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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비> (2017)
    Review/[Movie] 2017. 12. 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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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언제나 현실을 이야기한다. CG와 특수효과로 점철된 SF라도 예외는 아니다. 동시에 영화는 영화이다. 어디까지나 스크린 안에 있는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일일 뿐, 그것이 곧 현실은 아니다. 결국 가상과 현실의 경계 어딘가에 영화는 자리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스크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대로의 완성도를 지닌 상태로 결국 우리의 현실을 치열하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이를 좋은 영화라고 부른다.

    그런 면에서 <강철비>는 꽤 괜찮은 영화이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 시작점은 일견 허무맹랑해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 설정을 토대로 빠른 속도로 전개를 이어 나간다. 영화 내에서 '북한 1호'로 지칭되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고 그와 함께 내려온 엄철우(정우성 분)의 고군분투와 곽철우(곽도원 분)와의 만남, 그 이후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까지 모두 이 '북한 내 쿠데타'라는 시작점에서부터 뚝심있게, 그리고 차근차근 끌고가는 이야기의 힘이 돋보인다.

    특히 후반부의 전개는 현실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에는 꽤 과감하고 허무맹랑해 보이는 전개일 수 있지만, '북한 내 쿠데타'라는 상황을 기반으로 설득력있게 뻗어 나가는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을 가져왔지만, 영화 내에서 존재하는 세계에서의 이야기로 잘 가다듬어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은 매우 만족스럽다.

    엄철우와 곽철우가 어디까지나 스토리의 중심이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이야기의 큰 축은 아니다. 다만 두 사람의 우정이 전체의 이야기에 녹아듦으로써 영화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이사이의 감정선을 만들어 낸다. 관객은 두 사람의 인간적 관계에 몰입하게 되면서 전체의 이야기에 끌려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지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파로 치부되지 않는 까닭이다. 두 배우가 표현하는 섬세한 감정 연기와 과감한 스토리가 잘 어우러졌다는 면 역시 강철비의 장점이다.

    비중만으로 봤을 때는 작은 역할에 박선영, 김지호, 김기현, 이재용, 박은혜 등 낯익은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몰입도를 높인다. 비중은 적지만 스토리상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우들은 배우 본인의 존재감으로 영화에 인상을 남기고 이야기 전개에 힘을 싣는다. 어쨌든 대부분의 이야기는 정우성과 곽도원의 몫이지만, 이 배우들은 작은 역할임에도 충분히 이름값을 해냈다.

    다시 현실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리 지어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몇몇 영화는 현실의 이야기가 지니는 힘에 너무 기댄 나머지 영화로서의 완성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강철비>는 남북 분단의 현실과 핵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화두를 가지고 현실과는 꽤 다른 맥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빠른 전개와 흡인력 있는 진행으로 괜찮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영화의 결말이 주는 메시지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살짝 점수를 깎고 보자면, <강철비>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다듬어 만들어낸 꽤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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