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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그니토(Ignito) [Demolish]
    Review/[Music] Album 2018. 8. 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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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 2006년 8월


    이그니토(ignito)가 1집을 내기 전 공개된 정식 작업물은 당시 같은 빅딜 레코드 소속이었던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의 1집 [Loaded]의 수록곡 'Beholder' 뿐이었다. 단 한 곡이었지만 독특하게 박자를 타고 흐르는 플로우와 중량감 있는 목소리는 그의 솔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06년 발매된 이그니토의 1집 [Demolish]는 한국 힙합의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손에 꼽을 만한 강렬한 데뷔작이다. 이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이그니토는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역설해내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단어 한 단어 힘을 주어 써내려갔음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이그니토의 가사는 한 편의 묵시록을 만들어 냈고 여기에는 이그니토 뿐 아니라 메인 프로듀서 격인 랍티미스트(Loptimist)와 2곡 뿐이지만 앨범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을 선사한 마일드 비츠(Mild Beats)의 프로듀싱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앨범이 발매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인상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앨범 단위의 음악 감상의 가치를 잘 지니고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길을 나섰다가 실패로 인해 좌절을 경험한 후 다시 재기하여 길을 나서는 한 편의 서사시가 앨범 전체를 통해 제시된다. 3번 트랙 'Extermination'이 리믹스의 형태로 히든 트랙으로 수록된 것 역시 단순한 서비스의 영역이 아니라 서사의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이런 작가주의적 시도는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도 그렇고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언더그라운드라는 영역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믿으며, 이 정도의 성취를 해낸 앨범 역시 흔치 않다.

    작년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양적으로 드물긴 하지만 이후에도 데뷔작으로 구축한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 가는 이그니토라는 뮤지션의 존재 가치는 2006년에 발표된 이 한 장의 앨범 [Demolish]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휘발해버리는 가사에 지쳐 무언가 묵직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에 여전히 찾게 되는, 두고두고 회자되어 마땅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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