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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 리뷰Review/[Movie] 2019. 7. 11. 21:10반응형
★☆이 글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비롯하여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스포일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서 나온 2번째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파 프롬 홈>)은 분명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와 관련된 홍보 문구들을 보아도 그렇다. '스파이더맨' 그 자체보다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후속작으로서, 또 <아이언맨>(2008)부터 시작된 MCU의 첫 챕터,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의 의의가 더 크다. 예고편부터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예고편을 보지 말라."는 톰 홀랜드의 말로 시작하여 아이언맨의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MCU의 시리즈들은 서로 연속성을 지니고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이는 <파 프롬 홈>과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영화의 내적인 완성도를 따져 보면 꽤 잘 만든 영화이다. 반전이 예상가능한 수준이긴 했지만, 스토리도 나름 탄탄했고 엘리멘탈들을 보는 시각적인 재미도 즐겁다. 드론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액션을 펼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21세기의 스파이더맨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스파이더맨의 트레이드 마크인 뉴욕의 빌딩숲 사이를 활강하는 모습은 반가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거기에 현실적인 설정을 추구하는 MCU에서 구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미스테리오의 능력을 테크놀로지로 승화시킨 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청소년기의 서툰 사랑을 그려내는 피터 파커와 MJ의 모습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다 두근두근하게 할 정도로 풋풋하고 좋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단편적인 즐거움을 걷어낸 곳에 존재하는 서사는 여전히 아이언맨의 그늘 아래에 있다.
MCU의 스파이더맨은 등장부터 한계를 지닌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피터 파커는 아이언맨의 후원을 받는 존재로 첫 등장하여 토니 스타크가 싸우라면 싸우고, 그만 집에 가라면 집에 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첫 단독 영화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에서도 토니 스타크에게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MCU의 스파이더맨은 철저하게 아이언맨의 종속 변수이다. 따라서 <파 프롬 홈>에서도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죽음'이라는 큰 슬픔을 떨쳐야 한다는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 가장 큰 조력자는 아이언맨의 조력자였던 해피 호건과 아이언맨이 그에게 물려준 인공 지능 안경 '이디스'이다.
<파 프롬 홈>은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의 죽음을 이겨내고 자립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넥스트 아이언맨'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뿐이다. 스파이더맨이 단독 영화에서 상대해 온 악역들이 모두 토니 스타크에게 억하심정을 가진 이들이라는 점도 스파이더맨을 별개의 존재로 보기 힘들게 한다. 그는 토니 스타크에게 인정을 받고, 토니 스타크의 도움을 받아, 토니 스타크의 실수를 고쳐 나가며, 토니 스타크의 빈자리를 채운다. MCU의 그 어떤 히어로도 이렇게 다른 히어로에게 지나치게 종속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의 MCU가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후계자들로 점쳐지는 캡틴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팬서 모두 자신들만의 싸움에서 자신들만의 성취를 이뤄냈다. 오직 스파이더맨만 그러지 못한 상황인 셈이다.
물론 기존의 스파이더맨과의 단순 비교에서 누가 더 뛰어나느냐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2차례나 실사 영화 시리즈로 제작된 이전의 스파이더맨을 기억에서 지우라는 것도 너무 가혹하다. 혼자서도 5편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이다. 다른 어떤 히어로와의 크로스오버도 없었고, 비록 애매한 평가를 받은 영화들도 있지만, 스파이더맨은 혼자서도 충분히 존재감을 내뿜을 수 있는 캐릭터이다. MCU가 스파이더맨을 자신들의 세계관 안으로 끌고 들어오면 선택한 차별화가 아이언맨의 후계자로서의 존재라면, 스파이더맨의 방향성은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제작중인 3편에서는 부디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p.s.이 정도 스포일러를 마구 해대놓고 쿠키 영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전체적으로 즐거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역시 첫번째 쿠키 영상에 등장한 데일리 뷰글과 JJJ 편집장이다. 데일리 뷰글이 나오는 순간 느꼈던 반가움은 JJJ 편집장이 등장하는 순간 짜릿함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탁월하면서도 즐거운 캐스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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