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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솝(B-Soap) [Souvenir]
    Review/[Music] Album 2017. 7. 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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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 2008년 8월 29일

    버벌진트(Verbal Jint), 피타입(P-type), 데프콘(Defconn), 휘성 등 걸출한 뮤지션들을 배출해 낸 PC통신 나우누리의 흑인음악 동호회 SNP에는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인물이 있다. 오늘 소개할 [Souvenir]라는 앨범의 주인공인 비솝(B-Soap)이다. SNP 시절부터 치면 꽤 오랜 경력을 가진 뮤지션이지만, 중간중간 공백기가 꽤 있었기 때문에 결과물이 썩 많은 편은 아니다. 첫 정규 앨범인 [Souvenir] 역시 한동안의 공백을 깨고 오버클래스(Overclass)라는 크루와 함께 활동을 재개하면서 발매된 음반이다.

    자그마치 19곡이나 수록된 이 앨범에서 꽤 많은 곡의 작곡을 오랜 동료인 버벌진트가 맡았으며, 제이에이(JA), 로보토미(LOBOTOMY), 크릭(Kricc) 등의 프로듀서도 좋은 곡으로 힘을 보탰다. 트랙리스트의 정가운데에 수록된 다소 시니컬한 느낌의  '시트콤', '나도 알아', 'Nighthawks' 정도의 트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곡들은 상당히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읊조리듯 뱉어내는 비솝의 목소리와 꽤 잘 어울린다. 앨범이 나온 시기도 여름이고, 이 글을 쓰는 시기도 여름이지만, 여름보다는 봄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라고 생각한다.

    한창 물이 올라있던 버벌진트의 곡들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앨범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비솝의 가사이다. "각 벌스(Verse)가 몇 마디여야 하고, 이쯤에서 당연히 훅이 나와야 한다"같은 정형화된 틀 안에 갇히지 않고, 필요한 이야기를 충분히 했을 때쯤 마무리되는 벌스와 이야기를 잘 갈무리하는 인상적인 후렴이 앨범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어른이 된 나', '우주소녀', 'La the girl who followed Sol', '캔디데이트' 등 참신한 상황 설정과 그 안에서 느낄 법한 디테일한 감정을 잘 훑어가는 인상적인 가사부터, '그런데 난'이나 '마주봄'처럼 일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가사까지 모두 매력적이다. 특히 아주 섬세한 단어 사용을 통해 세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만큼은 비솝이 한국 래퍼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앨범이 가진 큰 단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역시 비솝이라는 래퍼의 특징에 기원한 것인데, 한국어를 일반적으로 한국어에 없는 발음을 통해 뱉어내기 때문에 전달력이 매우 좋지 않다. 매우 쉽게 표현하자면 혀를 너무 많이 굴린다. 그리고 비솝의 랩 자체가 톤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특정 범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래퍼의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까도 말했듯 [Souvenir]는 19트랙이나 되는 앨범이고, 일정한 톤을 19트랙이나 연이어 들으면-중간에 랩이 없는 트랙도 있긴 하지만-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Souvenir]는 장단점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앨범이다. 그래서 날씨 좋고 시간도 많은 어느날, 단편 소설집 한 권을 읽는다는 심정으로 느긋하게 가사를 따라 읽으며 듣는다면 꽤 괜찮은 앨범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이런 방식으로 감상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가사가 잘 들리는지 아닌지는 크게 상관없이 산뜻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날에도 듣기에는 나쁘지 않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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