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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되지 못해 아쉬운 걸그룹 노래 Part.2 FAVORITE 5Feature/FAVORITE 5 2021. 9. 21. 22:45반응형
Intro
누구나 자신이 즐겨 듣는 노래 중에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은 노래들이 있다. 이런 노래들을 '걸그룹의 숨은 명곡'이라든지 '다음 역주행 예상되는 노래'라든지하는 거창한(?) 수식어로 꾸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안목이 그 정도로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더 알아줬으면 하는 노래는 있다. 그래서 제목은 그냥 '더 잘 되지 못해 아쉬운 노래'들이다. 그냥 내가 시류나 시기에 상관없이 즐겨 듣는 노래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도 들으면 좋아할 것 같은 노래들을 추천하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특별히 들을 음악이 없을 때 약간의 도움이나마 되고픈 마음이다. 순서는 발매일순.
1.애프터스쿨 BLUE - 원더보이(WONDER BOY)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애프터스쿨이라는 그룹을 가지고 했던 여러 시도들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인상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 중 대중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받는 것은 오렌지캬라멜이라는 유닛 그룹이다. 기존의 멤버들을 조합해 유닛 그룹을 만들고 그 유닛에 특별한 컨셉을 부여한 뒤, 이를 일관되게 밀고 간 오렌지캬라멜의 존재는 '본진보다 잘 된 멀티'라는 식으로 높게 평가받을 만했다. 유닛의 활용 측면으로 보자면 애프터스쿨 BLUE와 애프터스쿨 RED로 팀을 나누어 시간차없이 동시 출격시키는 과감한 시도 또한 나름 인상적이었다.
그 중 애프터스쿨 BLUE의 '원더보이(Wonder Boy)'는 S.E.S.와 핑클의 초창기 컨셉, 다시 말해 '청순'이라는 코드를 다시 한 번 과감하게 소환한 결과물이다. S.E.S.나 핑클이 불렀다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노래와 이 노래에 맞는 멤버들의 선정, 레이나의 뛰어난 보컬 능력까지 더해진 '원더보이'는 마치 곧 다가올 '걸그룹 대청순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듯한 노래였다. 일회성 프로젝트로 그치고 말았지만, 이 노래가 발매됐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에이핑크나, 곧 후발주자로 등장했던 러블리즈, 여자친구 같은 그룹의 존재를 생각하면, 오렌지캬라멜처럼 애프터스쿨 BLUE 또한 뚝심있게 밀어붙였으면 또다른 흐름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2.써니힐(Sunnyhill) - 백마는 오고 있는가
작곡가 이민수와 작사가 김이나 콤비는 써니힐을 만났을 때는 좀 더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준다. 이민수-김이나 콤비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은 아이유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것일지 몰라도, 오히려 이들의 페르소나에 더 가까운 것은 써니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백마는 오고 있는가'는 펑키한 그루브의 빅밴드 스타일을 선보이던 이민수 작곡가의 전매특허 스타일과 뻔한 주제에서 벗어나 시류를 읽어가면서도 번뜩이는 표현을 과감하게 내지르는 김이나 작사가의 합이 써니힐이라는 재료를 만나 시너지를 제대로 불러 일으킨 결과물이다. 사랑마저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노래는 흔할 수 있지만, '왜 스펙 갖고 짝을 지으려 해', '거래처럼 치밀한 사랑, 어우 참 별로다', '사람 갖고 재테크를 해' 같은 재치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능력과, 이를 타이틀곡으로 앞세우는 걸그룹의 존재는 지금봐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3.레이디스 코드(Ladies' Code) - GALAXY
불의의 사고로 멤버를 두 명이나 잃고 난 후, 긴 공백을 겪고서 돌아왔던 시점의 레이디스 코드의 노래이다. 그룹이 겪은 아픈 이야기는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야 할 멤버들에게는 상처이자 족쇄였을 것이 분명했다. 'GALAXY'는 그러한 상처를 직면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은 제3의 결과물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오히려 현실에 있지 않은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멤버들의 음색이 더해져, 음악 속 또다른 세계, 즉 이 별이 아닌 어떤 은하에 존재하는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이는 직계라고 하긴 어렵지만, 같은 계열의 회사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이달의소녀'의 초창기 결과물을 떠올리게 한다. 멤버들의 역량이나 음악적 퀄리티를 감안했을 때, 더 주목받아 마땅했던 노래라고 생각한다.
4.프로미스나인 - 22세기 소녀
그룹의 존재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이 생겨버린 지금, 경주마처럼 좌우를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프로미스나인(fromis_9)의 가장 반짝이던 순간 중 하나는 '22세기 소녀'이다. 장규리가 <프로듀스 48>에 출연하기 위해 잠시 빠진 사이, 나인이 아닌 에잇으로 선보였던 노래이다. 상당히 빠른 박자감에 어딘가 서글픈 느낌을 주는 멜로디, 선배 그룹인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의 후속작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노래는 '미성숙함'을 전면에 내세웠던 초창기의 프로미스나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무해하면서도 귀를 확 잡아채는 결과물 중 하나이다. 걸그룹 팬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이미 다 알려진 명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의 반응이 괜찮은 것을 파악했는지 짧게나마 '22세기 소녀'로 활동하기도 했다. 레트로한 성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최근의 활동과 비교해 보면, 프로미스나인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5.로켓펀치(Rocket Punch) - Favorite(특이점)
로켓펀치(Rocket Punch)의 첫 앨범인 [Pink Punch]는,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줬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빔밤붐(Bim Bam Bum)'도 매력적이었지만 자꾸 입에서 맴돌게 되는 노래는 이 앨범의 5번 트랙 'FAVORITE(특이점)'이다. '특이점이 왔다'는 유행어를, 평소에 본인이 이상형이 아니던 사람에게 끌리는 순간으로 표현해낸 가사는 여타의 유행어를 피상적으로만 끌고 왔던 노래들에 비해 확실히 기발한 느낌을 준다. 앞부분에서 무덤덤하게 가사를 읊조리듯 시작해서 'You're my favorite'을 애타는 마음으로 부르는 보컬과 곡의 구성은 가사의 매력을 훨씬 더 잘 살려준다. 갓 데뷔하여 아직 노련미가 부족한 보컬이 오히려 곡에 감정에 더 잘 묻어나는 곡. 여전히 내가 가장 FAVORITE하는 로켓펀치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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