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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리케이(Jerry.k) '콜센터(feat.우효)'
    Review/[Music] Single 2017. 4. 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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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4집 [감정노동] 수록곡

    2016년 3월 15일 발매

    제리케이(Jerry.k)라는 뮤지션은 대중예술계 전반을 통틀어 매우 소중한 존재이다. 제리케이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각종 사회 문제를 끊임없이 언급한다. 단순히 '누구누구 나빠'라는 식의 결론뿐인 비난에 머무르지 않고, 분명한 근거를 통해 왜 그것이 나쁜지를 디테일하게 풀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풍자, 분노,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활용할 줄 아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다. 그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존재가 독보적이며 매우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정규 4집 [감정노동] 역시 그런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것은 단연 타이틀 곡 '콜센터'이다. '감정노동'이라는 앨범 타이틀에 가장 걸맞는 직업군 중 하나인 콜센터 직원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분노를 그대로 받으면서도 거기서 쌓인 스트레스를 표출하지 못하는 감정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풀어낸다. 가사의 주인공인 '감정 노동을 하다 감정이 무뎌져 버린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는 우효의 보컬이 가사의 내용과 매우 잘 어우러진다는 점 역시 중요한 지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콜센터 직원이라는 한 개인의 서사를 통해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짚어내는 제리케이의 능력이다. '우리 목소리가 이 회사의 얼굴이자 이미지라지만 우린 여기 소속도 아니지'라는 가사에서는 노동 시장의 불안정함과 불합리함에 대한 일갈이 담겨 있고, '엄마들은 공장에서 기침을 했고 너흰 이유도 없이 자꾸만 침울해져'라는 가사에서는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21세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이 지닌 허울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창작해내는 걸 겁내지 않았던 제리케이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강렬한 순간들이다.

    제리케이는 이것을 노래의 소재로 쓰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더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 '콜센터'의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 열악함을 드러내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알바노조/알바연대, 희망연대노조의 연락처가 등장한다. 제리케이의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그곳에 업무하는 분들을 위하는 제스쳐였을 것이고 그 진정성이 '콜센터'라는 곡에 더욱 감정 이입하게 되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혹자는 제리케이의 음악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거나 너무 선동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힙합을 비롯한 음악씬 전체에서 제리케이만큼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 듣는 이들의 생각을 바꾸게도 하는 제리케이의 노래들은, 음악이 가진 힘을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한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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