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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핑크(Apink) '내가 설렐 수 있게'
    Review/[Music] Single 2017. 5. 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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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3집 [Pink Revolution] 수록

    2016년 9월 26일 발매

    컨셉을 확실하게 잡은 아이돌 그룹이 갖는 고민은 어렵지 않게 유추가능하다. 현재까지 지켜온 컨셉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매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청순함'이라는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에이핑크(Apink)는 이 고민에 대해서 나름 영리하게 대처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 감은 분명히 있다. 특히 'Remember'를 즈음해서는 어딘가 이전과 같은 청량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고는 했다.

    에이핑크가 보여주는 '청순함'이라고 명명된 이미지는 90년대 후반 핑클이나 S.E.S.에게서 빌려온 것이 분명하다. 맑고 깨끗한 분위기의 의상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기승전결이 분명하며 후렴구에 메인 보컬이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지점을 가지고 있는 곡의 구성 등은, 심지어 표절 의혹이 따라붙을 만큼 과거에 빚지고 있는 부분이 크다. 그렇다면 핑클과 S.E.S.가 '청순함'이라는 컨셉으로 한계에 부딪혔을 때 다른 컨셉으로 노선을 변경하며 승부수를 띄웠던 것처럼 당시의 이들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에이핑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Remember'의 위태로운 성공과 애매한 음악적 완성도는 그러한 변화가 분명히 필요한 타이밍임을 알려주었지만, 에이핑크의 음악은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내가 설렐 수 있게'가 바로 그 결과물인데, 에이핑크는 '내가 설렐 수 있게'의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통해 멤버 개개인의 외적인 성숙을 강조할지언정 음악적으로는 그동안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작곡가로 블랙아이드필승을 선택한 것은 기존의 전략을 유지하는 데에는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블랙아이드필승은 리듬감을 중시하는 음악을 하는 반면, 에이핑크의 음악은 리듬감보다는 90년대 댄스음악들을 연상시킬 만큼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트레이드 마크였기 때문이다.

    물론 세련된 팝 알앤비 음악을 추구하는 블랙아이드필승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과거 에이핑크 음악들의 복고적인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시도였을 수도 있지만, '내가 설렐 수 있게'는 단순히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에만 성공한다. 특히나 메인 보컬인 정은지의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특색없는 후렴구 멜로디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설렐 수 있게'는 특별히 세련된 느낌을 주지도 못한 채, 에이핑크의 음악을 상징하는 선명한 멜로디마저 잃어버린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다.

    '내가 설렐 수 있게' 이후에 나온 '별의별'이나 'Always'가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이었다면, 다음 활동에서 에이핑크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청순함'이라는 컨셉을 유지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그 어떤 과거 걸그룹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며, 에이핑크 이후에 데뷔한 후발주자들에게는 중요한 데이터가 될지 모를 순간들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를 통해 에이핑크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더 확고해질 타이밍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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