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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나(FANA) [Brainstroming EP] 리뷰
    Review/[Music] Album 2019. 2. 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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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2005년 9월 22일

    2004년 발매된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컴필레이션 앨범 [The Bangerz]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뮤지션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화나와 칼날로 이루어진 2인조 팀 '최적화'를 꼽을 것이다. 소울컴퍼니 자체가 라이밍의 탁월함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등장했지만 거의 빈 부분 없이 빽빽하게 라이밍을 채워갔던 두 래퍼의 스타일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지금 와서 보면 안타깝게도 칼날은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음악 활동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지만, 화나만큼은 자신의 작사 스타일과 본인만의 정신 세계를 음악에 잘 녹여내어 힙합 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5년에 발매된 화나의 [Brainstorming EP]는 그러한 강점이 십분 발휘된 앨범이다. [The Bangerz]에서 보여줬던 빈틈없는 라이밍의 향연과 독특한 색깔의 음색을 잘 살린 랩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제한없이 자유롭게 하는 연상 작용'을 의미하는 'Braingstorming'이라는 단어를 앨범 타이틀로 삼은 것은 본인이 거의 퇴고없이 가사를 써내려갔다는 의미로 선정한 제목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앨범을 정제되지 않은 거친 느낌의 음악들이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참신함'이다.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집 같은 느낌으로 다양한 소재들을 본인의 랩 스타일에 녹여냄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When I Flow'나 'Rhythm Therapy', 'Game' 같은 전형적인 힙합 트랙들도 수록되어 있지만,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재회에서 느낀 거리감을 풀어낸 '시간의 돛단배', 꿈없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잉여인간' 등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인다. 악당으로서의 자질을 풀어낸 '악당수업'이나 어린이를 화자로 설정해 그에게 발생한 내적 갈등을 천사와 악마의 대립 구도를 차용해 표현한 '엄마 지갑' 같은 해학적 가사들도 인상적이다. 이 다양한 주제를 하나로 묶는 데에는 전곡을 프로듀싱하며 일관적인 무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프로듀서 더 콰이엇(The Quiett)의 역할도 결코 적지 않다.

    사실 수록곡인 'Game'의 가사 "최적화의 앨범이라면 내년까지 기다려"에서도 엿볼 수 있듯, [Braingstorming EP]는 최적화라는 팀이 활동을 잠시 못하게 된다는 상황 하에서 나온 최적화의 외전 격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독특한 스타일의 랩과 참신한 소재를 풀어내는 능력으로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해낸 화나의 첫 작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점점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힙합 곡들에 지쳤다면 다소 과거로 가더라도 참신한 소재와 인상적인 랩의 앙상블을 느낄 수 있는 [Brainstorming EP]를 추천하고 싶다.

    p.s. 앨범 발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화나가 'F'발음을 'P'발음으로 소화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감상에 방해가 된다고 느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특히 곡제목이 가사에 반복되는 'When I Flow'에서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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