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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되지 못해 아쉬운 걸그룹 노래 FAVORITE 5Feature/FAVORITE 5 2017. 3. 24. 15:10반응형
Intro
음원 사이트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역설적으로 노래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른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좋다면 언제든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최근 몇 년간 음원차트에서 발생한 소위 '역주행' 현상이 말해주고 있다. 물론 '좋은 노래의 힘' 하나만으로 역주행을 이뤄낸 경우는 흔치 않지만, 어떤 운이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든 노래가 좋지 않으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노래를 가지고 있지만 운이 좋지 않아 성공하지 못한 노래들이 떠올랐다. 그 중 걸그룹의 노래만을 고른 것은 내가 보이그룹 노래를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솔직). 언제 다시 꺼내들어도 여전히 좋지만, 아쉽게 성공하지 못한 노래들을 개인적으로 뽑아 보았다.
1. 레인보우 - Mach (2010년 10월 20일 발매)
비운의 걸그룹을 꼽는다면 결코 빠지지 않을 팀이 바로 레인보우이다. 당연하게도 1위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로 비운의 걸그룹으로 꼽힐 수는 없다. 좋은 노래를 가지고 있지만, 노래의 완성도에 비해 성공하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은 'Mach'이다. 앞서 활동했던 'A' 역시 매우 좋은 노래였지만 노출 논란을 겪으며 흥행 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렸었고, 2개월 만에 공개된 'Mach'는 다소 다급하게 나왔다는 인상이 강했다. 멤버들의 사진 한 장 없는 자켓 이미지와 방송 활동을 했던 곡임에도 뮤직비디오가 없다는 사실이 그러한 심증을 굳혀준다. 방송 무대에서 입었던 특촬물에서 접할 수 있을 듯한 반짝이 쫄쫄이 의상 역시 어딘가 어설프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와 별개로 곡은 매우 잘 만들어졌다. 바이크의 시동을 거는 듯한 도입부가 귀를 잡아 끌고 시종일관 박력있게 내리치는 드럼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는다. 그 위에 악기들 역시 곡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강렬하게 울려퍼진다. 작사가 약한 스윗튠의 특성상 가사에는 주목할 점이 크게 없다는 게 아쉽지만, 스윗튠 특유의 화려한 편곡 위에 얹은 부담스럽지 않은 멜로디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충분한 준비와 좋은 홍보가 뒤따랐다면, 레인보우의 대표곡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2. 소녀시대 - You Think (2015년 8월 18일 발매)
소녀시대가 최고의 걸그룹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의 인기를 몰고 다녔으며, 데뷔로부터 10년을 꽉 채운 활동 기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는 점 역시 다른 걸그룹들은 범접하기 힘든 포스를 품고 있다. 다만 2015년에 발매한 정규 5집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오랜만의 컴백을 앞두고 앨범의 수록곡인 'Party'를 선공개했는데, 이 곡의 주목도가 너무 높았던 탓인지 막상 발표된 정규 앨범의 차트 성적은 아쉬웠다. 물론 타이틀 곡인 'Lion Heart'가 초반의 아쉬운 성적에 비해 오히려 차트를 역주행하며 소녀시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의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Lion Heart'와 함께 더블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던 'You Think'가 생각보다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센 언니'의 컨셉을 가진 이 곡은 소녀시대가 가진 정상급 걸그룹의 포스를 한껏 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걸그룹이 자신의 무해함을 강조하며 남성 팬들의 판타지에 부합하는 컨셉으로 활동하는 와중에 '니가 쿨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만의 착각일 뿐', '넌 나보다 쿨하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소녀시대의 자신감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멤버들의 안정적인 가창력을 즐길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곡의 매력 중 하나다. 물론 아직 수영의 보컬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감이 잘 안 잡힌 것 같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목소리는 적재적소에 투입돼 한껏 기량을 뽐내고 있다. 무대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박력있는 안무 역시 소녀시대의 노련함과 카리스마가 잘 묻어난다. 확실히 소녀시대가 부르지 않았으면 그 어떤 누구에게도 어색할 곡이고, 소녀시대이기에 가장 완벽하게 어울리는 곡이다.
3. 스텔라 - 찔려 (2016년 1월 18일 발매)
스텔라의 입지는 상당히 독특한 면이 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던 '마리오네트'의 뮤직비디오와 관련하여 벌어진 논란에서 '어떻게든 떠야 하는 중소 기획사 걸그룹의 고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결부시켜 선정성에 대한 방어 논리를 세웠고, 이는 이후의 스텔라가 추구하는 섹시 컨셉에 있어 대중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했다. 때문에 스텔라의 섹시 컨셉은 안쓰러움과 동정의 감정을 통해 소비되고 있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이 논란 속에서 스텔라의 노래는 오히려 가려졌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찔려'는 상큼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팝 트랙으로 사랑이 식은 상대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을 귀엽고도 솔직하게 풀어낸 가사가 인상적이다. 귀를 사로잡는 전자음들 뒤로 펑키하게 깔리는 베이스는 곡의 그루브를 잘 살린다. 스텔라의 이전 곡들은 대체로 90년대 한국 댄스 음악의 향취를 가득 품고 있는데, '찔려'는 트렌디한 편곡 위에서 스텔라 노래 특유의 부담스럽지 않은 멜로디가 자리잡고 있어 신선한 분위기를 가지면서도 스텔라의 노래다운 일관성이 느껴진다. 이런 밝고 펑키한 분위기의 곡마저 섹슈얼한 이미지를 통해 소비하게 만드는 자켓과 뮤직비디오가 흠이라면 흠.
4. 우주소녀 - 비밀이야 (2016년 8월 17일 발매)
사실 6~7명씩 구성되어 있는 걸그룹 멤버들의 이름을 외우기도 빠듯한데, 우주소녀는 12명으로 시작해 프로듀스 101 출신의 유연정까지 합류하며 13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멤버 수를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무대 퍼포먼스를 보면 저렇게까지 많은 인원이 정말 필요한걸까 하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한 그룹의 이미지와 별개로 '비밀이야'는 매우 좋은 팝 댄스곡이다. 지나치게 거슬리는 전자음을 앞세우거나, 특정 단어를 반복해 어떻게든 기억에 남기겠다는 의지만을 표명하고 있는 노래들 사이에서 편안하며 안정적인 편곡 위에 멜로디와 가사에 공을 많이 들인 댄스곡을 오랜만에 접해서 그 반가움이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후렴구를 맡고 있는 보컬들의 가창력도 눈여겨볼 만하고, 중간에 튀어나오는 엑시의 랩도 곡에 잘 묻어난다. 인원수를 활용한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과욕으로만 점철된 전작 'MoMoMo'에 비해 동선을 부드럽게 짜고 가사의 내용을 잘 살린 손동작이 인상적인 무대 역시 곡의 매력을 매우 잘 살리고 있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 곡의 활동이 끝난 이후 멤버 '성소'가 각종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팀의 이름을 알렸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 이후에 나온 '너에게 닿기를(I Wish)'가 오히려 시류에 올라타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엿보이는 곡이라서 아쉬움이 더 한다. 성소의 예능 활동이 활발한 이 시점에서 이 곡이 나왔다면, 우주소녀는 지금보다 더 잘됐을 것 같다는 나만의 망상을 오늘도 멈추기 어렵다.
5. 에이프릴 - 봄의 나라 이야기 (2017년 1월 4일 발매)
그동안 에이프릴은 청순함과 귀여움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다소 과한 지점이 있었다. 지나치게 컨셉에 집착한 나머지 자연스러움이 부족했다. '꿈사탕' 활동 당시 입고 있던 의상은 '청정돌'이라는 알 수 없는 자칭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기가 맑을 것 같은 알프스 소녀 컨셉이었으며, '팅커벨' 활동 당시엔 아예 옷 뒤에 날개를 달고 나오기도 했다. 일차원적인 컨셉이 너무 뚜렷하게 보여 유치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정도였다.
이에 비해 '봄의 나라 이야기'는 다소 전형적이긴 하지만 이전의 과함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에이프릴이라는 그룹의 컨셉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곡이다. 공식적으로 탈퇴한 멤버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프로듀스 101 출신의 윤채경을 비롯해 레이첼이라는 새 멤버를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고, 그 첫 시도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동화적인 컨셉의 가사는 여전히 유치함과 신선함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지만,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무대에서의 의상이나 안무가 그 독특함을 중화시키는 데에 좋은 역할을 한다.
물론 청순함이라는 컨셉에서 비슷한 지점을 가지고 있는 에이핑크나 여자친구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긴 어렵다는 점이 여전히 아쉽기는 하지만, '봄의 나라 이야기'가 이전 곡들과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면서 나름의 차별점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에이프릴의 새출발을 장식하기에 매우 적합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에이프릴의 앞날에 더 이상은 난관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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