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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일드 비츠(Mild Beats) [Loaded]
    Review/[Music] Album 2019. 1. 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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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2005년 11월 18일

    현 시점에서 돌이켜 봤을 때, 2000년대 중반은 한국 힙합에서 꽤 중요한 시기였다. 현재 한국 힙합 씬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한 뮤지션들이 처음으로 씬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3~2004년 사이에 등장한 신흥 레이블들은 한동안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흐름을 끌고 나갔는데, 오늘 소개할 마일드 비츠(Mild Beats)의 [Loaded] 앨범을 발매했던 빅딜 레코드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하드코어 힙합을 표방하며 등장한 이들은 이미 데드피(Dead'P)의 [Undisputed LP]와 어드스피치(Addsp2ch)의 [Elements Combined LP]를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곧이어 발매된 마일드 비츠의 [Loaded]는 빅딜 레코드의 음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앨범이었다. 앨범은 시종일관 무겁고 둔탁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진행된다. 참여한 래퍼들이 워낙 많고 그들의 색채가 제각각임에도 앨범의 무드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분명하게 마일드 비츠의 프로듀싱이 중심을 잡고 있었던 덕분이다. 샘플링을 통해 주조한 비교적 선명한 메인 루프 위에 박력 있는 드럼이 얹혀 지면서 중심을 잡고 거기에 소소한 변주를 활용하는 마일드 비츠 특유의 프로듀싱이 더해지며 각 트랙이 제각기 매력을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이 지금 시점에서 들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이다. 빅딜 레코드 멤버들(데드피, 딥플로우, 이그니토, 어드스피치, 마르코 등)을 중심으로 당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신진 세력으로 불리던 신의의지 레코드 소속 래퍼들(팔로알토, 라임어택, 엘큐, R-est, 마이노스)이 대부분 참여했고, 소울 컴퍼니(Soul Company) 멤버들 중 당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들을 제외한 3명(키비, 더 콰이엇, 화나)이 한 곡에 함께 목소리를 얹었다. 거기에 당시 소속은 없었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던 신인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과 이센스(E SENS)의 풋풋했던 목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이들이 현재 힙합 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떠올려 봐도 그렇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모인 뮤지션들이 본격적으로 씬에 자리매김하기 시작하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 봐도 2000년대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기억하기 위해 꽤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앨범인 셈이다.

    한동안 이런저런 문제로(사실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음원 플랫폼에서 사라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앨범이었는데, 최근 리마스터 버전이 재발매되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이들도 접하기 쉬워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듣기에는 다소 투박할 수도 있고, 무려 13년이 넘게 지난 래퍼들의 초창기 스타일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한국 힙합 씬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의 풋풋한 초창기 모습이 이 한 장의 앨범에 담겨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앨범을 들으면서 마일드 비츠의 프로듀싱이 지닌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은 즐거움일 것이다.

    p.s. 앨범 자켓에 있는 이미지는 당시 빅딜 멤버들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중심에 앉아 있는 이는 당연히 마일드 비츠이고, 뒤에 있는 검은 실루엣을 제외하면 좌측 하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이먼 도미닉(?), 데드피, 이그니토, Shock-E(당시 빅딜 레코드의 수장), 어드스피치, 딥플로우라고 밝힌 바 있다. 사이먼 도미닉은 당시 빅딜 레코드 멤버는 아니었지만 워낙 가까운 사이이고 앨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함께 그려넣었다고 힙플라디오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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