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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 (2017)
    Review/[Movie] 2017. 8. 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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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쨌든 논란과 화제의 작품 <리얼>을 감상했다. 사실 쏟아지는 혹평들을 보며 아무리 영화를 못만들었다 한들 너무들 호들갑 떠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감상하고서야, 왜들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엄청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스토리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해둬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텐데, 그 복잡한 이야기를 내가 풀어낼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떠들어 보겠다. 각종 블로그 글이나 신문기사, 몇몇 위키 사이트에서 <리얼>의 내용에 대해 정리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망작이라고 난리를 친 리뷰들이야 차고 넘치니, 내가 굳이 왜 망작이 되었는가를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 올라 온 신문기사를 통해 <리얼>의 줄거리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전지식을 갖추고 본다면 스토리가 이해가 안 되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리얼>을 감상할 생각이라면, 미리 줄거리를 알아보기를 권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 판단이긴 하겠지만, 카지노 주인 장태영(김수현 분)과 가면맨 장태영 간의 관계와 욕망, 그로 인한 자아의 위기 등이 꽤 그럴싸하게 표현된 일종의 심리 스릴러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잔가지를 쳐내고나면, 큰 줄기는 그렇게 느껴진다.

    이는 김수현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감독과 제작 역시 그의 혈육이 맡은 만큼, <리얼>은 김수현이라는 배우의 자의식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충분히 성공했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카지노 주인 장태영은 현재의 김수현을,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서서히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아 가는 가면맨 장태영은 언젠가 자신을 현재의 위치에서 내려오게 만들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대한 김수현의 불안을 실체화시킨 것처럼 느껴진다.

    지나치게 궁예질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영화를 다 보고나서, 영화 내내 '외모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 배우'는 김수현 한 명 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난 뒤부터이다. 그는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을 혼자서 모두 연기했으며, 그 외에 비중있는 남성 배우는 이성민, 성동일, 조우진 같은 중년의 남성들 뿐이다. 물론 이 배우들은 자신들 나름의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얘기하자면 잘생기지는 않았지 않은가. 애인도 카지노도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카지노 주인 장태영과 자신 이외에 다른 '잘생긴 남자'에게 포커스가 가지 않게 영화 내에서 배제해 놓은 김수현의 <리얼>이 자연스럽게 겹쳐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리얼>은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결국 김수현의 사회적 위치를 위협하는 것이 바로 영화 <리얼>이라는 점에서이다. 정말 영화처럼, 현재의 김수현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 것 역시 김수현이 된 셈이다. 당연히도 본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멋진 장면들을 연이어 배치하고 본인의 내적 고뇌를 표출하며 1인 2역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과시하려 했겠지만 모든 것은 처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멋진 장면들은 퇴폐적이다 못해 싸구려같이 느껴지고 내적 고뇌는 툭툭 끊기는 내용 전개에 의해 전달이 전혀 안 되는 데다가 연기 역시 지나치게 과잉되어 있다. 넘치는 김수현의 자의식은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는 감독으로 인해 브레이크를 잃어 버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뭐 꼭 시간이 없는데 쪼개어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날 시간이 남고 할 일이 없을 때는 한 번 볼 만하다. 아마 앞으로 그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리얼>을 보고 난 후의 감정은 느끼기 힘들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 느꼈던 그 벅찬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한스럽다. 특히 후반부의 15분은 2시간이나 참고 견디며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 될 것이다. 한 배우의 자의식 과잉이 그것을 실현해 줄 돈과 만나고, 아무런 감은 없지만 배우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관계에 있는 감독이 만나서 만들어 낸,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파멸, 멸망, 괴멸의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평생을 살아도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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