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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묘한 가족> (2019)
    Review/[Movie] 2019. 2.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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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였습니다만 보는 이에 따라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묘한 가족>은 명확한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좀비물이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다. 둘 다 풀어나가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물론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같은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비와 코미디를 섞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실제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웃긴 장면이 넘쳐나는 시대에 짜여진 개그에 대한 진부함은 모든 코미디 영화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기묘한 가족>은 이 두 가지에 '농촌'이라는 공간적 배경까지 맞물려 있다. 이 작업을 해내는 매개물은 '클리셰'이다.

    일단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이 '기묘한 가족'의 패밀리 비즈니스이다.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 등장한 좀비에게 물린 만덕(박인환 분)이 다음날 주름살도 쫙쫙 펴지고 희끗희끗하던 머리카락도 검게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농촌 남성들이 자신도 그 비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만덕의 가족은 이를 비즈니스로 활용해 다시 한 번 주유소 사업을 펼쳐 볼 계획을 세운다. 후반부는 전형적인 좀비물의 시퀀스이다. 마을에 좀비가 창궐하고 주인공 가족은 당연히 이 좀비를 피해 필사의 탈출을 펼친다.


    전반부에 펼쳐지는 코미디 영화 특유의 황당함과 후반부에 진행되는 좀비 영화 특유의 긴장감이 기묘하게 잘 맞물린다. 여기에는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몫한다. 정재영, 엄지원, 김남길은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연기해낸다. TMI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분은 엄지원의 연기를 보며 "우리 엄마랑 똑같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그래서 시끄러웠다). 해걸 역의 이수경 은 무뚝뚝하면서도 정감 있는 연기로 좀비와의 로맨스를 펼친다.

    재밌는 것은 <기묘한 가족>은 소위 말하는 '클리셰 범벅인 영화'라는 점이다. 해걸과 쫑비(정가람 분)의 로맨스는 다분히 <웜 바디스>의 것이며, 제초기 같은 절단기로 좀비와 대항한다든지 도망자 중에 임산부가 포함되어 있다든지 하는 것은 <새벽의 저주>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결혼식장 장면은 <킹스맨>의 교회 장면을 연상시키기 위해 다분히 의도한 것이 눈에 띄며, 남주(엄지원 분)의 패딩이 찢어져 솜털이 흩날리는 장면은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장면을 떠올린다. 


    이런 눈에 익은 장면들은 '농촌'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버무려져 의외로 신선함을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익숙한 시퀀스들을 활용해 '좀비와 코미디의 결합'이라는 낯섦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오히려 영화에서 가장 큰 포인트로 삼았다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 불꽃놀이 장면과 좀비 테크노 장면은 의외로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미장센이다. 촬영 감독의 역할이 지대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카메라의 구도, 인물과 배경의 배치, 다양한 빛의 활용은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중요한 힘 중 하나이다. 남주(엄지원 분)의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그 캐릭터성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남주를 비추는 카메라의 각도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며, 순간순간 터지는 소소한 개그씬을 확연하게 살려내는 것도 미장센의 힘이다.


    사실 <기묘한 가족>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라는 평에 대해서는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세상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더 그렇다. <기묘한 가족>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무드를 느리지만 차근차근 쌓아올려 마지막에 터뜨려 내는 영화이다. 거기에 몰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차이가 이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음을 열고 감상한다면 꽤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므로 한 번쯤은 관람하길 권하고 싶다. 결말 부분의 임팩트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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