 기승전결을 만들어 내는 스타일인 셈이다.

    음악적으로는 매우 괜찮은 시도이고 결과 또한 상당히 인상적인 데 비해,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의 컨셉까지 평이한 방향으로 틀어버린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이미 걸그룹 시장에서 충분히 소비된 체육복이나 테니스 스커트를 적극 활용한 것은 독특한 색깔로 대중적 폭발력을 지니지 못했던 레드 벨벳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레드 벨벳 특유의 감각까지 사라져 버린 것은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혹여, 걸그룹 시장에서 수동적 여성상을 선호하는 성향에 어떤 메시지를 전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에 이 컨셉을 합리화하려는 나의 망상쯤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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