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힙합 단체곡 FAVORITE 5Feature/FAVORITE 5 2017. 3. 19. 15:04반응형
Intro
힙합을 듣는 재미 중 하나는 단연 단체곡이다. 하나의 곡 위에 여러 래퍼가 참여하여 자기만의 랩과 가사를 뽐내며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곡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한 곡에서 여러 래퍼들을 만날 수 있음과 동시에 래퍼들이 같은 비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의 차이도 엿볼 수 있다. 다만 래퍼들의 수준 차이로 인해 실력이 부족한 래퍼가 껴있기도 하고, 또 워낙 여러 사람이 참여하다보니 곡의 구성이 산만해지기도 한다. 간혹 피쳐링한 인원 수 자체에 포커스를 두어 그냥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만 했을 뿐 곡의 퀄리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단체곡 중에서도 준수한 완성도를 보이는 5곡을 뽑아보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라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몇 명이 참여했는가, 노래의 길이가 얼마인가보다 중요한 곡 그 자체의 퀄리티는 아쉬울 것이 없으리라 장담한다. 발매일 순서로 정리해 보았다.
1. Epik High - Watch ya self
랩 : 에픽하이, 디기리, 얀키, 더블 케이 / 프로듀서 : 페니
발매일 : 2003년 10월 24일
에픽 하이의 정규 1집 [Map of the human soul]의 마지막 트랙. 본래는 히든 트랙으로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앨범 자켓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하지만 앨범 발매 전 전곡이 유출되는 사태가 생기면서 히든 트랙의 존재까지 드러나는 바람에 히든 트랙의 의미가 다소 퇴색해버렸다. 하지만 몰래 감춰두고 깜짝 놀래키고 싶었던 마음이 이해될 만큼 매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오래오래 회자되고 있다. 페니의 박력 있는 비트 위에 5명의 래퍼가 쏟아내는 랩은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제공하지 않는다.
묵직하게 때리는 미쓰라의 랩을 지나 디기리가 특유의 리듬감을 뽐내고 나면 얀키와 더블케이가 날카로운 랩을 선보이며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타블로가 자신의 톤을 십분 활용해 상대방을 약올리듯 랩을 하며 "니넨 정치와 god와 똑같지. 거짓말로 돈 벌지", "니 랩은 불면증 환자들의 치료법" 등 탁월한 펀치라인들을 쏟아내며 곡을 마무리한다. 언어 유희를 활용한 펀치라인이 한국 랩에 적극적으로 차용된 것이 2008년 무렵 스윙스의 등장부터라고 봤을 때 그보다 몇 년전에 수준 높은 펀치라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타블로라는 래퍼가 가진 재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볼 수도 있다.
에픽 하이의 첫 앨범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던 수작이었지만, 뭔가 묵직한 한 방없이 끝난다는 아쉬움을 마지막 순간에 날려버린 곡. 여전히 최고의 힙합 트랙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하다.
2. Mild Beats - Deal with us
랩 : 딥플로우, 데드피, 마르코, 어드스피치, 넥스트플랜, 다이너마이트, 이그니토 / 프로듀서 : 마일드 비츠
발매일 : 2007년 2월 20일
마일드 비츠의 2007년 앨범인 [Never Sold Out]은 2005년 솔로 앨범 [Loaded]와 2006년에 발매한 라임어택과의 합작 [MFU2006] 수록곡들의 Instrumental(반주)로 구성된 앨범이다. 총 2CD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CD 마지막에 수록된 단 한 곡 'Deal with us'로 이 앨범은 단순한 Instrumental 앨범을 넘어서 훨씬 소장가치 있는 앨범으로 발돋움한다.
당시 빅딜 레코즈의 간판 래퍼들이 모두 참여한 이 트랙은 마일드 비츠 특유의 섬세한 프로듀싱이 빛나는 곡으로,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하던 레이블의 색깔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 보인 곡이다. 2017년 현재 빅딜 레코즈는 사라지고 없지만, 누군가가 10년 전의 빅딜을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이 한 트랙으로 더 이상 할 말은 필요없어진다. 아쉬운 점은 현재 음원 사이트에서는 감상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 곡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접할 수 있는데, 곡의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통해 감상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3. Soul Company - Teamworks
랩 : 펜토, 제리케이, 더 콰이엇, 메익센스, 크루셜 스타, 라임어택, D.C., 화나, 마이노스, 키비 / 스크래치 : DJ 웨건 / 프로듀서 : 비다 로까
발매일 : 2010년 12월 16일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단, 소울컴퍼니는 8년이라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다양한 조합으로 단체곡을 발매한 바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역시 2004년 [The Bangerz]에 수록된 '아에이오우 어?!'일텐데, 지금 소개하는 'Teamworks'도 '아에이오우 어?!' 못지 않게 좋은 단체곡이다.
눈에 띄는 이 곡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조합에 있다. 다른 단체곡들이 각자 일정 마디 수를 분배받아 그만큼을 자신의 랩으로 채우는 여타의 단체곡과 달리,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가사를 주고 받으며 곡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다른 단체곡과의 차별성이 엿보인다. 펜토와 제리케이라는 다소 의외의 조합이 주는 재미도 있고, DJ 웨건과 라임어택이 서로 스크래치와 랩을 주고 받는 광경 역시 흥미로우며, 특히 이 곡이 발매가 됐을 당시에는 소울컴퍼니의 멤버라고 알려지지 않았던 마이노스가 깜짝 등장해 이루펀트의 팀메이트인 키비와 가사를 주고 받는 부분 역시 이 곡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Teamworks'가 수록된 디지털 싱글은 더 콰이엇의 소울컴퍼니 탈퇴를 발표하며 함께 발매된 곡인데, 1년 뒤 소울컴퍼니가 해체되면서 더 이상 라이브로는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4. Huckleberry P - Man In Black Remix
랩 : 허클베리피, 제리케이, 마이노스, 바스코, 팔로알토 / 프로듀서 : 비다 로까
발매일 : 2011년 10월 20일
허클베리피의 첫 솔로 EP [Man In Black]에 수록된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수록곡인 'Man In Black'의 리믹스 버전. 비다 로까 특유의 공간감이 느껴지는 비트 위에 다섯 래퍼가 랩을 펼친다. 허클베리피는 3번 트랙에 수록된 원곡의 1절 가사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특별히 주목할 점이 없으나, 리믹스를 하며 새로 참여한 래퍼들의 랩이 흥미롭다. 이유는 자신들이 그동안 발표해 왔던 곡의 제목을 이어 가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들의 곡 제목을 가지고 이어 붙여 가사를 완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가사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를 총정리하거나 음악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 등을 풀어낸다. 당시에도 이미 10년 안팎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던 참여진들답게 노련하게 가사를 풀어나가는 능력은 매우 감탄스럽다. 특히 팔로알토는 가장 빽빽하게 자신의 곡 제목을 채워넣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어나가서 잠시만 방심하면 어떤 곡의 제목을 활용했는지 놓칠 정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에도 언급했듯 허클베리피가 다른 래퍼들의 가사 컨셉과 별개로 원곡의 1절 가사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다른 가사들과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인데, 이 앨범을 발매할 당시만 해도 피노다인의 앨범 몇 장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결과물을 남기지 못했던 허클베리피의 커리어를 감안하여 이해해 주기로 한다. 문득, 허클베리피가 지금 이 곡의 1절 가사를 다시 쓴다면 어떨까 궁금하긴 하다.
5. 넉살 - 악당출현
랩 : 넉살, 오디, 딥플로우, 던 밀스, 우탄 / 프로듀서 : 버기
발매일 : 2016년 2월 4일
넉살의 첫 솔로 앨범 [작은 것들의 신]은 음악을 듣는 청자들이나 비평가들에게 모두 호평을 받은 앨범이다. 그 중 넉살의 레이블인 VMC의 멤버들이 참여한 '악당출현' 역시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곡이다. 사실 VMC는 멤버들이 내놓는 다양한 음악적 색깔에 비해 몇몇 대표적인 결과물들로 인해 강렬하고 거친 음악을 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장단에 춤을 춰주겠다는 각오처럼 보일 정도로 곡은 강렬하고 거칠다.
오디와 딥플로우의 랩은 단단하고 묵직하며, 넉살과 던 밀스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 역동적인 플로우를 선보인다. 거기에 우탄은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빠르면서도 거칠게 랩을 뱉어낸다. 넉살의 솔로 앨범 수록곡이지만 넉살의 곡에 다른 멤버들이 도움을 줬다는 인상보다는 VMC라는 커다란 집단이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듯 멤버들의 특색이 제각각 뻗쳐나오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단체곡이다.
이 곡 역시 뮤직비디오가 있으니 뮤직비디오를 통해 감상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 곡을 들으며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직접 시각적으로 구현해주는 듯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공공장소에서의 관람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자제를 권한다.
반응형'Feature > FAVORITE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하 노래 FAVORITE 5 (0) 2017.04.04 카라의 숨은 명곡 FAVORITE 5 (0) 2017.03.29 MC 메타 피쳐링 FAVORITE 5 (0) 2017.03.28 더 잘 되지 못해 아쉬운 걸그룹 노래 FAVORITE 5 (0) 2017.03.24 월간 윤종신 FAVORITE 5 (0) 2017.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